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부산시장 도전장 낸 이언주의 청사진

“부산, 지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나섰다. <일요시사>는 지난 3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행동하는 자유시민’ 사무실에서 이 전 의원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장 내민 이언주 전 의원 ⓒ박성원 기자

“부산, 바꾸지 못하면 죽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척 정신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변화의 깃발을 들고자 한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부산을 태평양 도시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담은 책 <부산독립선언>의 출판기념회에서였다.

출마 선언
야심찬 포부

출판기념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이 몰렸다. 지난해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기념회 날에는 1부 축사만도 1시간 넘게 소요됐다. “대선 출정식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장에선 이 전 의원을 향한 각종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전 의원이 보수진영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보수 여전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쓰이기 좋은’ 존재다. 법조계와 재계를 두루 거친 70년대생 여성 정치인으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갖췄다.


이 전 의원은 제39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뒤 국제거래, 투자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르노삼성자동차 등 외국계 기업을 거쳐 S-OIL 법무총괄 상무를 맡았다. 주요 대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자타공인 현장에 가까운 인재였다. 그래서일까.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경제 실무에 자신감을 보였다. 과거 기업에서 겪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경제 부산’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경기 침체로 부산이 굉장히 어려운 상태다. 여기서 제2의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할 수도 있다. 부산은 과거 산업화의 전진기지였다. 부산 경제를 살리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뛸 수 있는 경제인이 필요하다. 난 산업 현장에 익숙한 사람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전 의원에게 전사의 이미지가 강해 행정가 역할과 맞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시장직은 엄연히 말해 행정가가 아니다. 공약을 통해 민심을 얻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선출직 공직자다.

정책 수립과 집행에 집중하는 전문 관료들과는 다르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부산에 ‘돌파형 리더’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 부산은 변하지 않으면 죽을 상황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행정가나 이론가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독약'이다.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혁신가’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결단을 내리고 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리더. 글로벌 리더십도 중요하고, 경제인으로서의 감각 역시 탁월해야 한다. 치밀하고 집요해야 한다. 기업에서 치열하게 하는 사람이 정치도, 행정도 치열하게 한다.”

기업인 출신, 현장에 가까운 ‘혁신형 리더’
“경제 위기 부산, 태평양 경제 중심 도시로!”

이 전 의원은 현재 ‘신보수의 플랫폼’을 내세운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모토가 ‘자유·책임·신뢰’다.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대안 세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아쉽게 패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PK(부산·경남)의 대표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무대는 부산이다.

“부산은 20년 동안 잠자는 중인데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융성했던 기존의 제조업이 쇠락하는 등 최악의 경제지표를 보이고 있다. 경공업을 거쳐 조선업 및 자동차 산업까지 쇠락하고 있다. 일자리도 없고 폐허가 돼간다. 기존의 제조업을 혁신하고 신사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플로팅 시티(Floating City)’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나 시설물을 바다 위에 짓는 공법이다. 조선과 건축의 융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돼있다. 부산에 자동차 부품 사업이 많은데, 전기·수소 사업 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도 중요한 문제다. 자본과 인재가 모여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일대의 뛰어난 인재들이 부산에서 시작할 수 있게끔, 스타트업에 파격 혜택을 주려 한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이 전 의원은 부산을 싱가폴을 뛰어넘는 태평양 경제 중심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제4의 개항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권을 부산이 선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 전 의원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가덕신공항을 태평양 물류 허브 공항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은 이 전 의원의 오래된 생각이다.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확장·이전시키고 김해공항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에 수요를 몰아야 경제성을 살릴 수 있다. 이제는 하늘길의 시대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대한민국 남부권에 항만, 항공과 육상을 연계할 수 있는 '트라이포트'가 있어야 한다. 내륙에는 할 수 없다. 바다가 있는 가덕도는 지리적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졌다. 소음 피해로부터 안전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 물류, 항공 등 여러 산업 클러스트를 조성할 수 있다.”

보수 여전사
돌파형 리더

가덕신공항은 내년 부산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예정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는 부산 지역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간 지역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인들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면서 주민들을 희망고문했다. 이 전 의원은 신공항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가덕신공항 추진에 그렇게 적극적이었나. 노무현정부 때 나왔던 얘기로 난 2015년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가덕신공항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걸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선거가 다가오니 또 꺼내는 것이다. 오거돈 전 시장 역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우리 당 역시 과거에 공약해놓고 솔직히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진정성 없는 이들은 나서지 말아달라. 가덕신공항은 경제 문제다. 정치적 싸움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부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근거지다. 이 전 의원은 민주화 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YS기념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냉정하게 분석해, 시대에 만연해있는 민주주의의 왜곡을 바로잡고자 함이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정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민주주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을 ‘완결’ 짓고,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꿈꾼다.
 

