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비대칭’ 후계구도, 왜?

굳히기냐 판 뒤집기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올해는 깨끗한나라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유해성 생리대 논란에서 비롯된 적자 행진 이후 꼭 3년여 만이다. 실적 개선은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시기와 겹친다.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와 함께 3세 경영 체계가 안착하는 형국이다. 다만 미묘한 대목이 있다. 후계구도는 장남을 중심으로 구축됐지만, 올해 실적 견인의 최선봉에는 장녀가 있었다는 점이다.
 

▲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깨끗한나라

깨끗한나라 3세 경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실적 변화를 살펴보면 그렇다. 지난 2017년 회사는 ‘생리대 파동’을 겪었다. 당시 깨끗한나라 브랜드 릴리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러 전문기관에서 유해성이 판명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소비자의 발걸음은 떠난 지 오래였다. 결국 깨끗한나라는 2017년 200억원대, 2018년 3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연속 적자

깨끗한나라는 지난 2019년에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당시 연결기준 순이익은 -117억원. 직전년도에 비해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연이은 실적 하락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매각설까지 불거졌다. 깨끗한나라는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사 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너 3세들을 경영 전면에 세웠다.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셈이었다. 최병만 회장의 장녀 최현수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남 최정규씨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오너 3세 모두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관심이 곧 기대로 바뀌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너 3세의 승진과 경영 참여 시기에 맞물려 실적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깨끗한나라의 지난해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35억원으로 직전년도 -95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순이익은 2·3분기에서도 각각 116억원, 59억원씩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순이익은 모두 311억원이었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298억원에 비하면 가시적인 수치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깨끗한나라는 2017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지속된 적자 행진을 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경영 전면에 등장한 오너 3세들이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장녀 최현수 사장의 입지가 공고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1979년생인 최 사장은 전문 경영인인 김민환 부사장과 함께 깨끗한나라를 이끌고 있다. 최 사장은 일짜감치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는 미국 보스턴대학교 졸업 이후 지난 2006년 깨끗한나라에 입사했다. 마케팅팀과 생활용품 사업부 등을 거쳤다.

3년 적자 이후 흑자 ‘3세 경영’ 연착륙
실적 견인 장녀·최대주주 장남…결과는?

특히 최 사장은 전무로 재직할 당시 개발한 기저귀 브랜드 ‘우리아기 첫 순면 속옷’과 아기용 프리미엄 물티슈 ‘비야비야’의 흥행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너 3세 가운데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다는 해석이 나왔고, 최 사장은 향후 깨끗한나라를 이끌 후계자로 언급됐다.

반면 기타비상무이사로 올해 처음 이름을 올린 장남 정규씨는 최 사장과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선보인 바 없다. 1991년생인 그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것 외에는 특별한 경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장녀 최 사장의 승계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깨끗한나라 본사 ⓒ네이버 지도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는 정규씨다. 그가 보유한 지분율은 15.96%다. 반면 최 사장의 지분율은 7.63%에 그친다. 정규씨가 깨끗한나라 최대주주로 올라선 때는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깨끗한나라 최대주주는 희성전자였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지난 2009년 존폐에 놓인 깨끗한나라를 살리기 위해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구본능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최병민 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녀 구미정씨와 결혼했다. 쉽게 말해 구 회장은 여동생 남편이 경영하는 회사를 위해 구원의 손길을 뻗은 셈이다.

2014년 6월까지 희성전자가 보유한 깨끗한나라 지분율은 71.61%였다. 하지만 그 다음달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이때 희성전자가 보유한 깨끗한나라 주식을 가장 많이 쥐게 된 인물이 정규씨였다.

이전까지 정규씨가 소유한 깨끗한나라 주식은 ‘0’이었다. 하지만 희성전자의 도움으로 정규씨의 지분율은 24.51%로 수직상승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3세였다. 회사 경영기획을 담당했던 최 사장의 지분율은 11.77%에 그쳤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LG그룹의 ‘장자 승계 가풍’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 녀?

정규씨는 지난해에도 회사 지분을 늘렸다. 깨끗한나라 특수관계 회사로 분류되는 ‘나라손’은 지난해 12월15일과 17일, 보유하고 있던 깨끗한나라 주식 전량 3만1081주를 시간외매매와 장내매도를 통해 처분했다. 나라손은 정규씨의 누나이자 최 사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다. 정규씨는 시간외매매와 장내매수를 통해 나라손이 처분한 주식을 모두 사들였다. 반면 최 사장은 지난해 지분을 따로 확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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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