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갤러리도스 상반기 공모전’ 정소윤·정재열·이수진·손수정·박주애·윤영문

‘6인6색’ 기다림의 가운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도스는 1년에 2번 정기공모를 통해 기획공모전을 진행한다. 매번 다른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상반기 공모전에는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 정소윤_누군가 널 위하여 2020_03, 가변 설치, 모노필라멘트사, 산성염색, 머신스티치,  2020, Detail

갤러리도스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번의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 작가들은 매번 새로운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에서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풀어낸다. 올해 1~2월 상반기에는 ‘기다림의 가운데’라는 주제를 가지고 6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다음달 23일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같은 주제로

▲정소윤 =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학사, 동대학원 섬유예술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소윤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에서의 엄마의 기도를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는 자의 기도’ 전을 준비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납골당에서 엄마의 눈물 섞인 기도가 가슴에 남는다. ‘가장이 없이도 평온하길 바랐으나 그러지 못한 일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평온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던 기도”라고 말했다. 

정소윤의 작품은 청소년 시절 가장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불안함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자 했던 기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내면을 다져간다. 정소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삶에 대해 고심하게 하고 누구보다 평온한 삶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재열 = 노출된 상태의 오브제들을 그대로 느껴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 ‘Unknown Visitor’를 선보인다.

정재열은 “잃어버리거나 재회한 사물들, 덩어리와 조각들, 장소와 공간 등의 모든 형태는 젖은 습자지처럼 한 장, 한 장 바스락하게 밀린 채 오브제로 인식된 모습”이라며 “부피가 조금 늘어났고, 소재가 거칠어졌으며 그러다 포근해졌다. 틈마다 온기와 냄새를 가뒀다”고 설명했다.

1년에 2번 정기공모 통해
신진작가들 소개하는 자리

그러면서 “끝내 알 수 없는 미지의 혹은 부재의 모습에서 발견한 모호함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 부재인 상태는 지속된다. 여기서 부재는 침묵이 아니라 지속적인 운동을 뜻한다. 단일화된 감각은 없다. 비로소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 “나의 작업은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모호함, 연약함 같은 미지의 것이 어떻게 우리 삶에서 작용하고 지속되는지에 대한 그리기.” 이수진은 ‘Lover, Ghost and Me’ 전시에서 배설되고 쌓여가는 개인의 감정에 집중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모순과 뒤틀림은 인간에게 무질서하고 불확실하며 폭력적이다. 두려움, 고통, 의심, 슬픔 같은 것들은 인간을 약하고 움츠리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결코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 손수정, 20.12.10 5시59분a.m.-20.12.13 12시41분p.m., 112.1x112.1cm, acrylic on panel, 2020

그는 감정들의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함과 추상적인 그 상태를 색과 인물이라는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미지로 존재하는 회화지만 그 안에서 색과 구성을 통해 미세한 균열, 미묘한 갈등, 모순, 상처 같은 섬세한 감정 묘사를 마치 서술하듯 보여주려 했다. 


▲손수정 = “나는 삶의 끝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인지되지 않는 것’,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손수정은 ‘The Unrecognized’ 전시에서 물감시계·Skin·전구 등 3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죽음을 인지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성찰하고자 했다. 

먼저 물감시계 프로젝트는 초단위로 떨어지는 물감이 모래시계가 아닌 물감시계가 돼 할당량의 물감을 소진하고 그 소진된 물감이 패널에 쌓이는 작업이다. Skin 프로젝트는 생물인 사과에 핀을 구의 형태로 꽂아 부패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전구 프로젝트는 제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전구를 다시 수집해 빛을 투사하는 설치 작업이다. 

결과물의 이면에 담긴
예술가의 소리를 조명

손수정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모든 인생은 제한된 끝을 향한 여정이라는 메멘토모리적 메시지를 선사하고자 한다”며 “동시대적 언어로 3가지의 바니타스 형식을 제시하며 유한한 인생에 대한 고찰과 허락된 시간 속에서 유의미한 삶을 이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박주애 =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박주애는 ‘다비드는 돌을 던졌다’ 전시에서 “하나의 작은 행위, 그 뒤에 나오는 결과를 우리는 정말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 getting lost1, 155x208cm, 광목천에 아크릴, 2019

▲윤영문 = ‘Homometaboism’ 전시를 기획한 윤영문은 “나는 고치 안의 존재로서 완전한 변태를 꿈꾼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길 희망하며 기다린다. 누군가에게 그 기다림이란 다가오는 죽음, 새로이 얻을 생명 혹은 휴식일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불안하고 초조하며 막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다림은 설레고 기대된다. 그 기다림의 끝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고, 과거와 현재의 존재로부터 탈피”라고 말했다. 

다른 전시를

갤러리도스 관계자는 “예술가는 어느 위치에서든 꾸준히 자신의 순간을 기다리며 세상이 자아내는 크고 작은 충돌과 마찰을 흡수하고 새로운 화음으로 빚어낸다. 각자가 발산하는 무수한 소음의 사이에서 귀를 기울이면 예술가의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결과물의 이면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내쉰 숨결이 쌓여있다. 갤러리도스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자신을 선보일 순간을 차분히 기다리며 준비한 작가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잠시 고개를 돌려볼 수 있도록 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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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