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재계 이끌 후계자 열전

돈도 돈 있어야 물려받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재계 후계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데서부터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경우까지 다양하다. 특히 승계 궤도에 오른 후계자들은 저마다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면서 경영 능력 증명에 힘쓰고 있는 추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인근씨는 지난 9월 SK E&S 전략기획팀에 입사했다. 직급은 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씨는 지난 2014년 미국 브라운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인턴십을 거쳤다.

차근차근
승계 준비

인근씨가 몸담고 있는 SK E&S는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다. 그룹 지주사인 SK에서 9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근씨의 입사를 경영수업으로 바라봤다. SK E&S는 그룹 주력 계열사로 꼽히지 않지만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인근씨는 평소 신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SK E&S의 최근 3년간(2017~2019)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5352억원, 6조4675억원, 6조5616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3557억원, 4478억원, 526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3743억원, 4390억원, 6971억원으로 매해 개선됐다.


올해 실적은 관망세다. SK E&S의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하락한 4조1837억원이었다. 영업이익 역시 직전년도에 비해 무려 74.2% 하락한 1185억원이었다. 다만 순이익은 39.2% 상승한 1조78억원을 기록했다. 인근씨 외에도 최 회장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에서 근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차녀 민정씨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한화그룹은 3세 경영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룹은 지난 9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신성장동력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크게 태양광과 수소, 그리고 헬스케어로 분류된다.

태양광 사업은 김 사장이 오랜 기간 담당한 부문이다. 김 사장은 그룹에서 해당 사업에 뛰어든 10년간 이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소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김 사장은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수소전지차 업체 니콜라 투자를 직접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니콜라가 사기극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가 지분 인수 계약 철회를 발표, 주가가 휘청거린 바 있다.

계열사 입사, 성장 동력 발굴
시험대 오른 경영능력 어떻게?

헬스케어 사업 부문 확대는 최근 이뤄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0일, 고순도 크레졸 시설에 12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전남 여수산업단지 소재로 연간 3만톤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 고순도 크레졸은 종합비타민제 등 헬스케어제품 첨가제로 사용되는 정밀화학 소재다. 김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추진하는 첫 번째 신사업인 만큼 주목을 받게 됐다.

올해 3분기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6조6332억원으로 직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5.5% 하락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각각 28.2%, 57.7% 상승한 5288억원, 4010억원을 기록했다.


LS그룹 역시 3세 경영에 돌입했다. 그룹은 지난달 24일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들을 계열사 최고책임자에 오르게 했다.
 

맏형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예스코홀딩스 CEO(최고경영자)를 맡게 됐다. 그는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앞서 구 사장은 지난해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경영 수업이 더 필요하다며 10일 만에 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구 사장은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 부문장은 E1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됐다. 구 전무는 올해 38세로 그룹 최연소 COO에 등극했다. 또한 E1에 승진자가 아무도 없고, LS밸류매니지먼트에 있던 구 전무가 E1으로 넘어온 점을 미뤄 봤을 때 무게감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E1에는 애초에 COO라는 직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 전무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3년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에 입사한 그는 8년 만에 최고책임자 직을 수행하게 됐다.

구본규 LS앰트론 부사장은 COO에서 CEO가 됐다. 구 부사장은 지난 2007년 LS전선에 입사하며 첫 발을 뗐다. 그는 SPSX(슈퍼리어 에식스) 통신영업 차장, LS일렉트릭 자동화 아시아 태평양 영업팀장, LS엠트론 경영관리 COO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외아들이다.

오너 3세들이 그룹 지주사 LS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50만주(1.55%), 96만2500주(2.99%), 37만2000주(1.16%) 순이다.

미래 사업
어디에 얼마?

BGF그룹은 2세 경영에 착수했다.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017년 10월 BGF리테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 그룹 지주사인 BGF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 9월 기준 홍 대표의 BGF 지분율은 10.29%다. 최대주주는 홍 회장으로, 53.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 대표는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 등기임원이다. BGF리테일은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히지만 최근 상황은 만만치 않다. 편의점업이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BGF리테일 매출액은 4조624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266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6.7% 하락했다. 순이익 역시 17.5% 감소한 965억원이었다.

홍 대표는 새벽 배송을 신사업으로 선택, 지난 2018년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전략부문장을 맡았던 홍 대표는 인수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BGF에서 헬로네이처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9.9%는 SK플래닛에 있다.

