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연쇄살인마 완벽 빙의한 배우 전종서

자유로운 해석과 연기, 단 두 편 만에 각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원석 그 자체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배우였다.” 전 세계적인 거장 이창동 감독은 영화 <버닝>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 전종서를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화보나 광고 혹은 웹드라마, 단편 영화 등 연예계에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이창동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기대 이상의 자유로운 연기를 펼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전종서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콜>을 통해서도 그 잠재력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 배우 전종서 ⓒ넷플릭스

배우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는 종교 의식과 연관된다. 자연재해를 해석할 능력이 없는 인간들은 신을 만들어 춤을 추고 노래하며 기원제를 지냈고, 이때 신을 묘사하고 찬양하는 등 기원제를 이끈 제사장이 배우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 같은 종교의식에서 연기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신내림
메소드

국내에서 ‘메소드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 김명민은 배우를 무당이라 일컬었던 바 있다. 배우란 일종의 접신을 통해 글자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신내림까진 힘들더라도 그에 가까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쉼없이 인물을 생각하고 고뇌하며 연기를 펼친다고 했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한 영화 <콜>의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는 김명민의 고견을 몸소 실천한 듯하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영숙에 접신한 듯 독창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감정 소모가 큰 장면뿐만 아니라 잠시 느슨해져 주의를 놓칠만한 장면에서도 전종서는 영숙 그 자체였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특이한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한 전종서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종서는 인터뷰 중에도 남다른 느낌을 줬다. 대다수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종서는 모든 질문에 약 10초에서 20초 가량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대답을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내용이 충실했다.

인터뷰 중에도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종서가 <콜>을 만난 건 <버닝>을 마치고 난 후 휴식 기간 중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콜> 시나리오를 받았고 단숨에 빠져 버렸다.

“이충현 감독님의 단편 영화 <몸값>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독창적인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감독님께도 직접 한 말이지만, 존경한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또 <콜>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나리오라 내용이 어려울 만도 한데 속도감 있게 읽혔어요. 단조롭지만 스피디하고 역동적이었어요.”

<콜>은 그녀가 만든 기괴한 빌런
전도연 이을 ‘연기 괴물’ 탄생 주목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미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포인트를 주려고 했던 부분이 이미 시나리오 내에 충분히 두드러져 있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퍼즐 맞추듯이 읽어서 더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책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고, 곧바로 영숙이 될 채비를 갖췄다. 

<콜> 대본을 받은 다음 날부터 촬영 전날까지 영숙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숙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신엄마(이엘 분)와 시골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신엄마의 말을 듣지 않으면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폭력을 당하고, 마음대로 밖에 나가지 못한다. 몸은 통제돼 있고 감정은 억제됐다.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신엄마로부터 파생된 듯하다. 

영숙이 살던 시대는 1999년이고, 수상한 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2019년의 서연(박신혜 분)이 전화를 받는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두 사람은 통화 속에서 교감을 나누게 되고, 여러 위기를 거치며 친해지지만 작은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기 시작한다. 마음만 먹으면 2019년을 바꿀 수 있는 1999년의 영숙은 거침없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 콜 스틸컷 ⓒ넷플릭스

패션부터 표정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영숙이 전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 2020년 국내 영화 역사상 가장 기괴한 빌런의 탄생이다.

“제가 참고한 캐릭터나 영화는 없었어요. 주로 노래에 많이 기댔던 거 같아요. 빌리 아이리쉬 곡에 특히 많이 의지했어요. 또 출처 모를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봤어요. 피가 낭자한 사진이나 샤워기에서 핏줄기가 나오고, 피로 된 폭포가 흘러내리는 사진이라든지 아주 자극적인 사진을 많이 봤어요. 사람의 형태는 아니지만, 악마 같은 사진들. 독방에 갇혀 있는 여자아이, 노란색 우비에 빨간색 가방을 메고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 그런 걸 하도 많이 보니까 모든 게 영숙 같기도 했어요. 그 시점에 사진 보는 걸 멈췄던 것 같아요.”

대본을 받은 후, 최소 수개월 동안 이러한 기괴한 사진과 음악에 자신을 집어넣었다. 기괴한 것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면서 영숙에게 빙의해나간 셈이다. 

그로테스크
빌런 탄생

“<버닝>도 마치고 칸에도 다녀오니 집에는 <콜> 대본밖에 없었어요. 거의 매일같이 이런 사진만 봤어요. 이런 식으로 영숙에게 몰두한 시간이 수개월은 되는 것 같아요.”

이 같은 노력 끝에 최고의 연기가 나왔다.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웃음소리, 반찬을 우걱우걱 씹는 근육과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 다소 불안한 걸음걸이, 평범하지 않은 대사의 리듬, 심지어 특정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도 독특하다. <버닝>에서 보여준 자유로운 해미와는 또 다른 톤의 새로운 캐릭터다. 

“저는 비교적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충분히 시뮬레이션하고 캐릭터의 이미지를 직감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체화시킨 상황에서 그 느낌만 들고 현장에 입수하는 형식으로 연기했어요. 영숙이는 이 방식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확 빠져들었다가 나오고, 훅 돌아버리는 극단적인 모습이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저를 충분히 이해해주시고 저에게 딱 맞는 디렉팅을 해주셨어요. 그런 합의 안에서 능숙하게 진행이 된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아니었으면, 영숙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영숙은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흔들림도 없다. 인간성이 거세된 인물이다. 정이 들었을 법한 사람도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 싶으면 거침없이 돌진하며, 영숙에게 악의가 없는 사람도 불편한 존재가 되면 흉기를 든다. 전종서는 그런 영숙의 면모를 약함에서 찾았다고 했다. 
 

