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청와대 마지막 승부수

원투펀치로 거물 때려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초대 공수처장과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결정됐다. 두 후보자 모두 판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비검찰 출신이다. 검찰총장으로부터 카운터펀치를 맞은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위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고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법무부 장관에 비검찰 출신을 앉혔던 문 대통령은 초대 공수처장도 판사 출신으로 선택했다. 

질질 끌다
드디어 출범

김 후보자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고고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한 뒤 1995년부터 판사로 일하다가 1998년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28일 공수처창 후보 추천위원회는 김 후보자와 함께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추천했다. 두 사람 모두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다. 청와대는 “두 후보 모두 훌륭했으나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에 더해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지고 있다”며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공수처 출범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 부패 없는 사회를 위한 약속”이라며 “김 후보자가 공수처의 중립을 지키며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고, 또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 반부패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 후보자는 서울·전주·대전지법 판사를 거친 뒤 참여정부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19~21대 국회의원으로 일하며 법제사법위 간사, 사법개혁특위 간사 등을 맡았다.

오전 공수처장, 오후 법무장관
청, 비검찰 출신 기조 이어가

재심 끝에 진범이 밝혀진 삼례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사건의 배석판사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사과한 바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 후보자는)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제20대 사법개혁특위 간사, 민주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 엄중한 상황에 이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서 어깨가 참 무겁다”며 “이제 법무 행정도 혁신해 국민의 민생 안정에 힘이 돼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잘하겠다”고 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이번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일격을 맞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정부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은 공수처 출범과 맞물려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인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와 박 후보자의 지명 배경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한 부분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24일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 대통령이 타격을 입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가 “2개월의 정직 처분은 본안 소송 판결 선고일부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자체가 무산됐다. 

윤에 맞고
사과했지만…

문 대통령은 법원 판결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과했다.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사안이 법원 결정에 뒤집히면서 정권 책임론이 불거지자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범죄 정부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30일 윤 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6일 만에 “국민들께 큰 혼란을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법원은 징계사유에 관한 중요 부분의 실체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실무와 해석에 논란이 있는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며 “그것도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내세웠고 법무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앞서 직무배제 조치 가처분 소송에서도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장관은 연전연패를 기록하고, 장관 자리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16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하면서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했다”며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고 차기 법무부 장관이 결정되면 검찰은 또 다시 일대 대변혁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도 다시
검찰개혁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해 온 기소권이 공수처로 일부 이전되면서 검찰 권력을 견제할 조직으로 평가받았다. 법조계는 고위공직자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면 즉각 응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기소권은 분리한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무소불위 공수처장 후보를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지목했다”며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의 내사정보부터 공직비리 수사까지 모두 보고받고 가져갈 수 있다. 헌법에 없는 최상위 수사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감사 방해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정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공수처가 앗아가는 순간 청와대 사수처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도덕성도 실력도 검증 안 된 ‘묻지마 공수처’는 친문 청와대 사수처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검찰이 월성원전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신임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가 예정돼있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인사를 단행,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윤 총장의 수족이 다 잘려나갔던 추 장관의 지난해 1월 인사는 ‘검찰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이후에도 추 장관은 검찰인사를 통해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장 월성원전 수사팀이 타깃으로 꼽히고 있다.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이상현 부장이 인사조치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월성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월성 자료와 파일 530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윗선 개입과 관련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로 정권 수사 가져오고
장관이 인사로 수사팀 날리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인사 과정에서 월성원전 수사팀이 공중분해되면 수사 동력 자체가 상실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게 되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청와대 관련자 소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원천 차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월 검찰인사가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의 관계 정립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검찰과의 관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도 지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하지만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22일 대검찰청에 대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부딪쳤던 바 있다. 당시 박 후보자는 “너무나 윤 총장을 사랑하는 본 의원이 느낄 때 (윤 총장의 정의는)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비판하자,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 과거에 저에 대해서는 안 그러셨잖습니까”라고 반박했다. 

여권도 검찰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에 발맞추고 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모인 ‘처럼회’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줄인 것을 넘어 제도적으로 아예 없애겠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형집행권, 국가소송 수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법치국가가 발전할수록 검찰이 국가 최고의 권력으로 군림한다”며 “검찰의 집중된 권한에도 불구,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아예 없애자”

그러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던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을 갖는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와 공정한 형사사법절차 구현 및 사법신뢰도를 제고하고자 공소청법 제정안을 발의한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