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부산시장 도전장 낸 이언주의 청사진

“부산, 지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나섰다. <일요시사>는 지난 3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행동하는 자유시민’ 사무실에서 이 전 의원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장 내민 이언주 전 의원 ⓒ박성원 기자

“부산, 바꾸지 못하면 죽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척 정신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변화의 깃발을 들고자 한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부산을 태평양 도시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담은 책 <부산독립선언>의 출판기념회에서였다.

출마 선언
야심찬 포부

출판기념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이 몰렸다. 지난해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기념회 날에는 1부 축사만도 1시간 넘게 소요됐다. “대선 출정식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장에선 이 전 의원을 향한 각종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전 의원이 보수진영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보수 여전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쓰이기 좋은’ 존재다. 법조계와 재계를 두루 거친 70년대생 여성 정치인으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갖췄다.


이 전 의원은 제39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뒤 국제거래, 투자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르노삼성자동차 등 외국계 기업을 거쳐 S-OIL 법무총괄 상무를 맡았다. 주요 대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자타공인 현장에 가까운 인재였다. 그래서일까.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경제 실무에 자신감을 보였다. 과거 기업에서 겪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경제 부산’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경기 침체로 부산이 굉장히 어려운 상태다. 여기서 제2의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할 수도 있다. 부산은 과거 산업화의 전진기지였다. 부산 경제를 살리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뛸 수 있는 경제인이 필요하다. 난 산업 현장에 익숙한 사람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전 의원에게 전사의 이미지가 강해 행정가 역할과 맞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시장직은 엄연히 말해 행정가가 아니다. 공약을 통해 민심을 얻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선출직 공직자다.

정책 수립과 집행에 집중하는 전문 관료들과는 다르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부산에 ‘돌파형 리더’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 부산은 변하지 않으면 죽을 상황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행정가나 이론가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독약'이다.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혁신가’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결단을 내리고 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리더. 글로벌 리더십도 중요하고, 경제인으로서의 감각 역시 탁월해야 한다. 치밀하고 집요해야 한다. 기업에서 치열하게 하는 사람이 정치도, 행정도 치열하게 한다.”

기업인 출신, 현장에 가까운 ‘혁신형 리더’
“경제 위기 부산, 태평양 경제 중심 도시로!”

이 전 의원은 현재 ‘신보수의 플랫폼’을 내세운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모토가 ‘자유·책임·신뢰’다.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대안 세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아쉽게 패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PK(부산·경남)의 대표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무대는 부산이다.

“부산은 20년 동안 잠자는 중인데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융성했던 기존의 제조업이 쇠락하는 등 최악의 경제지표를 보이고 있다. 경공업을 거쳐 조선업 및 자동차 산업까지 쇠락하고 있다. 일자리도 없고 폐허가 돼간다. 기존의 제조업을 혁신하고 신사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플로팅 시티(Floating City)’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나 시설물을 바다 위에 짓는 공법이다. 조선과 건축의 융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돼있다. 부산에 자동차 부품 사업이 많은데, 전기·수소 사업 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도 중요한 문제다. 자본과 인재가 모여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일대의 뛰어난 인재들이 부산에서 시작할 수 있게끔, 스타트업에 파격 혜택을 주려 한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이 전 의원은 부산을 싱가폴을 뛰어넘는 태평양 경제 중심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제4의 개항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권을 부산이 선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 전 의원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가덕신공항을 태평양 물류 허브 공항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은 이 전 의원의 오래된 생각이다.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확장·이전시키고 김해공항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에 수요를 몰아야 경제성을 살릴 수 있다. 이제는 하늘길의 시대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대한민국 남부권에 항만, 항공과 육상을 연계할 수 있는 '트라이포트'가 있어야 한다. 내륙에는 할 수 없다. 바다가 있는 가덕도는 지리적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졌다. 소음 피해로부터 안전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 물류, 항공 등 여러 산업 클러스트를 조성할 수 있다.”

보수 여전사
돌파형 리더

가덕신공항은 내년 부산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예정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는 부산 지역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간 지역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인들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면서 주민들을 희망고문했다. 이 전 의원은 신공항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가덕신공항 추진에 그렇게 적극적이었나. 노무현정부 때 나왔던 얘기로 난 2015년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가덕신공항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걸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선거가 다가오니 또 꺼내는 것이다. 오거돈 전 시장 역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우리 당 역시 과거에 공약해놓고 솔직히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진정성 없는 이들은 나서지 말아달라. 가덕신공항은 경제 문제다. 정치적 싸움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부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근거지다. 이 전 의원은 민주화 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YS기념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냉정하게 분석해, 시대에 만연해있는 민주주의의 왜곡을 바로잡고자 함이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정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민주주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을 ‘완결’ 짓고,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꿈꾼다.
 

