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300만 구독 ‘보라미TV’ 운영 중인 정보람·임종호 부부

“절실함이 대박 유튜버 만들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튜브 시장이 팽창하면서 직접 영상제작에 뛰어든 이른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영상 너머에 존재하는 유튜버는 언제나 구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라미TV’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나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유튜브 채널 보라미TV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

바닥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소품들이 상자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잘못 건드렸다가 와르르 무너진 소품들을 수차례 다시 배열하고, 단단한 종이 패널로 삼면을 둘렀더니 작은 주방이 나타났다. 구독자 225만명의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미니어처 세트장이다.

전략적 접근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라미TV’ 등을 운영 중인 유튜버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보라미TV를 비롯해 ‘보라미패밀리’ 등 4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4개 채널의 총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는 중이다. 

이들의 유튜브 도전기는 정씨가 2016년 들은 한 강연에서 시작됐다. 원래 키즈 스피치 강사였던 정씨가 경험을 살려 학원 사업을 준비하던 중 홍보를 위해 찾은 강연이었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서 강사의 유튜브에 대한 짧은 언급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 

정씨는 “블로그 브랜딩 강의였는데 강사님이 정말 짧게 유튜브에 대해 얘기했다. 3개월 유튜브를 운영해봤는데 5년간 운영한 블로그보다 훨씬 많은 혜택이 있다는 말이었다”며 “그 말이 뇌리에 꽂혀서 강의 이후에 강사님의 블로그를 찾아가 유튜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로 수익을 낸다는 게 생소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튜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씨는 결국 학원 사업을 뒤로 하고 유튜버로 방향을 전환했다. 남편 임씨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이었다. 정씨는 “딱 1년만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각오로 덤볐다”고 회상했다.

유튜버의 ‘유’자도 몰랐던 초보 유튜버의 시작은 험난했다. 키즈 스피치, 분장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도전했지만 처음 6개월은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정씨는 그때부터 유튜브에서 성공한 콘텐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독자의 수요가 높고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중심으로 분석해나갔다.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4개 채널 300만 구독자 보유

그 결과 콘텐츠 소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인형놀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형놀이 콘텐츠로 보라미TV는 말 그대로 대박 행렬에 합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타깃으로 제작한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시작한 보라미TV 전체 영상의 총 조회 수는 7억5000만회(11월29일 기준)에 달한다. 

정씨는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6개월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를 되돌아보니 내가 정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소재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내보다는 전 세계 구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영상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바로 ‘썸네일’이다. 썸네일은 일종의 견본 이미지를 뜻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영상을 누르기 전에 보이는 사진을 말한다.

임씨는 “과일로 비유하자면 포장이 예쁜 과일바구니가 인기가 높듯이 썸네일을 잘 만들면 조회 수가 높다. 어떻게 보면 영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낚시’ 영상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은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절실함’에 대해 언급했다.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것 이상으로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씨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무렵 1일 1영상을 목표로 달렸다. 제작·기획·소품 준비·촬영·편집·썸네일 제작·업로드의 과정을 매일 진행한 것이다. 1편을 제작하는 데 평균 7~8시간 걸렸을 정도.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유튜브와 씨름하던 때였다. 

정씨는 “세팅하는 데 2시간, 촬영하는 데 2시간, 편집하는 데 또 2시간, 그 사이에 틈틈이 자료를 찾고 하면 하루가 다 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영상에 매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며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제작 콘텐츠 수를 줄여 나갔다. 지금은 일주일에 1편씩 제작하는데, 그래도 채널이 4개다 보니 1주일에 4편을 제작하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모호했던 일과 일상의 구분은 오히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조금 뚜렷해졌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유튜브에 매달렸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영상 제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노력 필요해
새로운 일 도전할 것”

정씨는 “그래도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있고 시간 운용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 좋다”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지금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유튜브는 아동이 출연해 제작된 키즈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 게재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 정책의 변화로 키즈 유튜버들이 타격을 입었다. 보라미TV는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발굴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채널 개설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미니어처 요리를 보라미TV의 새 콘텐츠로 삼고, 먹방 소재의 채널을 새로 열었다. 정씨의 남편 임씨는 “올해 4월부터 먹방을 소재로 전 세계 구독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새 채널을 단기간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유튜브 외에도 다방면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13일부터는 유튜브 4년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 <300만 유튜버가 알려주는 전 세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돈 버는 법(가제)>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에서 소개한다. 책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또 최근 화두인 디지털 노마드, 온라인 건물주, 수익 자동화 등의 트렌드를 좇아 전자책 출판, 온라인 강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웹소설 등 온라인 무자본, 지식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할 예정이다. 


유튜버는 최근 몇 년 새 10대들의 희망 직업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유튜브 채널을 보면 미술이나 만들기, 춤, 노래 등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다. 그런 재능을 가진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권해드리고 싶다”며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콘텐츠 발굴

그러면서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저희 영상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모두 구독자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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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