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리에 시즌 마친 K-골퍼들

코로나로 경기력 저하?
변함없는 대활약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골프 선수들이 성공리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투어 운영이 축소되고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지면서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한국 선수들의 활약엔 변함이 없었다.
 

한국산 장타자 김아림은 미국 최고 권위의 US여자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아림은 지난해 12월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3언더파를 기록한 김아림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에이미 올슨(미국, 이상 2언더파) 등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상치 못한
무명의 반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아림은 출전 당시 여자골프 세계랭킹 94위였다. 지난해 3월16일을 기준으로 세계랭킹 상위 75위 이내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대회 규정에 따라, 당시 75위 이내에 있던 김아림은 생애 첫 US여자 오픈 출전 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특히 첫 출전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어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에 이어 5번째 첫 출전 우승자가 됐다. 또한 박세리(1998년)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과 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에 이어 한국인 11번째 우승(10번째 선수)을 합작했다.

1946년에 시작된 US여자 오픈은 여자 골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김아림은 2020 시즌 KL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지만,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맞게 됐다. 


김아림의 우승은 여러모로 운도 따랐다. 당초 최종 라운드는 지난해 12월14일 오전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천둥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로 하루 연기됐다. 다음날 치러진 대회 최종 라운드는 이전 라운드와 달리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 놓아 장타자인 김아림의 경우 거리 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김아림, 메이저 US 오픈 정상
고진영, 4개 대회 뛰고 상금왕

실제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아림은 “이전 라운드와 달리 티박스가 앞으로 당겨져 있어 자신 있게 홀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아림은 선두권 선수들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5번 홀(파5), 6번 홀(파4) 연속 버디에 이어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는 등 전반에만 3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10번 홀과 11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보였다. 

라운드 후반 뒷심이 발휘됐다. 최종 라운드 후반 홀 포지션이 어렵게 세팅돼 대부분의 선수들이 줄줄이 보기를 쏟아내는 와중에 김아림은 16번 홀(파3)부터 17번 홀(파4), 18번 홀(파4)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낸 것.

이 3개 홀에서의 버디가 사실상 김아림의 우승을 결정짓는 최고의 변곡점이 됐다. 파3 16번 홀에서 티샷을 홀 4m 거리에 떨어뜨린 후 침착하게 버디로 연결했고, 17번 홀 세컨 샷을 홀 바로 앞에 떨어뜨려 탭인 버디로 연결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내리막 2.5m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김아림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우승을 예감한 듯한 장면에 현지 중계진들도 환호했다. 이후 챔피언조에서 플레이를 펼친 에이미 올슨(미국)과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던 시나부 히나코(일본)가 오히려 타수를 잃음으로써, 김아림은 5타차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아림은 우승 시상식장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해서 공격적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생각대로 됐다”며 “일찍 미국에 와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아직은 얼떨떨하다. (우승) 기회가 있을 걸로 생각했지만 아직은 머리가 하얗다. 시간이 좀 지나면 실감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0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승일 뿐만 아니라 4개 대회 출전만으로 상금왕에 등극해버린 이례적인 사례가 됐다.

고진영은 지난해 12월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 655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공동 2위 김세영과 해나 그린(호주)을 5타차로 제치고 투어 통산 7승째를 수확했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110만달러(한화 약 12억원)를 손에 넣으며 시즌 상금 166만7925달러를 누적해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2020 시즌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전체 18개 대회 중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상금왕을 거머쥐는 진기록을 세웠다.

고진영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에 김세영과 동타를 이룬 후 후반 들어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고진영은 12번 홀(파3)에서 2m 거리 버디 퍼트를 넣은 뒤로 13번 홀(파4), 14번 홀(파5)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의 추를 기울게 했다. 순식간에 3타 차로 벌린 고진영은 16번 홀(파3)에 이어 18번 홀(파4) 챔피언 퍼트도 버디로 장식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진행된 현지 언론과의 우승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충분히 쉬었고 미국으로 넘어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공동 준우승에 오른 김세영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그는 대회 전까지 1위였던 박인비를 6점 차로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세영은 시즌 평균최저타수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냈지만,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다니엘 강(미국)에게 베어트로피를 내줬다.

구관이 명관
랭킹 1위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에서 박인비는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는 지난해 12월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기록해 앤젤라 스탠퍼드(미국)에 2타 뒤진 2위(5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1번 홀(파4) 보기로 불안했지만, 4번(파4), 6번 홀(파5) 징검다리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9번 홀까지 버디 2개를 잡은 고진영(25), 8번 홀까지 2타를 줄인 스탠퍼드와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나선 박인비의 12번 홀(파4) 보기는 뼈아팠다.

두 번째 샷이 바람에 밀려 그린을 벗어났고 세 번째 샷은 핀을 한참 지나쳤다. 13번(파5),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2타차 선두로 치고 나간 스탠퍼드는 16번 홀(파3), 17번 홀(파5) 연속 버디로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일본서 울린
반가운 승전보


3타차로 달아난 스탠퍼드는 18번 홀(파4) 보기를 하고도 가족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버디 7개를 잡아내고 보기 3개를 곁들이며 4타를 줄인 스탠퍼드의 최종 스코어는 7언더파 277타. 지난해 11월 43번째 생일을 맞은 스탠퍼드는 2018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동안 이어진 우승 갈증을 역전승으로 씻어내고 통산 7승째를 올렸다.

박인비와 함께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유소연은 1언더파 70타를 쳐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소연은 17번 홀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 18번 홀(파4)에서 7m 버디를 잡아냈다. 여기에 공동 선두로 출발한 재미교포 노예림은 1타를 줄여 공동 2위에 대회를 마쳤다.

재미교포 김찬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올해 최종전인 골프일본시리즈 JT컵(총상금 1억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찬은 지난해 12월6일 일본 도쿄 요미우리컨트리클럽(파70, 7023야드)에서 열린 JT컵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김찬은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서기도 했던 김찬은 3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선두에 2타 차 3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찬은 2번 홀(파3)에서 버디로 순항했다. 3번 홀(파4)에서 보기가 기록됐으나 5번 홀(파4)과 6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김찬은 선두로 전반 홀을 마쳤다. 10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며 주춤하기는 했지만, 13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했고, 16번 홀(파4) 보기 역시 17번 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파워풀한 장타가 주무기인 김찬은 지난 2015년 JGTO에 데뷔했다. 2017년에는 시즌 3승을 거두며 상금왕의 영예도 안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한동안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던 김찬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JGTO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김찬, JGTO 통산 5승 수확
박인비, 아쉬웠던 준우승 

올해 JGTO는 코로나19 여파로 6개 대회밖에 치러지지 않았다. 김찬은 이번 대회에 앞서 2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복귀전인 비자마스터스에서 4위를 차지했고, 던롭피닉스에서는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이어 세 번째 출전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최종전에서 시즌 3승과 함께 통산 60승 달성에 도전한 신지애가 대기록 달성을 잠시 미뤘다. 신지애는 지난해 12월29일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자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JLPGA 투어 2020 최종전인 ‘리코컵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억2000만엔)’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2오버파 290타를 기록한 신지애는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신지애는 KLPGA 투어 20승, LPGA 투어 11승, JLPGA 투어 2승과 유럽과 아시아 투어에서 각 2승씩을 올리며 통산 59승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 2승을 더하며 60승을 목전에 뒀다. 통산 60승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실력으로
변수 없애다

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22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공동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공동 13위로 순위가 밀리며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일본의 ‘신예’ 하라 에리카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하라 에리카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일본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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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