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300만 구독 ‘보라미TV’ 운영 중인 정보람·임종호 부부

“절실함이 대박 유튜버 만들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튜브 시장이 팽창하면서 직접 영상제작에 뛰어든 이른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영상 너머에 존재하는 유튜버는 언제나 구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라미TV’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나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유튜브 채널 보라미TV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

바닥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소품들이 상자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잘못 건드렸다가 와르르 무너진 소품들을 수차례 다시 배열하고, 단단한 종이 패널로 삼면을 둘렀더니 작은 주방이 나타났다. 구독자 225만명의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미니어처 세트장이다.

전략적 접근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라미TV’ 등을 운영 중인 유튜버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보라미TV를 비롯해 ‘보라미패밀리’ 등 4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4개 채널의 총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는 중이다. 

이들의 유튜브 도전기는 정씨가 2016년 들은 한 강연에서 시작됐다. 원래 키즈 스피치 강사였던 정씨가 경험을 살려 학원 사업을 준비하던 중 홍보를 위해 찾은 강연이었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서 강사의 유튜브에 대한 짧은 언급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 

정씨는 “블로그 브랜딩 강의였는데 강사님이 정말 짧게 유튜브에 대해 얘기했다. 3개월 유튜브를 운영해봤는데 5년간 운영한 블로그보다 훨씬 많은 혜택이 있다는 말이었다”며 “그 말이 뇌리에 꽂혀서 강의 이후에 강사님의 블로그를 찾아가 유튜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로 수익을 낸다는 게 생소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튜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씨는 결국 학원 사업을 뒤로 하고 유튜버로 방향을 전환했다. 남편 임씨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이었다. 정씨는 “딱 1년만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각오로 덤볐다”고 회상했다.

유튜버의 ‘유’자도 몰랐던 초보 유튜버의 시작은 험난했다. 키즈 스피치, 분장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도전했지만 처음 6개월은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정씨는 그때부터 유튜브에서 성공한 콘텐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독자의 수요가 높고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중심으로 분석해나갔다.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4개 채널 300만 구독자 보유

그 결과 콘텐츠 소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인형놀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형놀이 콘텐츠로 보라미TV는 말 그대로 대박 행렬에 합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타깃으로 제작한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시작한 보라미TV 전체 영상의 총 조회 수는 7억5000만회(11월29일 기준)에 달한다. 

정씨는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6개월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를 되돌아보니 내가 정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소재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내보다는 전 세계 구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영상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바로 ‘썸네일’이다. 썸네일은 일종의 견본 이미지를 뜻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영상을 누르기 전에 보이는 사진을 말한다.

임씨는 “과일로 비유하자면 포장이 예쁜 과일바구니가 인기가 높듯이 썸네일을 잘 만들면 조회 수가 높다. 어떻게 보면 영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낚시’ 영상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은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절실함’에 대해 언급했다.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것 이상으로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씨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무렵 1일 1영상을 목표로 달렸다. 제작·기획·소품 준비·촬영·편집·썸네일 제작·업로드의 과정을 매일 진행한 것이다. 1편을 제작하는 데 평균 7~8시간 걸렸을 정도.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유튜브와 씨름하던 때였다. 

정씨는 “세팅하는 데 2시간, 촬영하는 데 2시간, 편집하는 데 또 2시간, 그 사이에 틈틈이 자료를 찾고 하면 하루가 다 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영상에 매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며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제작 콘텐츠 수를 줄여 나갔다. 지금은 일주일에 1편씩 제작하는데, 그래도 채널이 4개다 보니 1주일에 4편을 제작하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모호했던 일과 일상의 구분은 오히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조금 뚜렷해졌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유튜브에 매달렸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영상 제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노력 필요해
새로운 일 도전할 것”

정씨는 “그래도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있고 시간 운용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 좋다”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지금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유튜브는 아동이 출연해 제작된 키즈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 게재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 정책의 변화로 키즈 유튜버들이 타격을 입었다. 보라미TV는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발굴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채널 개설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미니어처 요리를 보라미TV의 새 콘텐츠로 삼고, 먹방 소재의 채널을 새로 열었다. 정씨의 남편 임씨는 “올해 4월부터 먹방을 소재로 전 세계 구독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새 채널을 단기간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유튜브 외에도 다방면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13일부터는 유튜브 4년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 <300만 유튜버가 알려주는 전 세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돈 버는 법(가제)>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에서 소개한다. 책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또 최근 화두인 디지털 노마드, 온라인 건물주, 수익 자동화 등의 트렌드를 좇아 전자책 출판, 온라인 강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웹소설 등 온라인 무자본, 지식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할 예정이다. 


유튜버는 최근 몇 년 새 10대들의 희망 직업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유튜브 채널을 보면 미술이나 만들기, 춤, 노래 등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다. 그런 재능을 가진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권해드리고 싶다”며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콘텐츠 발굴

그러면서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저희 영상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모두 구독자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