▲ 대화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언주 전 의원 ⓒ고성준 기자

“부산은 YS 민주화 세력의 성지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칭하는 가짜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YS 민주화 세력이 추구해왔던 자유주의적 민주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과연 제대로 완성됐는지 볼 때다. 산업화 세력과 YS 민주화 세력들이 결집해야 한다. 반 전체주의·반 사회주의 결집을 부산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DJ세력이 민주화 세력의 한 갈래였는데, 이들은 민주당에 있다. 본인들의 입장을 잘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J 민주화 정신이 역사적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보수 여전사’는 이 전 의원에게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당 세력과 싸우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해왔다.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강행한 삭발식은 그의 결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이 전 의원의 ‘신념’은 반대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원동력이다.

문정부 향해
강도 높은 비판


“민주당에 인민민주는 있을지 몰라도, 자유민주주의의 ‘민주’가 없다. 확고하지 않은 인민 독재적 경향을 가진 과거의 운동권일 뿐이다. PD(민중민주)·NL(민족해방) 사상의 시대는 끝났다. 이들은 과거 반정부 투쟁에 동참하면서 민주화 세력으로 둔갑했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경제, 시장을 바로잡겠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때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광명을에 깃발을 꽂았다. 당시 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 3선 의원인 상대 후보를 과반의 득표율로 꺾는 기염을 토했고, 재선도 가뿐히 성공했다. 그의 험난한 여정은 이후부터였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 2017년 4월 탈당했다. 이후 안철수 대표를 공개지지하면서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 전 의원은 보수 성향의 행보를 보이며,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문(반 문재인) 연대로 보수 진영과의 접점을 늘려갔다. 그는 2019년 4월 바른미래당의 중징계에 맞서 탈당을 선언했다. 총선 전엔 ‘미래를향한전진 4.0’을 창당한 뒤 ‘보수 대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미래통합당과 통합했다. 그야말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민주당을 일찌감치 탈당했다. 지금 내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훗날 역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당을 못 바꾸면 나와야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대선 때까지 민주당 결속이 이어지겠는가. 민주당이 너무 심각하게 잘못해 나라가 망해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민주당 경제 정책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공천이 대체 뭐라고. 조직 논리가 개인의 소신을 우선하는 상황인데 그게 전체주의다. 이는 정치인의 양심에 위배된 행동이다. 당에서 소신을 밝힌 뒤에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탈당을 하든지,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책임을 못 지겠다면 당에서 나와라.”

“민주주의 위기…민주당 오래 못 간다”
“사회주의적 경제·시장 바로잡겠다”


국민의힘에 내년 재보궐선거는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선거다. 다음 대선이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1년 뒤에 치러진다.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 인사들의 잇단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한 상태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절박한 심정이다.

“지난 총선 같은 경우 통합은 했지만, 실패한 통합이었다. 전선도 불분명했다. 내년 선거에서 이기려면 야권의 내부적 결속이 필요하다. 공통의 어젠다를 확립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시장을 무시하는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먹고 사는 민생과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당의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승리를 위해 ‘신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전에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자기 세력들끼리 교체한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완전히 시대를 선도하는 신보수 세력이 나와야 한다. 국민들은 선거에서 기득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 어떤 세력이 권력을 가지면 기득권이 된다. 기득권들의 힘이 다할 때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다. 그 기득권을 교체하는 새로운 권력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세력을 교체하는 데 반동으로 갈 순 없다. 문제가 있는 민주당 세력을 교체하려면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과거 정권의 중심 세력이었던 자들은 절대 현재 세력을 다시 교체할 수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 중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이 전 의원은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지역 연구에도 오랜 기간 매진했다.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끝자락에서 부산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려운 상황
바꾸고 싶다”

“부산을 바꾸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부산엔 자영업자가 많아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이대로라면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텐데 고뇌가 많다. 정답이라고 할 건 없지만 함께 고민하면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나. 단체장도 자치단체를 경영한다는 점에서 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민들을 위해 책임의식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누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산 시민들이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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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