▲ 대화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언주 전 의원 ⓒ고성준 기자

“부산은 YS 민주화 세력의 성지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칭하는 가짜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YS 민주화 세력이 추구해왔던 자유주의적 민주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과연 제대로 완성됐는지 볼 때다. 산업화 세력과 YS 민주화 세력들이 결집해야 한다. 반 전체주의·반 사회주의 결집을 부산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DJ세력이 민주화 세력의 한 갈래였는데, 이들은 민주당에 있다. 본인들의 입장을 잘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J 민주화 정신이 역사적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보수 여전사’는 이 전 의원에게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당 세력과 싸우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해왔다.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강행한 삭발식은 그의 결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이 전 의원의 ‘신념’은 반대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원동력이다.

문정부 향해
강도 높은 비판


“민주당에 인민민주는 있을지 몰라도, 자유민주주의의 ‘민주’가 없다. 확고하지 않은 인민 독재적 경향을 가진 과거의 운동권일 뿐이다. PD(민중민주)·NL(민족해방) 사상의 시대는 끝났다. 이들은 과거 반정부 투쟁에 동참하면서 민주화 세력으로 둔갑했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경제, 시장을 바로잡겠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때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광명을에 깃발을 꽂았다. 당시 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 3선 의원인 상대 후보를 과반의 득표율로 꺾는 기염을 토했고, 재선도 가뿐히 성공했다. 그의 험난한 여정은 이후부터였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 2017년 4월 탈당했다. 이후 안철수 대표를 공개지지하면서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 전 의원은 보수 성향의 행보를 보이며,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문(반 문재인) 연대로 보수 진영과의 접점을 늘려갔다. 그는 2019년 4월 바른미래당의 중징계에 맞서 탈당을 선언했다. 총선 전엔 ‘미래를향한전진 4.0’을 창당한 뒤 ‘보수 대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미래통합당과 통합했다. 그야말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민주당을 일찌감치 탈당했다. 지금 내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훗날 역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당을 못 바꾸면 나와야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대선 때까지 민주당 결속이 이어지겠는가. 민주당이 너무 심각하게 잘못해 나라가 망해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민주당 경제 정책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공천이 대체 뭐라고. 조직 논리가 개인의 소신을 우선하는 상황인데 그게 전체주의다. 이는 정치인의 양심에 위배된 행동이다. 당에서 소신을 밝힌 뒤에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탈당을 하든지,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책임을 못 지겠다면 당에서 나와라.”

“민주주의 위기…민주당 오래 못 간다”
“사회주의적 경제·시장 바로잡겠다”


국민의힘에 내년 재보궐선거는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선거다. 다음 대선이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1년 뒤에 치러진다.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 인사들의 잇단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한 상태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절박한 심정이다.

“지난 총선 같은 경우 통합은 했지만, 실패한 통합이었다. 전선도 불분명했다. 내년 선거에서 이기려면 야권의 내부적 결속이 필요하다. 공통의 어젠다를 확립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시장을 무시하는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먹고 사는 민생과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당의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승리를 위해 ‘신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전에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자기 세력들끼리 교체한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완전히 시대를 선도하는 신보수 세력이 나와야 한다. 국민들은 선거에서 기득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 어떤 세력이 권력을 가지면 기득권이 된다. 기득권들의 힘이 다할 때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다. 그 기득권을 교체하는 새로운 권력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세력을 교체하는 데 반동으로 갈 순 없다. 문제가 있는 민주당 세력을 교체하려면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과거 정권의 중심 세력이었던 자들은 절대 현재 세력을 다시 교체할 수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 중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이 전 의원은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지역 연구에도 오랜 기간 매진했다.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끝자락에서 부산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려운 상황
바꾸고 싶다”

“부산을 바꾸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부산엔 자영업자가 많아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이대로라면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텐데 고뇌가 많다. 정답이라고 할 건 없지만 함께 고민하면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나. 단체장도 자치단체를 경영한다는 점에서 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민들을 위해 책임의식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누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산 시민들이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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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