다만 매년 적자 폭이 커지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헬로네이처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163억원에서 22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81억원에서 –15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37억원에서 –194억원으로 하락했다. 헬로네이처의 흑자전환 여부에 홍 대표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4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COO 전무는 지난달 26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영위하는 자동차 부문을 책임지게 된다.

올해 36세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하며 국내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 부사장은 다시 2년 만에 상무,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고속 승진 가도를 밟았다.

이 부사장이 활동하게 되는 코오롱글로벌은 그룹 매출의 절반 정도를 책임지는 계열사다. 이 부사장은 이곳에서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사장은 그간 진두지휘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의 실적 악화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퇴임을 밝히면서 “아들의 경영능력이 인정받아야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능력
실적은?

현재 코오롱그룹 지주사 코오롱 최대주주는 이웅열 전 회장이다. 지분율은 49.74%다. 아직 이 부사장은 코오롱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부사장이 자리를 옮길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실적은 상승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액은 2조692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직전년도 대비 각각 53%, 115.8% 수직상승한 1290억원, 697억원을 기록했다.

65년째 동업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삼천리그룹은 3세 경영 궤도에 들어섰다. 그룹 지주사 삼천리의 최대주주였던 이만득 명예회장은 지난 8월 2대 주주로 물러났다. 최대주주 자리를 꿰찬 인물은 이은백 삼천리 미주본부 사장과 유용욱 ST인터내셔널 실장이다.
 

이들은 각각 공동창업주인 고 이장균 회장과 유성연 전 ST인터내셔널 회장의 손자들이다. 또 이만득 명예회장의 형인 고 이천득 부사장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은백 사장과 유용욱 실장은 지난 8월 모두 4차례에 걸쳐 3574주를 사들였다. 그 결과 이들의 보유 지분율은 9.18%로 조정되면서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만득 명예회장의 8.34%를 넘어서게 됐다. 전체 주식 수로 살펴보면 이은백 사장은 37만2070주를 보유하고 있다. 유용욱 실장은 이보다 1주 적은 37만2069주를 갖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 변경으로 당장 승계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만득 명예회장과 유상덕 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이들의 나이는 60대로 경영권을 당장 물려줄 시기는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이만득 명예회장의 3녀 이은선 삼천리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은백 사장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4년 삼천리에 입사한 그는 2014년부터 미주본부 부사장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사장으로 올라섰다. 유용욱 실장은 지난 3월 ST인터내셔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ST인터내셔널 회장인 부친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DB그룹은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지난 7월 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DB그룹은 지난 1969년 김준기 전 회장이 창업했다. 50년 만에 2세 경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당시 김남호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후계 경쟁력 선점법 각양각색
최대주주 확보 승계의 마침표

김 회장은 DB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그룹은 DB손해보험 이하 금융 계열사와 DBInc. 이하 제조 계열사로 구축돼있다. 김 회장은 DB손해보험과 DBInc.에서 각각 9.01%, 16.8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D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별도 영업이익은 59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2% 상승했다. 순이익 역시 4420억원으로 직전년도 동기 대비 34.4% 상승했다.

DBInc.에서도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회사의 3분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한 1978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동기간 각각 35.7%, 49.1% 증가한 205억원, 142억원이었다.

1975년생인 김 회장은 지난 2002년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AT커니에서 3년간 근무했고, 2007년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이어 UC버클리대에서 금융 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 2009년 DB그룹에 입사했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여러 계열사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후계 구도는 안갯속이다. 오너 일가는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과 함께 대립하는 모양새다. 구도는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대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그리고 차녀 조희원씨다.

그러던 중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존 조현식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현범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와중에 단행된 인사인 만큼 조현범 사장의 선임 배경을 두고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는 조현범 사장(42.90%)이다. 그는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단번에 올라선 바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19.32%를 보유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과 조희원씨는 각각 10.82%, 0.83%에 그친다.

터다지고
발판 마련

경영권 분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조 사장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기 전까지 아무 문제없었다”며 “조 사장이 가족도 모르게 비밀작전 하듯 갑작스럽게 주식을 매매하는 욕심까지 낼 것으로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신청 뒤 조 회장이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에 대해서 “아버지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는 입장문에 나온 어법과 내용으로 평상시 말씀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아버지의 의견인 것처럼 모든 일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이고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지난 10월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조희원씨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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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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