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재계 이끌 후계자 열전

돈도 돈 있어야 물려받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재계 후계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데서부터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경우까지 다양하다. 특히 승계 궤도에 오른 후계자들은 저마다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면서 경영 능력 증명에 힘쓰고 있는 추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인근씨는 지난 9월 SK E&S 전략기획팀에 입사했다. 직급은 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씨는 지난 2014년 미국 브라운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인턴십을 거쳤다.

차근차근
승계 준비

인근씨가 몸담고 있는 SK E&S는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다. 그룹 지주사인 SK에서 9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근씨의 입사를 경영수업으로 바라봤다. SK E&S는 그룹 주력 계열사로 꼽히지 않지만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인근씨는 평소 신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SK E&S의 최근 3년간(2017~2019)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5352억원, 6조4675억원, 6조5616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3557억원, 4478억원, 526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3743억원, 4390억원, 6971억원으로 매해 개선됐다.


올해 실적은 관망세다. SK E&S의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하락한 4조1837억원이었다. 영업이익 역시 직전년도에 비해 무려 74.2% 하락한 1185억원이었다. 다만 순이익은 39.2% 상승한 1조78억원을 기록했다. 인근씨 외에도 최 회장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에서 근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차녀 민정씨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한화그룹은 3세 경영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룹은 지난 9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신성장동력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크게 태양광과 수소, 그리고 헬스케어로 분류된다.

태양광 사업은 김 사장이 오랜 기간 담당한 부문이다. 김 사장은 그룹에서 해당 사업에 뛰어든 10년간 이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소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김 사장은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수소전지차 업체 니콜라 투자를 직접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니콜라가 사기극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가 지분 인수 계약 철회를 발표, 주가가 휘청거린 바 있다.

계열사 입사, 성장 동력 발굴
시험대 오른 경영능력 어떻게?

헬스케어 사업 부문 확대는 최근 이뤄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0일, 고순도 크레졸 시설에 12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전남 여수산업단지 소재로 연간 3만톤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 고순도 크레졸은 종합비타민제 등 헬스케어제품 첨가제로 사용되는 정밀화학 소재다. 김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추진하는 첫 번째 신사업인 만큼 주목을 받게 됐다.

올해 3분기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6조6332억원으로 직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5.5% 하락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각각 28.2%, 57.7% 상승한 5288억원, 4010억원을 기록했다.


LS그룹 역시 3세 경영에 돌입했다. 그룹은 지난달 24일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들을 계열사 최고책임자에 오르게 했다.
 

맏형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예스코홀딩스 CEO(최고경영자)를 맡게 됐다. 그는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앞서 구 사장은 지난해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경영 수업이 더 필요하다며 10일 만에 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구 사장은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 부문장은 E1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됐다. 구 전무는 올해 38세로 그룹 최연소 COO에 등극했다. 또한 E1에 승진자가 아무도 없고, LS밸류매니지먼트에 있던 구 전무가 E1으로 넘어온 점을 미뤄 봤을 때 무게감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E1에는 애초에 COO라는 직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 전무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3년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에 입사한 그는 8년 만에 최고책임자 직을 수행하게 됐다.

구본규 LS앰트론 부사장은 COO에서 CEO가 됐다. 구 부사장은 지난 2007년 LS전선에 입사하며 첫 발을 뗐다. 그는 SPSX(슈퍼리어 에식스) 통신영업 차장, LS일렉트릭 자동화 아시아 태평양 영업팀장, LS엠트론 경영관리 COO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외아들이다.

오너 3세들이 그룹 지주사 LS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50만주(1.55%), 96만2500주(2.99%), 37만2000주(1.16%) 순이다.

미래 사업
어디에 얼마?

BGF그룹은 2세 경영에 착수했다.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017년 10월 BGF리테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 그룹 지주사인 BGF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 9월 기준 홍 대표의 BGF 지분율은 10.29%다. 최대주주는 홍 회장으로, 53.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 대표는 편의점 CU 운영사 BGF리테일 등기임원이다. BGF리테일은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히지만 최근 상황은 만만치 않다. 편의점업이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BGF리테일 매출액은 4조624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266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6.7% 하락했다. 순이익 역시 17.5% 감소한 965억원이었다.

홍 대표는 새벽 배송을 신사업으로 선택, 지난 2018년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전략부문장을 맡았던 홍 대표는 인수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BGF에서 헬로네이처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9.9%는 SK플래닛에 있다.

