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부산시장 도전장 낸 이언주의 청사진

“부산, 지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나섰다. <일요시사>는 지난 3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행동하는 자유시민’ 사무실에서 이 전 의원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장 내민 이언주 전 의원 ⓒ박성원 기자

“부산, 바꾸지 못하면 죽는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척 정신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변화의 깃발을 들고자 한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부산을 태평양 도시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담은 책 <부산독립선언>의 출판기념회에서였다.

출마 선언
야심찬 포부

출판기념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이 몰렸다. 지난해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기념회 날에는 1부 축사만도 1시간 넘게 소요됐다. “대선 출정식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장에선 이 전 의원을 향한 각종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전 의원이 보수진영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보수 여전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쓰이기 좋은’ 존재다. 법조계와 재계를 두루 거친 70년대생 여성 정치인으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갖췄다.


이 전 의원은 제39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뒤 국제거래, 투자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르노삼성자동차 등 외국계 기업을 거쳐 S-OIL 법무총괄 상무를 맡았다. 주요 대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자타공인 현장에 가까운 인재였다. 그래서일까.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경제 실무에 자신감을 보였다. 과거 기업에서 겪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경제 부산’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경기 침체로 부산이 굉장히 어려운 상태다. 여기서 제2의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할 수도 있다. 부산은 과거 산업화의 전진기지였다. 부산 경제를 살리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뛸 수 있는 경제인이 필요하다. 난 산업 현장에 익숙한 사람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전 의원에게 전사의 이미지가 강해 행정가 역할과 맞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시장직은 엄연히 말해 행정가가 아니다. 공약을 통해 민심을 얻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선출직 공직자다.

정책 수립과 집행에 집중하는 전문 관료들과는 다르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부산에 ‘돌파형 리더’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 부산은 변하지 않으면 죽을 상황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행정가나 이론가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독약'이다.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혁신가’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결단을 내리고 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런 리더. 글로벌 리더십도 중요하고, 경제인으로서의 감각 역시 탁월해야 한다. 치밀하고 집요해야 한다. 기업에서 치열하게 하는 사람이 정치도, 행정도 치열하게 한다.”

기업인 출신, 현장에 가까운 ‘혁신형 리더’
“경제 위기 부산, 태평양 경제 중심 도시로!”

이 전 의원은 현재 ‘신보수의 플랫폼’을 내세운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모토가 ‘자유·책임·신뢰’다.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대안 세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재호 의원에게 아쉽게 패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PK(부산·경남)의 대표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무대는 부산이다.

“부산은 20년 동안 잠자는 중인데 수출주도형 성장으로 융성했던 기존의 제조업이 쇠락하는 등 최악의 경제지표를 보이고 있다. 경공업을 거쳐 조선업 및 자동차 산업까지 쇠락하고 있다. 일자리도 없고 폐허가 돼간다. 기존의 제조업을 혁신하고 신사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플로팅 시티(Floating City)’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나 시설물을 바다 위에 짓는 공법이다. 조선과 건축의 융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돼있다. 부산에 자동차 부품 사업이 많은데, 전기·수소 사업 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도 중요한 문제다. 자본과 인재가 모여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일대의 뛰어난 인재들이 부산에서 시작할 수 있게끔, 스타트업에 파격 혜택을 주려 한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이 전 의원은 부산을 싱가폴을 뛰어넘는 태평양 경제 중심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제4의 개항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권을 부산이 선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이 전 의원은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가덕신공항을 태평양 물류 허브 공항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은 이 전 의원의 오래된 생각이다.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확장·이전시키고 김해공항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에 수요를 몰아야 경제성을 살릴 수 있다. 이제는 하늘길의 시대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대한민국 남부권에 항만, 항공과 육상을 연계할 수 있는 '트라이포트'가 있어야 한다. 내륙에는 할 수 없다. 바다가 있는 가덕도는 지리적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졌다. 소음 피해로부터 안전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 물류, 항공 등 여러 산업 클러스트를 조성할 수 있다.”

보수 여전사
돌파형 리더

가덕신공항은 내년 부산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예정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는 부산 지역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간 지역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인들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면서 주민들을 희망고문했다. 이 전 의원은 신공항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가덕신공항 추진에 그렇게 적극적이었나. 노무현정부 때 나왔던 얘기로 난 2015년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가덕신공항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걸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선거가 다가오니 또 꺼내는 것이다. 오거돈 전 시장 역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우리 당 역시 과거에 공약해놓고 솔직히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진정성 없는 이들은 나서지 말아달라. 가덕신공항은 경제 문제다. 정치적 싸움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부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근거지다. 이 전 의원은 민주화 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YS기념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냉정하게 분석해, 시대에 만연해있는 민주주의의 왜곡을 바로잡고자 함이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정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민주주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을 ‘완결’ 짓고,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꿈꾼다.
 

