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단일화 고차방정식

‘영끌’해도 겨우 이길까 말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에서는 특히 3석의 열린민주당이 상승세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관계가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있어, 범여권 단일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사진 왼쪽부터)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올해 4월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 야권 잠룡들이 출격하면서 범여권이 긴장하고 있다. 현재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론된다. 이종구·이혜훈·김선동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경선에 합류했다.

후보 단일화
분열 필패

재보궐선거는 여야 할 것 없이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에서는 ‘분열하면 필패’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단일화는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합의하느냐다. 

후보 단일화를 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누구라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경선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입당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자연스럽게 범여권에서도 단일화론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야권보다는 후보군들의 출마 선언이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직을 위해 당헌을 개정하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민심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선거 정국을 이끌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만이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이자 4선 중진이다. 이외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이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권 단일화 공감, 여권 움직임은?
열린민주당 향한 러브콜 통합 수순?

박 장관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속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지원 대책이 시급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박 의원의 경우 일찌감치 서울시장에 뜻이 있음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난항을 겪고 있어, 한동안은 여기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서울시장 최초의 도시 전문가 출신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 의원의 출마에 민주당 내에서는 당장 환영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여권은 야권 단일화에 맞서 당대 당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열린민주당과 통합해 여권의 기반을 넓히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 의원의 러브콜이 경선을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문 강성 지지층을 포섭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정권재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당내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지난해 12월 5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지난 조사 대비 민주당 지지율이 5.5%p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8%p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게다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임기 말 레임덕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열린민주당
러브콜 보내

무엇보다 선거는 구도다. 여권과 야권이 1대1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범여권이 단일화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재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현 정부의 과오를 심판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선거라 볼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은 당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은 6∼7% 선이다. 통합 시 적어도 3~4%는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판단된다. 또 열린민주당에 강성 민주당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시너지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열린민주당 내에서는 여권 내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갈망이 크다. 진보진영의 표 분산을 막고 당의 세력을 불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진애 의원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이나 열린민주당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같이 갈 수 있는 여지를 민주당이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상 단일화 수순을 시사한 셈이다.

열린민주당이 최근 당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과)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81.8%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 차원에서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범여권 표 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열린민주당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아직 미지근한 상태다. 열린민주당을 향한 지도부의 ‘괘씸죄’ 때문이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봉주·손혜원 전 의원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민주당의 공천 탈락자들을 영입하면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위협했다.

정의당
캐스팅보터

결국 열린민주당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3석을 만들었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왔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나도 합당은 없을 것”이라며 여러 번 선을 그은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의당이다. 야권에서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정의당 표 없이도 민주당이 이길 수 있지만,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3파전이라면, 정의당이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보정당과 단일화를 하지 않아 0.6%로 차이로 낙선한 전례가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민주당 강태웅 후보는 6만3001표(47.1%)를 얻어 6만3891표(47.8%)를 거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에게 패배했다. 캐스팅보터는 정의당 정연욱 후보. 정 후보는 4251표(3.1%)를 얻어 이들의 당락을 갈랐다.
 

▲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의원들 ⓒ박성원 기자

진보정당은 선거 때 단일화보다는 독자후보를 내는 경향이 뚜렷하다. 정의당 역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독자 완주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후보를 통해 진보 서울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겠단 계획이다. 현재는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민주당 단체장들의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에 의해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정의당은)처음부터 민주당이 당헌에 맞게 공천을 안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단일화를 논하기에 정의당과의 관계가 최근 복잡미묘해졌기 때문이다.

정의당 변수…관계 악화
‘미니 대선’ 민주당 사활


정의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범여권으로 묶이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얻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있었던 일명 조국 사태였다. 이후 정의당원들이 대거 탈퇴했고, 심상정 전 대표는 당의 쇄신을 외치며 사과했다.

하지만 정의당의 수난기는 계속됐다. 21대 총선 정국에서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의 난립으로 정의당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의석 수를 얻으면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이후로 민주당과 정의당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의당이 민주당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논평을 내자, 그는 “브리핑을 고치지 않으면 낙태죄 등 법안 통과를 돕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후 정의당 내에서는 거대정당의 횡포를 두고 크게 반발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두 정당 간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의당 당론 1호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관련 법안을 두고 정의당과 민주당의 의견 차가 큰 상황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측이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정의당의 의견을 일부 반영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제안하는 식이다.

민주당 사활
뺏기면 레임덕

민심이 악화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단일화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재보선을 잡지 않으면 그대로 임기 말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대권가도를 걷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차기 대권행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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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