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겨눈 공정위 칼날

봐줄 만큼 봐줬다…걸리면 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가 결정되면서 IT 대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총수의 개인회사는 물론이고, 다수의 자회사들이 사익편취 규제의 사정권에 이름을 올린 여파다. 불똥의 크기에 따라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양상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한층 철저해진다. 지난해 12월9일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말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로 확대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20% 이상 비상장사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매서운
감시의 눈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강화된다.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범위가 한층 확대되는 셈이다.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64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186곳의 내부거래(8조8000억원) 금액은 전년 대비 1000억원가량 줄었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11.9%로 1.0%p. 증가했다. 

사각지대 회사(343개)의 내부거래 금액은 26조5000억원으로 규제 회사(8조8000억원)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당 내부거래 금액도 사각지대 회사(800억원)가 규제대상 회사(500억원)보다 많았다. 사각지대 회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30개), 규제 대상 회사의 자회사(197개),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의 자회사(116개)를 말한다.


규제 대상 회사보다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가 많다는 건 규제를 피해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철퇴 현실로
코앞에 다가온 역대급 한파

앞서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지배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현행 의무 지분율이 충분한지 의문이 있었던 만큼, 더 높여야 한다”며 “지주회사가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규제 강화로 인해 IT 대기업들 역시 규제 한파의 최전선에 내몰리게 됐다. 상호출자제한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IT 빅4(▲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는 6개에서 29개로 증가한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교차한다.

카카오는 2019년 자산총액 10조6000억원으로 IT기업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 ‘대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지난해에는 자산총액이 더 늘면서 재계 순위가 23위까지 뛰어올랐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포니정재단

지금까지 카카오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곳은 케이큐브홀딩스와 오닉스케이 등 2개였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의 개인회사, 오닉스케이는 김범수 의장의 동생인 김화영씨의 개인회사다.

발목 잡은
총수 지분


이번 법 개정으로 기존 2개 회사뿐 아니라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분 100%를 소유한 티포인베스트와 오닉스케이의 완전 자회사 뉴런잉글리쉬가 규제 대상에 신규 추가된다. 김화영씨는 케이큐브홀딩스의 대표이사, 오닉스케이와 티포인베스트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티포인베스트는 부동산임대, 관리, 컨설팅을 영위하는 부동산관리 업체로 원래 김 의장 개인회사였다가 2015년쯤 케이큐브홀딩스로 넘어갔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 100%를 김범수 의장이 지녔다는 점에서 모회사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김범수 의장의 개인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뉴런잉글리쉬는 케이큐브홀딩스가 2015년 인수한 영어학원이다. 당시 카카오가 에듀테크 분야에 진출한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이듬해 3월 오닉스케이에 매각했다. 

넥슨은 2017년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네오플 등 주요 온라인게임 계열사의 매출 호조에 따른 자산총액 증가의 영향이었다. 2016년 말 기준 넥슨에 소속된 회사는 22개, 자산총액은 5조5380억원 규모였다.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총수로 지정된 상태다.

법 개정 후
희비 교차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된 이래 넥슨의 재계 순위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7년 52위였던 넥슨의 재계 순위는 이듬해 4계단 뛰어올랐고,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7위,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넥슨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곳은 NXC와 와이즈키즈에 국한된다. NXC는 넥슨의 최상위 지배기업이고, 와이즈키즈는 넥슨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다.

올해 말부터는 개정안에 따라 NXC가 지분 100%를 소유한 아퀴스코리아와 VIP사모주식형펀드1호, 와이즈키즈 산하의 엔엑스프로퍼티스가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아퀴스코리아는 외국식 음식점업과 시스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주요 사업으로 등록해놓고 있다. 부동산임대 업체인 엔엑스프로퍼티스는 와이즈키즈가 2015년 NXC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넷마블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처지에 놓였다. 넷마블은 유가증권 상장에 따른 2조7000억원의 자금 유입 덕분에 자산총액이 5조7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총수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재계 순위는 47위로, 전년(57위) 대비 10계단 상승했다.

규제 적용 대상 5배 확대
대기업 피해 부러운 경쟁자

그간 넷마블은 총수가 지분 99.4%를 보유한 신기술 포장재 제조사 ‘인디스에어’ 1곳만 규제를 받아 총수 지정에 따른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규제 대상 기업은 19곳으로 늘어난다. 총 23개의 국내 계열회사 가운데 4곳을 빼고 규제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5번째로 증가 규모가 컸다. 

▲ 김정주 NXC 대표

지배회사인 넷마블이 신규 규제 대상에 포함된 여파가 컸다. 넷마블의 규제 대상 포함은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 지분 2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미디어웹 ▲에브리플레이 ▲구로발게임즈 ▲넷마블네오 등 넷마블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17곳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자회사들이 대거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되면서 내부 거래 매출은 2019년 말 기준 0원에서 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내부거래 비중은 24%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네이버는 규제의 화살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지음’만 규제 대상에 올렸을 뿐 신규 추가된 회사가 없다. 지음의 경우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개인회사라는 특성이 작용했다. 네이버 산하의 계열회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틀에서 한발 비껴나 있다. 이해진 GIO의 네이버 지분이 3.7% 수준에 불과한 까닭이다. 

몸집 불리기
독으로 작용

IT 대기업들이 일제히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동종업계에서는 자산규모 미달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받지 않은 엔씨소프트가 가장 속 편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2018 말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약 3조4000억원 수준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5조원을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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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