▲ 대화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언주 전 의원 ⓒ고성준 기자

“부산은 YS 민주화 세력의 성지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칭하는 가짜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YS 민주화 세력이 추구해왔던 자유주의적 민주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과연 제대로 완성됐는지 볼 때다. 산업화 세력과 YS 민주화 세력들이 결집해야 한다. 반 전체주의·반 사회주의 결집을 부산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DJ세력이 민주화 세력의 한 갈래였는데, 이들은 민주당에 있다. 본인들의 입장을 잘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J 민주화 정신이 역사적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보수 여전사’는 이 전 의원에게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당 세력과 싸우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해왔다.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강행한 삭발식은 그의 결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이 전 의원의 ‘신념’은 반대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원동력이다.

문정부 향해
강도 높은 비판


“민주당에 인민민주는 있을지 몰라도, 자유민주주의의 ‘민주’가 없다. 확고하지 않은 인민 독재적 경향을 가진 과거의 운동권일 뿐이다. PD(민중민주)·NL(민족해방) 사상의 시대는 끝났다. 이들은 과거 반정부 투쟁에 동참하면서 민주화 세력으로 둔갑했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경제, 시장을 바로잡겠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 때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광명을에 깃발을 꽂았다. 당시 당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 3선 의원인 상대 후보를 과반의 득표율로 꺾는 기염을 토했고, 재선도 가뿐히 성공했다. 그의 험난한 여정은 이후부터였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 2017년 4월 탈당했다. 이후 안철수 대표를 공개지지하면서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 전 의원은 보수 성향의 행보를 보이며,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문(반 문재인) 연대로 보수 진영과의 접점을 늘려갔다. 그는 2019년 4월 바른미래당의 중징계에 맞서 탈당을 선언했다. 총선 전엔 ‘미래를향한전진 4.0’을 창당한 뒤 ‘보수 대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미래통합당과 통합했다. 그야말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민주당을 일찌감치 탈당했다. 지금 내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훗날 역사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당을 못 바꾸면 나와야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대선 때까지 민주당 결속이 이어지겠는가. 민주당이 너무 심각하게 잘못해 나라가 망해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민주당 경제 정책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공천이 대체 뭐라고. 조직 논리가 개인의 소신을 우선하는 상황인데 그게 전체주의다. 이는 정치인의 양심에 위배된 행동이다. 당에서 소신을 밝힌 뒤에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탈당을 하든지,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책임을 못 지겠다면 당에서 나와라.”

“민주주의 위기…민주당 오래 못 간다”
“사회주의적 경제·시장 바로잡겠다”


국민의힘에 내년 재보궐선거는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선거다. 다음 대선이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1년 뒤에 치러진다.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 인사들의 잇단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한 상태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절박한 심정이다.

“지난 총선 같은 경우 통합은 했지만, 실패한 통합이었다. 전선도 불분명했다. 내년 선거에서 이기려면 야권의 내부적 결속이 필요하다. 공통의 어젠다를 확립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지금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시장을 무시하는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먹고 사는 민생과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당의 문제점으로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승리를 위해 ‘신보수’ 세력을 통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전에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자기 세력들끼리 교체한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완전히 시대를 선도하는 신보수 세력이 나와야 한다. 국민들은 선거에서 기득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 어떤 세력이 권력을 가지면 기득권이 된다. 기득권들의 힘이 다할 때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다. 그 기득권을 교체하는 새로운 권력이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세력을 교체하는 데 반동으로 갈 순 없다. 문제가 있는 민주당 세력을 교체하려면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과거 정권의 중심 세력이었던 자들은 절대 현재 세력을 다시 교체할 수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 중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이 전 의원은 부산 영도에서 나고 자라, 고향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지역 연구에도 오랜 기간 매진했다.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끝자락에서 부산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려운 상황
바꾸고 싶다”

“부산을 바꾸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부산엔 자영업자가 많아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이대로라면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텐데 고뇌가 많다. 정답이라고 할 건 없지만 함께 고민하면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나. 단체장도 자치단체를 경영한다는 점에서 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민들을 위해 책임의식을 갖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누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산 시민들이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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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