▲ 배우 전종서

“얼핏 보면 영숙이 강하고 독하기만 한 1차원적인 캐릭터로 보이는데, 저는 강함보다는 약함에 더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인간적인 부분, 모성애를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파고들었어요.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영숙도 있지만, 사실은 살짝만 쳐도 깨져 부숴지는 얇은 유리 같은 이미지를 더 생각한 것 같아요.”

전종서는 현장에서도 치밀했다. <버닝> 작업 중에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배운 것은 테이크가 끝나면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장면을 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모든 테이크를 모니터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시간이 많이 소모될 뿐 아니라, 배우에게도 귀찮은 작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종서는 모든 테이크를 직접 확인했다. 


육탄전
살인마

“연기하고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버닝> 때 생겼어요. 모든 테이크에서 모니터링을 했죠. 덕분에 자기 객관화가 잘 된 것 같아요. 과하거나 거슬리거나 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고쳐서 다음 테이크에 연기했어요.”

이뿐만 아니다. 눈물을 보이는 신이 많은 서연 역의 박신혜는 감정 소모가 많았던 반면, 영숙의 감정은 주로 분노였다. 작은 것에도 쉽게 치밀어 오르고, 때론 육체를 강하게 사용한다. 가녀린 몸으로 육탄전을 벌인다.

JTBC <아는 형님>에서 전종서는 <콜> 촬영 중 몸이 안 좋아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마사지사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에게라도 말하라”라고 권유받기도 했고, 영숙 분장을 한 채로 식사하러 간 음식점의 사장님이 전종서에게 몰래 다가가 “경찰에 신고 해줄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영숙의 분장은 처절했고, 실제 온몸에는 멍이 가득했다.
 
“1달 동안 몸 쓰는 신을 많이 찍었어요. 촬영장에서 연기하고 집에 돌아가면 온몸이 과열됐어요.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이 높았어요. 각성된 상태라 잠이 좀 안 오기도 했어요. 몸이 굉장히 불같이 뜨거워지고 그랬는데, 2주 정도 되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전종서가 영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역할을 맡은 데 반해, 서연 역의 박신혜는 이 분노에 리액션을 하는 역할에 가까웠다. 거의 모든 무기가 과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서연은 손발을 묶인 채 당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서연의 역습이 몇 번 있긴 하나, 대체로 수비적이다. 전종서는 박신혜가 수비적인 역할을 정말 잘 맡아줬기 때문에 자신의 연기가 영화 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혜 배우님은 제가 갖지 못한 걸 갖고 계신 분이에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내공이랄까요. 제가 포효하면 신혜 배우님은 좌절하는 포지션이었어요. 이게 핑퐁처럼 잘 이뤄져야 하는데 신혜 배우님이 정말 잘해주신 것 같아요. 서연은 사실 우는 신이 많아요. 많이 울어요. 저한테 그런 역할이 주어졌다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 같아요.”


“2주 동안 온몸이 과열…잠자기 힘들었다”
“언제나 창의적인 연기…도전 의식 강하다”

영화 <콜>은 2019년 1월에 촬영이 진행됐고, 지난 2월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연기됐다. 차일피일 연기되다 결국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콜>이 타임슬립 판타지 작품인 데다가 사운드가 중요한 공포라는 점에서 넷플릭스 공개는 일정 부분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전종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실 진작 개봉이 돼야 했는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딜레이가 많이 됐죠. 저 역시도 많이 기다린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김장김치를 가장 맛있을 때 꺼내놓는 것과 같다고도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주말에 집에서 맥주 한 캔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봤다거나 노트북으로 보셨다고 해요. 빔으로 쏘아서 보신 분들도 있다고 하고요.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누릴 수 없었던 편안함이 있었다고 봐요. 시간이나 공간적인 제약없이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다는 것만
에 기쁨을 느껴요.”
 

▲ ⓒ넷플릭스

<버닝>의 자유로운 해미에 이어 <콜>의 기괴스러운 살인마까지, 전종서는 영화 두 편 만에 자신의 재능을 완벽히 각인시켰다. 나오는 작품마다 창의적인 해석을 보일 뿐 아니라, 전종서라는 배우의 색감이 스크린을 통해 선명하게 전달된다. 그를 선택한 이유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연기에서 느껴진다.

“계속 창의적이고 싶어요. 뭔가를 만들고 싶고 그게 연기여야 해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보고 싶어요. 주어지는 캐릭터에 저를 넣어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면서, 잔잔하고 은은한 느낌도 주고 싶어요. 그런 다채로운 모습을 영화의 톤에 맞춰서 보여주고 싶어요. 조바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누구든 쉽게 하지 못했던 것을 거침없이 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있어요.”

현재 전종서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결정을 하기엔 아직 고민이 부족하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창의성과 신선함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어요.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무엇을 선택하든 보시는 분들이 재밌을 뿐 아니라 신선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릴 겁니다. ‘이런 게 있었나?’라고 느끼시게요. 처음 보는 것으로 다가가고 싶고요. 그런 선택을 하고 싶고 그 선택의 영역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장 이창동 
신예 이충현

이제 겨우 필모그래피 2편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전종서는 당찼다. 때론 당돌함도 엿보였다. 집중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이창동 감독과 단편 영화계를 휩쓴 파격적인 아이디어의 이충현 감독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종서가 가진 당당함의 배경은 매 순간 책임을 다해 노력하는 열정 덕분이 아닐까. 그 열정이 많은 작품을 거쳐 누적된다면, 한국 영화계는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연기 괴물’을 얻을지 모른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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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