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전쟁’ 국내 개발 현주소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14 10:38:47
  • 호수 1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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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는 이미 시작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승인이 완료돼 국민을 대상으로 일반 보급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확연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2.5단계로 격상됐지만, 국민들이 초조해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코로나19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긴급 개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점검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44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3월이면 초기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4400만명분은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에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이 매우 긴급하게 개발됐기 때문에 돌발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며 “백신 물량을 추가 확보해 여유분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인 부담이 추가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 4곳(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얀센·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에 들어올 백신의 효능·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은 4개사 중 1곳인 아스트라제네카만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비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한 상황이어서 공식적으로 효능·효과 등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등이 담긴 품목허가 신청 서류가 들어오면 효능·효과와 안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도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었다.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차 협력 의향서를 체결한 데 따라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매개체 백신으로, 침팬지에 감염을 일으키는 약한 버전의 감기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로 만들어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 중인 보바백스와도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 1억5000만도즈(백신의 1명 접종 분량을 뜻하는 단위)였던 생산설비를 약 5억도즈까지 늘린 상태다.

국내 제약사 외국기업과 협약
원료 공급 가능한 설비 갖춰


GC녹십자도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과 합의해 해외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협력할 예정이다.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감염병혁신연합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게 된다. GC녹십자가 맡은 분량은 5억도즈 이상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게 아니라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어서 생산 가능한 백신 종류가 제한돼있지 않다”며 “감염병혁신연합과 계약한 물량은 5억도즈며 최대 10억도즈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엘라파는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생산을 맡는다. 현재 샘플 생산을 진행 중이며 내년 1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스푸트니크 V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든 백신이다.

지엘라파는 1억5000만회 분의 백신을 생산, 중동에 수출하기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합의했다. 향후 생산물량을 늘릴 구상을 하고 있다.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에스티팜은 최근 화이자의 mRNA 백신 원료 부족 사태와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바이러스의 DNA, RNA 등 핵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mRNA 백신이라고도 불린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mRNA 치료제·백신 신사업 진출을 알렸다. 특히 mRNA를 합성할 때 필요한 분자의 안정화 핵심기술인 5-캡핑(Five Prime Capping) RNA 합성법의 국내 특허 출원을 지난 10월에 완료했다. 국제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임상용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설비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약 2만도즈의 mRNA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내년 상반기까지 20만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에스티팜의 mRNA 백신 원료 수주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면서도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특허 기술력과 경험이 있고, mRNA 기반의 자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 보유

한미약품도 mRNA, DNA와 같은 유전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한 상태다. 한미약품 평택 공장은 2만리터의 미생물 배양·정제 시설은 물론 주사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충진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연간 최대 10억도즈 물량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한미약품은 여러 곳의 유전자 백신 제약사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백신 부작용은?

지난 8일(현지시각)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2명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 정부가 지난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과거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이들에게 당분간은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피접종자들은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직원으로, 과거에도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으며, 현재는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NHS와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과거 약품이나 음식, 백신 등과 관련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이들은 코로나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알레르기 반응은 새 백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접종을 시작한 백신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이다.

이번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해 제조사 측은 영국 정부의 조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백신은 영국에 이어 이스라엘과 캐나다가 이달 안으로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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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