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단일화 고차방정식

‘영끌’해도 겨우 이길까 말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에서는 특히 3석의 열린민주당이 상승세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관계가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있어, 범여권 단일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사진 왼쪽부터)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올해 4월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 야권 잠룡들이 출격하면서 범여권이 긴장하고 있다. 현재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론된다. 이종구·이혜훈·김선동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경선에 합류했다.

후보 단일화
분열 필패

재보궐선거는 여야 할 것 없이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에서는 ‘분열하면 필패’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단일화는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합의하느냐다. 

후보 단일화를 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누구라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경선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자연스럽게 범여권에서도 단일화론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야권보다는 후보군들의 출마 선언이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직을 위해 당헌을 개정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민심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선거 정국을 이끌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만이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이자 4선 중진이다. 이외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이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권 단일화 공감, 여권 움직임은?
열린민주당 향한 러브콜 통합 수순?

박 장관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속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지원 대책이 시급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박 의원의 경우 일찌감치 서울시장에 뜻이 있음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난항을 겪고 있어, 한동안은 여기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서울시장 최초의 도시 전문가 출신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 의원의 출마에 민주당 내에서는 당장 환영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여권은 야권 단일화에 맞서 당대 당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열린민주당과 통합해 여권의 기반을 넓히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 의원의 러브콜이 경선을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문 강성 지지층을 포섭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당내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지난해 12월 5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지난 조사 대비 민주당 지지율이 5.5%p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8%p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게다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임기 말 레임덕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열린민주당
러브콜 보내

무엇보다 선거는 구도다. 여권과 야권이 1대1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범여권이 단일화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재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현 정부의 과오를 심판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선거라 볼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은 당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은 6∼7% 선이다. 통합 시 적어도 3~4%는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판단된다. 또 열린민주당에 강성 민주당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시너지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열린민주당 내에서는 여권 내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갈망이 크다. 진보진영의 표 분산을 막고 당의 세력을 불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진애 의원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이나 열린민주당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같이 갈 수 있는 여지를 민주당이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상 단일화 수순을 시사한 셈이다.

열린민주당이 최근 당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과)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81.8%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 차원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범여권 표 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열린민주당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아직 미지근한 상태다. 열린민주당을 향한 지도부의 ‘괘씸죄’ 때문이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봉주·손혜원 전 의원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민주당의 공천 탈락자들을 영입하면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위협했다.

정의당
캐스팅보터

결국 열린민주당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3석을 만들었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나도 합당은 없을 것”이라며 여러 번 선을 그은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의당이다. 야권에서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정의당 표 없이도 민주당이 이길 수 있지만,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3파전이라면, 정의당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보정당과 단일화를 하지 않아 0.6%로 차이로 낙선한 전례가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민주당 강태웅 후보는 6만3001표(47.1%)를 얻어 6만3891표(47.8%)를 거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에게 패배했다. 캐스팅보터는 정의당 정연욱 후보. 정 후보는 4251표(3.1%)를 얻어 이들의 당락을 갈랐다.
 

▲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의원들 ⓒ박성원 기자

진보정당은 선거 때 단일화보다는 독자후보를 내는 경향이 뚜렷하다. 정의당 역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독자 완주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후보를 통해 진보 서울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겠단 계획이다. 현재는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민주당 단체장들의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에 의해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정의당은)처음부터 민주당이 당헌에 맞게 공천을 안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단일화를 논하기에 정의당과의 관계가 최근 복잡미묘해졌기 때문이다.

정의당 변수…관계 악화
‘미니 대선’ 민주당 사활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범여권으로 묶이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있었던 일명 조국 사태였다. 이후 정의당원들이 대거 탈퇴했고, 심상정 전 대표는 당의 쇄신을 외치며 사과했다.

하지만 정의당의 수난기는 계속됐다. 21대 총선 정국에서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의 난립으로 정의당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의석 수를 얻으면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이후로 민주당과 정의당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의당이 민주당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논평을 내자, 그는 “브리핑을 고치지 않으면 낙태죄 등 법안 통과를 돕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후 정의당 내에서는 거대정당의 횡포를 두고 크게 반발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두 정당 간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의당 당론 1호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관련 법안을 두고 정의당과 민주당의 의견 차가 큰 상황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측이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정의당의 의견을 일부 반영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제안하는 식이다.

민주당 사활
뺏기면 레임덕

민심이 악화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단일화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재보선을 잡지 않으면 그대로 임기 말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대권가도를 걷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차기 대권행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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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