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조 비서실장’ 유영민 임명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04 10:10:02
  • 호수 13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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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막을 히든카드 꺼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뒤를 이어 문재인정권 ‘순장조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후임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이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을 선택한 이유를 추적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오는 8일 취임 2년을 맞을 예정이었다. 정치권은 이날을 전후로 노 전 실장의 교체를 예상한 바 있다. 앞서 노 전 실장 등 청와대 참모 6명은 사의를 표명했다.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부동산 민심을 악화시킨 책임을 지겠다는 것. 당시 노 전 실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여론 뭇매
결국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노 전 실장의 똘똘한 한 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노 전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비판받을 소지가 여럿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으며, 김남국 의원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부동산 민심을 악화시킨 노 전 실장을 향해 불쾌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논란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실장의 사표를 반려했다. 정치권은 후임자 찾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임기를 채우는 쪽을 선택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철학도 노 전 실장의 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비서실장 교체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 전 실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28일 다시 한 번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주위의 만류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문 임기 끝날 때까지…
노영민 후임으로 임명

다만, 문 대통령에게 후임 비서실장에 대한 의견과, 후임이 정해지면 언제든 물러날 뜻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노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0일 다시 한 번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 등과 함께 사표를 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어주고, 국정일신의 계기로 삼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의를 표했다”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문 대통령이 백지 위에서 국정운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신년연휴 동안 장고에 들어간 뒤 노 전 실장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8일은 노 전 실장이 취임 2년을 맞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는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채우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3기 청와대 참모진을 소개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노 전 실장의 후임으로 낙점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중 한 명이 후임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발탁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깜짝 인사’라는 평이다.

국정 운영
부담 더나?

유 신임 비서실장은 지난 2016년 1월15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영입한 두 번째 기업인 출신이다. 첫 번째는 민주당 양향자 의원이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당선됐다.

유 비서실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영입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며 “내가 살아온 환경과 인간관계 전반이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고 당의 최근 모습 또한 많은 실망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간절한 몸부림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좋은 희망을 갖게 됐다. 정치가 건강해질 수 있는 일이라면 국가를 위해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유 비서실장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 경영인으로 LG전자에 오래 몸담았다.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ICT 사업총괄 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이 주요 이력이다. ‘국내 CIO(최고정보책임자) 1세대’라는 독특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 ⓒ박성원 기자

유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친문 인사다. 민주당이 유 비서실장을 입당시킬 당시 문 대통령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같이 부산 출신인 유 비서실장은 20대 총선에서 해운대갑에 출마했지만,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게 패했다. 

이후 유 비서실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지난 2017년 7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유영민 당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으로 여야가 공방을 펼친 바 있다. 야권은 보은 인사 논란과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배우자의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LG 출신
전문경영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한국당)은 유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와의 인연으로 장관 후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LG전자 부하직원인)건호씨 결혼식에서 유 후보자를 만나 ‘우리 아들을 잘 봐달라’고 인사했다”며 “이후에(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유 후보자 부부와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전자는 미래 대비에 실패한 기업이다. 문 대통령이 LG전자 상무 출신을 미래 한국의 책임자라고 내놓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유 후보가 LG전자에서 귀인을 만난 것 같다. 노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올 수 있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배우자의 위장전입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자가 경기도 양평군 농지 일대 주택를 소유하고 있는데 투기목적이 아니냐는 것. 유 후보자는 “위장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부인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낮은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특히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특혜채용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살 만하고, 사과드린다”며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너무 저자세다. 의혹이 없는데 왜 사과까지 하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유 비서실장은 지난 2019년 9월 장관 임기를 끝마치고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이번에도 출마 지역은 해운대갑이었다. 하 의원과의 ‘리턴매치’였다. 하 의원은 개표 중반부터 큰 표 차로 유 비서실장을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두 번째 고배였다. 

문 대통령이 유 비서실장을 노 전 실장의 후임으로 깜짝 발탁한 이유에 대해 정가에서는 소문이 무성하다. 첫 번째는 내년 4월에 열리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겨냥한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굳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매서워진 재계 민심 잡으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우려할만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과 <부산일보>의 의뢰로 지난해 12월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같은 달 28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야권 후보가 1, 2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에 문 대통령에 이은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 자리에 부산 인사를 앉혀 민주당 측 부산시장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꾸준히 들렸다. 한때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서실장설이 정치권에서 나온 이유다. 이 전 수석 역시 부산 출신이다.

두 번째는 ‘재계 민심잡기’라는 해석이다. 기업가 출신인 유 비서실장은 장관 퇴임 이후 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으며, 지난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유창의교육원 교수로 활동한 바 있다.
 

▲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성준 기자

유 비서실장은 과학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청와대와 콘셉트가 일치한다는 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과 소통이 원만할 만큼 유연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문재인정권을 향한 재계 민심은 악화일로에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상황도 재계 민심이 나빠지는 데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재계가 지난해 12월29일 국회를 찾아 중대재해법에 대한 염려와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경영책임자 처벌, 법인 벌금 부과,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4중 처벌’에 해당한다는 우려였다.

중대재해법
재계 부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1소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을 만나 중대재해법에 대해 “4중 처벌 규정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기업과 사업주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것보다 재해 예방 정책부터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다. 

손 회장의 국회 방문은 사전 약속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재계가 중대재해법에 대한 정부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외식업계 역시 지난해 12월31일 “중대재해법에 영세 소상공인까지 범죄자로 내모는 독소조항이 포함돼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이 가장 반발하는 조항은 ‘다중이용업소 처벌 조항’으로,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하는 사망·상해 사고에 대해서도 해당 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라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단식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중대재해법 정부안에 대해 정부가 재계 편들기에 나섰다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협상 파트너인 국민의힘과의 대화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재계 민심에 밝은 유 비서실장을 노 전 실장의 후임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실패로 끝난 노영민 체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 시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노 전 실장을 포함해 5명의 청와대 참모진이 일괄사표를 제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실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최고 책임자만 살아남은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유임 이후 약 5개월 동안 민심은 바닥을 향해 나아갔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더욱 심화되며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인 40%가 무너졌다.

결국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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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