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스타 숍’ 봇물…믿어? 말어?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연예인을 내세운 ‘스타 숍’이 뜨고 있다. 옥션, 인터파크, 동대문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은 연예인이 스타일을 추천하는 MD형 ‘스타 숍’으로 운영되고 있고 TV홈쇼핑에서도 이혜영, 황신혜가 운영하는 브랜드가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는 쾌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트렌드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패션 쇼핑몰, 백화점들도 ‘스타 숍’을 입점시키고 있는 추세다.

이병헌·최지우 ‘스타 숍’ 오픈…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 기대
일부 연예인 초기 반짝 매출만 챙기고 계약 취소, 매장 방치하기도
인기 스타 광고 모델로 기용해도 별다른 효과 보지 못해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직접 물품 제작 판매 경영에도 참여

한류스타 이병헌과 최지우가 오는 2월말 도심 백화점형 아울렛몰 나인스에비뉴에 스타 숍을 오픈한다.
나인스에비뉴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최지우 스타일러스숍’은 최지우 단발, 최지우 목걸이 등 드라마 속 패션 스타일을 다양하게 유행시킨 최지우가 현재 출연중인 SBS 수목드라마 <스타의 연인> 속에서 보여줬던 귀고리, 목걸이 및 다양한 종류의 쥬얼리 제품을 선보일 쥬얼리숍이다.

드라마 속에서 선보였던 최지우 쥬얼리를 스페셜 에디션으로 별도 구성했으며 최지우 개인소장품, 애장품, 드라마 소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일러스숍의 판매아이템은 목걸이, 귀고리, 팔찌, 발찌, 브로치, 핸드폰줄 등 약 200여 종이며 가격은 10만원대에서 50만원대다. 최지우 스타숍에는 한국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슈콤마보니도 입점한다.

영화 <놈놈놈>의 이병헌도 모자 전문 브랜드로 구성된 ‘이병헌숍’을 선보인다. 이병헌숍에서 판매되는 모자 상품들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연예인들이 착용,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병헌, 최지우는 대표적인 한류스타인 만큼 스타 숍 오픈으로 외국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 ‘스타 숍’의 경우 아직까지는 연예인이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유명세를 빌려 운영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스타 숍’이 들어서고 있는 대형 의류상가는 항상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연예인들이 신규브랜드나 새로 입점하는 대형쇼핑몰과 계약, 초기의 반짝 매출만 챙기고 그 후에는 계약을 취소하거나 점포를 방치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해당 연예인이 아닌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몇몇 오프라인 ‘스타 숍’
연예인 유명세 빌려 운영

실제 천안의 F쇼핑몰은 오픈당시 12명의 스타를 끌어들였지만 현재 유지되고 있는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5명이 고작이다. 스타들이 운영하는 의류매장이 많다고 소문난 동대문 쇼핑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연예인 옆 매장의 상인 L씨는 “연예인 C가 나온 걸 본 적이 없다”며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은 많이 오는데 정작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불광역에 위치한 복합쇼핑공간으로 분양 당시부터 각종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팜스퀘어’는 2005년 9월 오픈 당시 가수 비가 등장한 대대적인 광고와 3층에 입점하는 스타 숍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진정한 복합쇼핑공간으로서의 명맥은 잇지 못했다.
당시 ‘팜스타존’ 스타 숍에 입점하는 연예인의 면모는 화려했다. 노홍철, MC 몽, 유진, 이의정, 김창렬, 황인영, 홍진경 등이 스타 숍 매장을 오픈한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고 실제 이 가운데 일부는 매장을 운영했지만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철수하고 말았다.

오픈 앞둔 복합쇼핑몰들은
연예인 앞세워 대대적 홍보

이미 몇 년 전부터 오픈을 앞둔 복합쇼핑몰들이 분양 과정에서 스타 숍의 입점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확산돼 왔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스타 숍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인기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스타 숍이 입점해 영업 중인 복합매장도 있다. 인천 부평의 스타빠루뚜가 대표적이다. 스타빠루뚜에는 14명의 연예인이 스타 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스타빠루뚜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얼마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예인은 이름을 내걸어 유명세만 빌려준 뒤 실제 운영자와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 대부분인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인이 부업을 하는 경우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을 맡고 연예인은 이름만 빌려준다. 가끔 매장에 들리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며 “얼마 전 이승연이 동대문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할 때는 거의 매일 매장에 나가 직접 운영을 맡는 바람에 인근 상권까지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는 자숙 기간이라는 특별 기간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모든 연예인이 이승연처럼 해주길 바랄 순 없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복합상가에 스타 숍 입점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마치 입점이 결정된 것인 양 기사가 나와 황당해하며 반발하는 연예인도 상당수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시 초기 화제성과 인지도 상승효과에는 스타의 유명세가 큰 도움이 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상품력이 중요하다”며 “디자인, 품질, 가격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울 때 긍정적 구전효과를 누리면서 장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창업으로 성공한 연예인들이 언론의 집중을 받으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부업으로 패션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연예인들의 패션 감각과 유명세를 이용하겠다는 전략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기만으로는 성공 못해
체계적 준비과정 거쳐야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직접 물품의 제작 판매,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 숍’ 초기에는 이효리처럼 연예인이 판매자의 모델로 활동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스타가 직접 물품을 제작, 판매하는 형태의 ‘스타 브랜드숍’ 형태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 사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홍보인데 연예인들은 그 점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좋은 조건이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아니다 싶으면 무섭게 외면할 정도로 쇼핑을 잘 안다”며 “본인의 의지와 의욕만 믿기보다는 체계적인 준비를 거쳐 독특한 아이템으로 창업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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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