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스타 강사 설민석

어쩐지 너무 재밌더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스타 역사 강사로 이름을 알린 설민석. 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가 논란에 휩싸였다. 두 번째 방송까지 시청률 5.9%를 얻으며 순항을 예고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역사왜곡 지적으로 한순간에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설민석과 제작진은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여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고개 숙인 역사 강사 설민석 ⓒ유튜브

스타 역사 강사 설민석이 세계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설민석은 tvN 예능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콘셉트의 방송이다. 곽민수 한국이집트학연구소장은 지난 20일, 이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곽민수 소장은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와 더럼대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한 전문가다.

전문가 비판
제작진 시인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라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 말했다고 한 것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곽민수 소장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정설이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 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강조했다.

곽 소장은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이건 언급되는 사실관계 자체가 수시로 틀렸다. 제가 자문한 내용은 잘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보지 마시라”며 “이번 논란 속에서 소위 ‘설민석 류’라고 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조금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틀린 부분 많다” tvN 세계사 강의 파문
뒤늦게 머리 숙여…신뢰 회복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 설민석의 과거 역사 왜곡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설민석은 2016년 tvN 교양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태조 이성계를 여진인이라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정도전, 이성계, 무학 대사의 조선 건국기를 강의하던 중 이성계가 귀화한 여진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해당 내용이 방송된 후 다수의 역사학자들은 이성계의 여진족 설은 학계에서 부정되는 내용이며 여러 자료를 통해 반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설민석은 2013년 인터넷 강의 도중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설민석은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인 태화관이 있었다. 민족대표들이 그곳에 모여 술을 마시곤 했다”며 “민족대표 33인 중 대부분이 1920년대 친일파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역사학자 곽민수 ⓒ유튜브

이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은 “독립선언을 룸살롱 술판으로 변질시키고 손병희의 셋째 부인인 주옥경을 술집 마담으로 폄훼했다”고 주장하며 설민석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자유로운 역사 비평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허용할 수밖에 없는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민족대표들이 1920년대 대부분 친일로 돌아서게 된다고 언급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했다. 

태화관에 있었던 민족대표들 중 3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3·1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인해 옥고를 치르고 나왔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각자 나름대로의 독립운동을 펼쳐 나갔거나 적어도 친일반민족 행위라고 평가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고 지내왔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과거에도 논란
명예훼손 판결

또 민족대표들이 거사 당일 이완용의 단골집인 룸살롱에 갔다고 표현하거나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는 표현 등은 “새롭게 건설한 대한민국으로부터 건국훈장까지 추서 또는 수여받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심히 모욕적인 언사이자 필요 이상으로 경멸, 비하 내지 조롱하는 것으로서 역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범위를 일탈해 그 후손들이 선조에게 품고 있는 합당한 경외와 추모의 감정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총 1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과거 그가 편찬한 삼국지 내용도 재조명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설민석 삼국지 논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설민석 삼국지’ 시리즈에서 유비가 공손찬에게 “손찬 형님”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지적했다.

공손찬은 성이 공손, 이름이 찬, 자는 백규로 연의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에게 도움을 주는 성격 좋은 호인으로 묘사된다. 

실제 역사를 다룬 정사에서는 유비와는 노식 선생 밑에서 함께 배움을 받은 사이다. 북방 이민족들을 기마부대 ‘백마의종’으로 몰아치는 장군으로,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공손이 성이고 찬이 이름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초반 중요 인물이다. 

또 과거 방송에서 삼국지 관련 강의에서 손권을 ‘강동의 호랑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강동의 호랑이는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방송에서 전해진 사실 관계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tvN은 고심 끝에 지난 21일 밤늦게 입장을 내고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벌거벗은 세계사 ⓒtvN

이어 “방송 시간에 맞춰 압축 편집하다 보니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결과물을 송출했다”며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tvN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향후 다시보기 등에서는 일부 자막과 컴퓨터그래픽 등을 보강해 이해에 혼선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사과
엇갈린 반응

설민석도 고개를 숙였다. 설민석은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안녕하세요 설민석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제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이다. 제작진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 중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가 있다. 그런데 지난 2화, 클레오파트라 편에서 강의 중 오류를 범했고, 그 부분을 자문 위원께서 지적해 주셨다”며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tvN 제작진이 정중하게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제가 판단할 때 제작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서 “제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민석은 “제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여러분들의 말씀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더 성실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는 설민석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불편해하셨던 여러분들, 걱정해주셨던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논란에 휩싸이면서 강사 설민석의 이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설민석은 1970년생으로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연세대 교육대학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사회탐구 영역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교육 플랫폼 이투스, 메가스터디 등의 대표 강사로 활약했고, 최근엔 단꿈교육, 단꿈아이 대표이사이자 방송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성계는 여진인” 과거 논란 재조명
“단순 예능” “역사 왜곡” 엇갈린 반응

생생한 입담으로 학생들뿐 아니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 <암살>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강의로도 인기를 모았고, 지난해엔 MBC <선을 넘는 녀석들>로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단순 예능’이냐 ‘역사 왜곡’이냐로 갈렸다.

평소 설민석이 출연하는 방송을 자주 보고 있다고 밝힌 한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014년 7월 개봉한 영화 <명량>을 보고 설민석 강사의 팬이 됐다”면서 “영화와 연관한 역사 강의는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역사 왜곡 논란으로 그의 다른 강의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씨는 “설민석 강사는 방송 출연도 활발하게 하고 대중 영향력도 있는 분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아직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방송 시청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 처지에서도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구라 풀기, 구라 민석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단순 역사 예능 방송에 불과해 방송사 해명 그대로 편집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대 대학생 C씨는 “역사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예능 방송 아닌가”라면서 “방송사 입장 그대로 편집에 좀 문제가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은 그냥 예능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대 회사원 D씨는 “조금 과장된 부분에서 지적을 받는 것 같다”면서 “역사라는 것은 결국 후손이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연구하여 입증하는 것인데, 그 입증이 일부 틀리거나 달라질 수 있는 게 역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해석의 영역이라는 말도 있는데,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지적은 좀 아닌 것 같다. 방송사 편집 문제도 있지 않나”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미지 물거품
신뢰성의 문제

중요한 건 설민석을 향한 시청자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 동안 쌓아온 스타 강사라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아무리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하더라도 역사 강사가 역사 논란이 있는 한 입지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설민석을 믿고 보던 시청자들이 설민석을 의심하게 된 이상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선을 넘는 녀석들> 모두 신뢰성의 문제를 떠안게 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