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김종영미술상 수상전 박일순

절제의 미를 위한 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종영미술관이 박일순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2018년 제15회 김종영미술상 수상자인 박일순의 수상 기념전이다. 박일순은 미발표 최근작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에게 신록의 공간을 선사한다. 
 

▲ Green, 3600x1200mm, veneer, acrylic, 2019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 김종영 선생은 일생을 한국조각예술교육에 헌신했다. 후학과 유족은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90년 2월13일 우성 김종영 기념사업회를 발족했다. 김종영조각상은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제정됐다. 1990년 12월8일 제1회 김종영조각상을 시상한 이래 격년으로 진행 중이다. 

회화적 조각

13회까지는 45세 이하 젊은 조각가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14회부터는 기념사업회와 <매일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하며 미술상으로 새롭게 확대했다. 김종영 선생이 조각가이면서도 많은 드로잉과 회화 작품, 서예 작품을 남긴 것을 기리기 위함이다. 

박일순은 2018년 제15회 김종영미술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박일순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서화 전통을 재해석해 조각과 결합해왔다. 이는 ‘절제의 아름다움’을 모색한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1990년부터 격년 주기 시상
조각상서 미술상으로 확대


박일순은 입체조각과 평면회화를 넘나들며 자연과 생명의 순환을 담았다. 재료의 물성과 형태를 존중하며 작위성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김종영 선생님의 치열한 작업 태도와 반듯한 생활에 영향을 받았다”며 “그 정신을 본받아 작품으로 더 좋은 세상을 그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일순은 오랜 시간 나무로 작업하고 있다. 전시된 나무는 벌목 후 남은 그루터기, 면봉, 연필, 합판 등의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박일순의 작품은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김종영미술관 관계자는 “그 옛날 국어책에서 <실록 예찬>을 읽던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표현했다. 

박일순은 “조각을 한답시고 벌채된 나무들이 켜켜이 누워서 다음 생을 꿈꾸는 왕십리 목재상에서 전봇대보다 긴 향나무를 골랐다. 절단하던 체인 톱날에 살점을 날리며 향기를 토해내던 그 향나무의 처연함을, 아직 살아 있다는 듯이 물기 머금은 붉은 꽃을 내보이던 그때 그 섬뜩함과 미안함을 나는 오래 기억한다”고 전했다. 
 

▲ Green, 2340x2000x30mm, acrylic, canvas, wood, 2020

이어 “베니어판을 마주하고 나무를 상상한다. 거대한 숲에 나무가 살았을 그의 근본에 대해, 생명의 기운을 충천하던 그의 시간과 숨결의 흔적을 애무하며 위로의 예를 다해 그의 꿈을 되살린다”고 말했다. 

김종영미술관 관계자는 “물질을 다루는 조각가만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말 못하는 나무이지만 엄연한 생명체였고, 어쩌면 자신보다 오랜 세월을 한자리에서 묵묵히 견뎌왔을 것이다. 한 편의 우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근 50년간 조각가로 활동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이처럼 처연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위한 천도제
초록빛 싱그러움 만개


그는 작업노트에 “나의 일은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고 이해하는, 그러나 여전히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의 비밀, 그 신비한 질서에 다가가는 그런 것이라 여긴다. 이것이 가치 있는 일인지, 헛되고 부질없는 짓인지는 세상과 시장의 기준으로 잴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박일순 작품의 기조를 이루는 자연과 생명, 순환의 세계에 대한 그의 관조적 태도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내밀하게 교감해 재료의 물성에 대한 존중, 절제된 은유와 상징으로 자연의 본성을 환기시킨다.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회화적 조각, 조각적인 회화의 특성을 보인다. 

박일순의 작품은 자신의 작업을 위해 희생된 제물들에 대한 천도제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 손 건너 일어난 일에는 감성적으로 무딘 우리의 모습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 만물이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이 실로 어떤 존재인지 반성하게 된다. 
 

▲ Violet, 1310x230x150mm, thread on wood, acrylic, 2018

수십년 전 왕십리 목재소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박일순을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세기 여정을 통해 미술마저 고도로 산업화한 시대에 예술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한다. 

조각적 회화

김종영미술관 관계자는 “김종영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미술계가 그의 작품을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불어 그가 일에 더욱 매진해 한국미술계의 절제의 아름다움의 결정체를 선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2월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일순은?]

박일순은 이화여대 미술대학 조소과, 동대학원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부터 2016년까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일했다.

15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을 여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 중이다.

제15회 김종영 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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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