성공리에 시즌 마친 K-골퍼들

코로나로 경기력 저하?
변함없는 대활약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골프 선수들이 성공리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투어 운영이 축소되고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지면서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한국 선수들의 활약엔 변함이 없었다.
 

한국산 장타자 김아림은 미국 최고 권위의 US여자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아림은 지난해 12월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3언더파를 기록한 김아림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에이미 올슨(미국, 이상 2언더파) 등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상치 못한
무명의 반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아림은 출전 당시 여자골프 세계랭킹 94위였다. 지난해 3월16일을 기준으로 세계랭킹 상위 75위 이내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대회 규정에 따라, 당시 75위 이내에 있던 김아림은 생애 첫 US여자 오픈 출전 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특히 첫 출전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어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에 이어 5번째 첫 출전 우승자가 됐다. 또한 박세리(1998년)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과 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에 이어 한국인 11번째 우승(10번째 선수)을 합작했다.

1946년에 시작된 US여자 오픈은 여자 골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김아림은 2020 시즌 KL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지만,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맞게 됐다. 


김아림의 우승은 여러모로 운도 따랐다. 당초 최종 라운드는 지난해 12월14일 오전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천둥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로 하루 연기됐다. 다음날 치러진 대회 최종 라운드는 이전 라운드와 달리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 놓아 장타자인 김아림의 경우 거리 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김아림, 메이저 US 오픈 정상
고진영, 4개 대회 뛰고 상금왕

실제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아림은 “이전 라운드와 달리 티박스가 앞으로 당겨져 있어 자신 있게 홀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아림은 선두권 선수들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5번 홀(파5), 6번 홀(파4) 연속 버디에 이어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는 등 전반에만 3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10번 홀과 11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보였다. 

라운드 후반 뒷심이 발휘됐다. 최종 라운드 후반 홀 포지션이 어렵게 세팅돼 대부분의 선수들이 줄줄이 보기를 쏟아내는 와중에 김아림은 16번 홀(파3)부터 17번 홀(파4), 18번 홀(파4)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낸 것.

이 3개 홀에서의 버디가 사실상 김아림의 우승을 결정짓는 최고의 변곡점이 됐다. 파3 16번 홀에서 티샷을 홀 4m 거리에 떨어뜨린 후 침착하게 버디로 연결했고, 17번 홀 세컨 샷을 홀 바로 앞에 떨어뜨려 탭인 버디로 연결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내리막 2.5m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김아림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우승을 예감한 듯한 장면에 현지 중계진들도 환호했다. 이후 챔피언조에서 플레이를 펼친 에이미 올슨(미국)과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던 시나부 히나코(일본)가 오히려 타수를 잃음으로써, 김아림은 5타차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아림은 우승 시상식장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해서 공격적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생각대로 됐다”며 “일찍 미국에 와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아직은 얼떨떨하다. (우승) 기회가 있을 걸로 생각했지만 아직은 머리가 하얗다. 시간이 좀 지나면 실감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0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승일 뿐만 아니라 4개 대회 출전만으로 상금왕에 등극해버린 이례적인 사례가 됐다.

고진영은 지난해 12월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 655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공동 2위 김세영과 해나 그린(호주)을 5타차로 제치고 투어 통산 7승째를 수확했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110만달러(한화 약 12억원)를 손에 넣으며 시즌 상금 166만7925달러를 누적해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2020 시즌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전체 18개 대회 중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상금왕을 거머쥐는 진기록을 세웠다.

고진영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에 김세영과 동타를 이룬 후 후반 들어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고진영은 12번 홀(파3)에서 2m 거리 버디 퍼트를 넣은 뒤로 13번 홀(파4), 14번 홀(파5)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의 추를 기울게 했다. 순식간에 3타 차로 벌린 고진영은 16번 홀(파3)에 이어 18번 홀(파4) 챔피언 퍼트도 버디로 장식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진행된 현지 언론과의 우승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충분히 쉬었고 미국으로 넘어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공동 준우승에 오른 김세영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그는 대회 전까지 1위였던 박인비를 6점 차로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세영은 시즌 평균최저타수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냈지만,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다니엘 강(미국)에게 베어트로피를 내줬다.

구관이 명관
랭킹 1위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에서 박인비는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는 지난해 12월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기록해 앤젤라 스탠퍼드(미국)에 2타 뒤진 2위(5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1번 홀(파4) 보기로 불안했지만, 4번(파4), 6번 홀(파5) 징검다리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9번 홀까지 버디 2개를 잡은 고진영(25), 8번 홀까지 2타를 줄인 스탠퍼드와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나선 박인비의 12번 홀(파4) 보기는 뼈아팠다.

두 번째 샷이 바람에 밀려 그린을 벗어났고 세 번째 샷은 핀을 한참 지나쳤다. 13번(파5),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2타차 선두로 치고 나간 스탠퍼드는 16번 홀(파3), 17번 홀(파5) 연속 버디로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일본서 울린
반가운 승전보


3타차로 달아난 스탠퍼드는 18번 홀(파4) 보기를 하고도 가족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버디 7개를 잡아내고 보기 3개를 곁들이며 4타를 줄인 스탠퍼드의 최종 스코어는 7언더파 277타. 지난해 11월 43번째 생일을 맞은 스탠퍼드는 2018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동안 이어진 우승 갈증을 역전승으로 씻어내고 통산 7승째를 올렸다.

박인비와 함께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유소연은 1언더파 70타를 쳐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소연은 17번 홀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 18번 홀(파4)에서 7m 버디를 잡아냈다. 여기에 공동 선두로 출발한 재미교포 노예림은 1타를 줄여 공동 2위에 대회를 마쳤다.

재미교포 김찬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올해 최종전인 골프일본시리즈 JT컵(총상금 1억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찬은 지난해 12월6일 일본 도쿄 요미우리컨트리클럽(파70, 7023야드)에서 열린 JT컵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김찬은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서기도 했던 김찬은 3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선두에 2타 차 3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찬은 2번 홀(파3)에서 버디로 순항했다. 3번 홀(파4)에서 보기가 기록됐으나 5번 홀(파4)과 6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김찬은 선두로 전반 홀을 마쳤다. 10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며 주춤하기는 했지만, 13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했고, 16번 홀(파4) 보기 역시 17번 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파워풀한 장타가 주무기인 김찬은 지난 2015년 JGTO에 데뷔했다. 2017년에는 시즌 3승을 거두며 상금왕의 영예도 안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한동안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던 김찬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JGTO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김찬, JGTO 통산 5승 수확
박인비, 아쉬웠던 준우승 

올해 JGTO는 코로나19 여파로 6개 대회밖에 치러지지 않았다. 김찬은 이번 대회에 앞서 2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복귀전인 비자마스터스에서 4위를 차지했고, 던롭피닉스에서는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이어 세 번째 출전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최종전에서 시즌 3승과 함께 통산 60승 달성에 도전한 신지애가 대기록 달성을 잠시 미뤘다. 신지애는 지난해 12월29일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자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JLPGA 투어 2020 최종전인 ‘리코컵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억2000만엔)’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2오버파 290타를 기록한 신지애는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신지애는 KLPGA 투어 20승, LPGA 투어 11승, JLPGA 투어 2승과 유럽과 아시아 투어에서 각 2승씩을 올리며 통산 59승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 2승을 더하며 60승을 목전에 뒀다. 통산 60승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실력으로
변수 없애다

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22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공동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공동 13위로 순위가 밀리며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일본의 ‘신예’ 하라 에리카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하라 에리카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일본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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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