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의 ‘순장조’ 라스트 미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21 10:29:45
  • 호수 1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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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막을 충신들 집합!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레임덕 신호가 곳곳에서 잡힌다.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을 자신했던 임기 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일요시사>는 ‘레임덕 저지’라는 특명을 안은 문재인정권 ‘순장조’를 취재했다.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고성준 기자

레임덕은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뜻한다. 매 정권마다 집권 4~5년 차에 이 같은 레임덕 현상을 겪는다. 레임덕 현상 전에는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지지율 하락, 공직사회의 분열 및 기강해이 등이다. 집권 4년 차 끝자락에 있는 문재인정권은 레임덕 전조증상을 겪고 있다.

4년 차 끝자락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12월 3주 차(주중 기준) 국정수행 지지율은 38.2%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지율 하락 3주 만에 반등했으나 낙관적이라고만 할 순 없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 역시 0.9%포인트 올라 5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의 여파다. 공수처 개정안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0.9%포인트 하락해 지지율 30%선이 무너졌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가에서는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눈에 띄었다. 외교부 관련 성비위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외교관이 주뉴질랜드 대사관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터졌다. 

지난 10월에도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한국인 직원이 현지인을 성추행한 사건이 보도됐다. 외교부는 가해자에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시기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뒤 국내로 소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외교부 관련 성비위 사건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야권의 공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제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과 대통령이 평가한다면 합당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의 반발 역시 레임덕의 신호다. 지난달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을 당시 일선 검사들은 물론 검찰 고위층인 검사장급 이상 검사들까지 집단반발, 7년 만에 ‘평검사 회의’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제1차 검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이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하자 2차 검란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기반 흔들, 기강 해이…심상찮다
문과 ‘운명’ 함께할 참모 누구

전직 검찰총장 9명(김각영·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김준규·김진태·김수남·문무일)이 집단 성명서를 내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선 지검 중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의 35기 부부장검사들까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치권에서도 레임덕의 신호가 감지된다. 여당 소속 의원들이 돌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증가하는 가운데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한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윤 의원은 횡령, 배임,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돼 민주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는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박탈하는 것으로 중징계에 해당한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간의 설전 역시 구설에 올랐다. 시작은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정의당 대변인에게 항의성 전화를 했다는 ‘갑질’ 논란이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며 “김 의원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 등 정의당이 추진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정의당의 이 같은 브리핑에 대해 김 의원은 ‘왜곡’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 대변인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왜곡 논평을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을 향해 “정말 농성이 진심인가”라고 물은 게 화근이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표결에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의당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직 기강
휘청휘청

논란이 커지자 양이 의원은 “소모적인 필리버스터 국회 상황을 정리하는 데 정의당도 함께해달라는 기대로 쓴 글”이라며 “서투른 글이 오해를 일으켰다면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감 표명 이후 양이 의원은 정의당 지도부를 저격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구설에 오르자 지도부가 직접 나섰다. 부적절한 와인 모임으로 구설에 오른 윤 의원에 대해서는 지도부 차원의 ‘엄중경고’, 정의당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김남국·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서는 김태년 원내대표 차원에서 ‘주의’를 줬다.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먼저 윤 의원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간담회에서는 윤 의원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는 문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레임덕 신호가 본격적인 징후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왼쪽부터)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최재성 정무수석 ⓒ고성준 기자

문 대통령은 내년에 임기 5년 차로 접어든다.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라는 평가와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기강을 다시 잡을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인물로 당정청을 채울 필요가 있다. 이른바 순장조(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할 참모)다.

전해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해이해진 관가의 기강을 잡을 적임자다. 친문(친 문재인) 핵심인 양정철·이호철 전 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전 후보자는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시작했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을 상관으로 모셨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승격된 후에는 민정수석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 후보자는 19대 총선부터 내리 3선에 성공, 어느덧 중진으로 거듭났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중진 의원인 전 후보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는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부산
내주면 끝?

정치인 출신 장관은 관료, 교수 출신에 비해 소위 조직 그립감(장악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담으며 키워 온 정무감각과 추진력으로 공무원 조직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서 임명한 이유도 정치인 출신 특유의 정무감각과 강한 추진력을 기대해서다.

행안부는 선거를 관리하는 주무부처다. 전 후보자는 내정 이후 첫 출근 일성으로 ‘정부혁신’을 언급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잡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후보자를 행안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또 행안부는 경찰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3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 출범의 기틀을 마련한 민주당의 다음 스텝은 권력기관의 한 축인 경찰개혁이 될 전망이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했다면, 전 후보자는 경찰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 후보자에 대해 “권력기관 개혁, 과거사 진상규명, 사법개혁 등에서 노력해온 변호사 출신 3선 국회의원”이라며 “돌파력과 리더십, 당정청 국정 운영을 바탕으로 재난 관리체계 강화, 실질적 자치분권실현 정부혁신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특히 지역균형뉴딜을 통해 중앙-지방 간 균형발전을 잘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철의 또 다른 축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차기 대통령비서실장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다음달 8일이면 임기 2년을 채운다. 통상적으로 2년의 임기를 채운 청와대 참모들은 스스로 물러나거나 교체된다. 

문 대통령이 관리형과 돌파형 중 어떤 유형의 비서실장을 원하는지에 따라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관리형 비서실장으로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돌파형 비서실장으로는 양 전 원장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꼽힌다. 

‘3철’ BH·내각 진출?
차기 당 대표 중책은?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를 비롯해 당 핵심 인사들과의 회동을 가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 전 원장의 행보가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 전 원장은 혼란한 당정청을 수습할 힘을 지녔다. 현 정권을 세운 1등 공신이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그는 ‘광흥창팀’에서 일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주였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에 입문하도록 설득한 사람도 양 전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지만,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뒤를 이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총선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양 전 원장은 최 수석을 차기 비서실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 왼쪽부터)송영길·홍영표·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역시 레임덕 저지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한다. 당 내부에서는 벌써 차기 당 대표에 대한 하마평이 들려온다. 이낙연 대표의 대권 도전을 위해 중도 퇴임하는 일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의해 이 대표는 내년 3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천맹주’ 송 의원은 호남 출신의 인천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다.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으며, 문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박병석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원과 함께 4대 열강 특사로 활동했다. 송 의원은 현 정권 들어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체급을 키워가고 있다.

우원식·홍영표 의원은 지난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도전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두 의원 모두 당내 확실한 지지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우 의원을, 부엉이 모임의 멤버가 만든 ‘민주주의4.0’은 홍 의원을 각각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형?
돌파형?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내년 초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 총리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만약 정 총리가 교체된다면 후임은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내각을 안정시키는 중책을 수행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경선 일정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 나설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설 연휴가 끝난 후에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재보선기획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 논의했다.

내년 설은 2월12일이다.

이에 2월 말에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후보가 확정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기획단은 다음 주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된 내용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5명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추가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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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