다만 매년 적자 폭이 커지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헬로네이처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163억원에서 22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81억원에서 –15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37억원에서 –194억원으로 하락했다. 헬로네이처의 흑자전환 여부에 홍 대표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4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COO 전무는 지난달 26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영위하는 자동차 부문을 책임지게 된다.

올해 36세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5년 상무보로 승진하며 국내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 부사장은 다시 2년 만에 상무,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고속 승진 가도를 밟았다.

이 부사장이 활동하게 되는 코오롱글로벌은 그룹 매출의 절반 정도를 책임지는 계열사다. 이 부사장은 이곳에서 경영능력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사장은 그간 진두지휘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의 실적 악화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퇴임을 밝히면서 “아들의 경영능력이 인정받아야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능력
실적은?

현재 코오롱그룹 지주사 코오롱 최대주주는 이웅열 전 회장이다. 지분율은 49.74%다. 아직 이 부사장은 코오롱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부사장이 자리를 옮길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실적은 상승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액은 2조692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직전년도 대비 각각 53%, 115.8% 수직상승한 1290억원, 697억원을 기록했다.

65년째 동업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삼천리그룹은 3세 경영 궤도에 들어섰다. 그룹 지주사 삼천리의 최대주주였던 이만득 명예회장은 지난 8월 2대 주주로 물러났다. 최대주주 자리를 꿰찬 인물은 이은백 삼천리 미주본부 사장과 유용욱 ST인터내셔널 실장이다.
 

이들은 각각 공동창업주인 고 이장균 회장과 유성연 전 ST인터내셔널 회장의 손자들이다. 또 이만득 명예회장의 형인 고 이천득 부사장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은백 사장과 유용욱 실장은 지난 8월 모두 4차례에 걸쳐 3574주를 사들였다. 그 결과 이들의 보유 지분율은 9.18%로 조정되면서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만득 명예회장의 8.34%를 넘어서게 됐다. 전체 주식 수로 살펴보면 이은백 사장은 37만2070주를 보유하고 있다. 유용욱 실장은 이보다 1주 적은 37만2069주를 갖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 변경으로 당장 승계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만득 명예회장과 유상덕 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이들의 나이는 60대로 경영권을 당장 물려줄 시기는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이만득 명예회장의 3녀 이은선 삼천리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은백 사장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4년 삼천리에 입사한 그는 2014년부터 미주본부 부사장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사장으로 올라섰다. 유용욱 실장은 지난 3월 ST인터내셔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ST인터내셔널 회장인 부친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DB그룹은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지난 7월 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DB그룹은 지난 1969년 김준기 전 회장이 창업했다. 50년 만에 2세 경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당시 김남호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후계 경쟁력 선점법 각양각색
최대주주 확보 승계의 마침표

김 회장은 DB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그룹은 DB손해보험 이하 금융 계열사와 DBInc. 이하 제조 계열사로 구축돼있다. 김 회장은 DB손해보험과 DBInc.에서 각각 9.01%, 16.83%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D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별도 영업이익은 59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2% 상승했다. 순이익 역시 4420억원으로 직전년도 동기 대비 34.4% 상승했다.

DBInc.에서도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회사의 3분기 누적 기준 별도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한 1978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동기간 각각 35.7%, 49.1% 증가한 205억원, 142억원이었다.

1975년생인 김 회장은 지난 2002년 외국계 컨설팅회사인 AT커니에서 3년간 근무했고, 2007년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이어 UC버클리대에서 금융 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 2009년 DB그룹에 입사했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여러 계열사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후계 구도는 안갯속이다. 오너 일가는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과 함께 대립하는 모양새다. 구도는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대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그리고 차녀 조희원씨다.

그러던 중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존 조현식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현범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와중에 단행된 인사인 만큼 조현범 사장의 선임 배경을 두고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는 조현범 사장(42.90%)이다. 그는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확보하면서 최대주주로 단번에 올라선 바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19.32%를 보유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과 조희원씨는 각각 10.82%, 0.83%에 그친다.

터다지고
발판 마련

경영권 분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조 사장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기 전까지 아무 문제없었다”며 “조 사장이 가족도 모르게 비밀작전 하듯 갑작스럽게 주식을 매매하는 욕심까지 낼 것으로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신청 뒤 조 회장이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에 대해서 “아버지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는 입장문에 나온 어법과 내용으로 평상시 말씀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아버지의 의견인 것처럼 모든 일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이고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지난 10월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조희원씨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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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