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데이트폭력 사건 심층취재>⑤ 국회도 외면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생존자들

[일요시사 취재2팀] 설상미 기자 =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는 데이트폭력. ‘데이트’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악랄하고 잔혹하다. 국회에서는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됐다. 숨죽인 생존자들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 인터뷰 갖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고성준 기자

여론의 환기는 생존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 2017년 여자친구를 구타한 뒤 트럭으로 돌진했던 ‘신당동 데이트폭력 사건’이 그랬고, 지난달 휴대폰으로 여자친구의 머리를 찍어 내렸던 ‘부산 덕천 지하상가 데이트폭력 사건’이 그랬다. 파장은 일파만파였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생존자들을 위한 법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턱

국회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대 국회까지 발의된 데이트폭력 법안은 총 6건.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보호·지원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법안은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된 상태다.

데이트폭력 법안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대 국회 임기 말인 2016년 2월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남춘 전 의원이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대표발의했다. 이후 20대 국회에서는 표창원·함진규·신보라 전 의원이 데이트폭력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의 유일한 성과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데이트폭력을 여성폭력의 하나로 명시한 점이다. 해당 법안에서는 데이트폭력을 당한 이들에 대한 보호·지원을 국가의 책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시적 조항에 불과해,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 데이트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가족의 형태가 아닌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행한 폭력행위를 말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연인의 여러 형태가 존재하는 만큼 구체적인 범주를 정해야 한다. 예컨대 연인이 아닌 친밀한 관계에서 데이트를 했을 경우, 교제가 끝난 경우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 공권력이 개입되는 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1998년 가정폭력 특별법이 제정됐을 때도 그랬다. 가정폭력을 형법이 아닌 별도법으로 처리하는 것에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국회, 정부, 학계의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은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두 폭력 모두 친밀하고 특별한 관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생존자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사적인 공간에서 폭력이 벌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범죄가 쉽게 은폐될 수 있고, 폭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가해자의 보복을 가장 두려워한다. 용기를 내어 수사기관을 찾아가도 결국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망설이게 된다. 그 사이 희생된 생존자도 있다.

2018년 서울 관악구에서 폭행으로 9차례나 형사 입건된 가해자는 생존자를 다시 찾아가 살해했다. 당시 생존자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고, 수사기관은 가해자를 풀어줬다.

이는 연인 관계의 폭행 범죄가 ‘반의사불벌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데이트폭력 생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나 처벌이 어렵다. 데이트폭력 범죄에는 기존 형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발의 6건…통과는 ‘0건’
류호정 의원 입법 예고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해자로부터의 철저한 격리다. 가해자들은 생존자들의 신상 정보와 행동 반경을 꿰뚫고 있다. 살인 및 성폭력과 같은 보복범죄가 쉽게 자행될 수 있는 이유다.

가정폭력 생존자의 경우 사법경찰관리가 ‘접근금지 명령’과 같은 긴급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다. 위반 시 유치장 송치도 가능하다. 물론 데이트폭력 생존자도 가해자에 대해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절차가 필요한 만큼 최소 2개월 이상의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법원은 가해자가 접근금지 결정을 위반할 때마다 생존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또 경찰에서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에게 지급하는 스마트워치(신변보호용 위치 추적장치)마저 부족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수사기관에 의한 2차 피해 우려가 있다. 수사기관에서 합의를 종용하거나 생존자에게 탓을 돌리는 경우도 다수다. 지난 7월 부산에서 데이트폭력을 당한 생존자가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합의를 종용받는 등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생존자는 형사조정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가해자와 조정실에서 단둘이 대면해야 했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 ⓒ고성준 기자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데이트폭력 방지 법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국회의 ‘책임론’도 함께 일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여야 모두 젠더 폭력 방지법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만이 유일하게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일요시사>는 부천데이트폭력 사건을 보도하기로 결정한 뒤,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과 해당 사건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의원실은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법안을 내년 1월에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류 의원은 수사 기관이 데이트폭력 범죄를 인지하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가스라이팅(정서적 학대)’을 당한 생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은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데이트폭력 개념을 알리는 등 사전 예방 교육제도를 도입할 것을 예고했다. 이는 부천데이트폭력 생존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내용이다. 생존자는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공익광고를 본 뒤, 본인이 전형적인 데이트폭력 생존자임을 인지했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의 전조증상을 알았더라면 생존자가 그 지독한 굴레에서 좀 더 일찍 벗어났을 수도 있다.

류 의원은 지난 1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에 대해 “법과 제도의 허점 때문에 생기는 시민들의 고통”이라며 “지금까지 관련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국회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법적 조치 중 하나가 가해자로부터의 분리 및 치료라고 생각한다”며 임시조치 규정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류 의원은 “다양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생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21대 국회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론


지난달 26일에는 류 의원과 부천데이트폭력 생존자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생존자와의 미팅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2년이 지났지만, 생존자는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국회를 나설 때쯤 생존자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됐다”고 고마워했다. 류 의원은 “당신은 틀리지 않았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생존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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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