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70)용암교 물난리, 그 이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2:10:57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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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가는데…아직도 보상금 줄다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늦기 마련이다. 최근 경남의 한 마을에서 시공사가 무리한 다리 공사를 진행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시공사 측에서는 뒤늦게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보상에 나서고 있다.

▲ ⓒ침수 피해 제보자

지난 5월20일, 경남도 진주시 용암2교 재가설 공사가 시작됐다. 이 공사는 기존에 있던 다리를 없애고 새로운 다리를 짓는 것으로, 지름 약 1m 정도의 강관 3개를 매설한 후 우회 도로를 만들었다. 가설 공사란 건축물의 본 공사를 위해 필요한 임시적 시공설비를 설치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절

하지만 가스 배관공사와 장마로 인해 일정이 조금씩 지연되다가 9월까지 다리 공사가 이어졌다. 태풍 마이삭이 휘몰아친 9월3일, 물이 범람해 공사 현장 일대의 주민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이날 새벽 2시 A씨 가족의 집에도 물이 차기 시작했다. 당시 시공사 현장 소장과 굴삭기 기사도 태풍으로 인해 집이 물에 범람하는 것을 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이후 우회도로를 제거할 때 물이 빠져나오면서 또 한 번 물이 범람한 것. 

A씨 가족은 “이전부터 물이 넘치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강관을 더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들은 가족의 연락을 받고 회사에 연차를 낸 뒤 부모님 댁에 와서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각종 농기계는 건드리지도 못했으며 창고에 있던 자동차 2대는 폐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황한 A씨 아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해 피해 관련 보상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무리한 공사 강행…하천 범람 피해
농기계·농기구 등 각종 물품 침수

그는 “마이삭이 온 9월3일 새벽, 경남 진주시에 있는 부모님 댁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 부모님이 이 집에 살면서 한 번도 수해 피해를 입은 적이 없어서 지금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이번 수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 공사를 계획하고 발주한 기관에서는 조속한 확인 및 처리 상황 공유 등 하루빨리 복구 절차를 밟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A씨의 아들은 수해 원인에 대해 “지난 3월부터 부모님 댁 옆 하천에 다리 공사가 진행됐다. 기존 다리 철거 후, 하천 배수를 위해 지름 1m의 강관 3개만 매설했다. 이후 임시 우회 도로를 만들었는데, 태풍 때 비가 많이 오면서 우회도로에서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이 범람해 부모님 댁까지 침수 피해를 봤다”고 항의했다. 

이어 “피해 내용은 소 축사 침수, 사료 침수, 각종 농기계(콤바인, 관리기, 예초기, 비료 살포기, 베일러, 포장기, 곡물 건조기, 고추 건조기, 정미기)와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과 각종 농기구 및 공구류(공기 압축기, 절단기, 용접기, 전동드릴 등), 차량 2대, 침수로 인해 위치 이탈된 저온냉장고, 침수된 각종 수확 작물들(쌀, 고추, 양파, 마늘 등), 유실된 농업용 자재 및 각종 농약 등”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우회도로를 만들 때 아버지께서 배수 배관을 더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공사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무시했고, 집에 물이 넘치고 나서야 우회도로를 철거해 바로 물이 빠지게 됐다. 며칠 뒤 시공사 직원들과 발주처 관계자들이 와서 조금 복구됐으나 그날 이후로 시공사 현장소장 말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시공사에서는 ‘보험사에 접수해놨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주처의 별다른 액션은 전혀 없었고 현장소장은 우선 피해 본 부분에 대해 조치해주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인재로 인한 수재인데 발주처에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지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뒤늦게 책임 인정
발주처는 여전히 나몰라

이에 대해 경남도 도로 관리사업소 측은 “진주시 ○○○면 ○○○리 일원 ○○○교 재가설 공사 현장 인근 침수 피해 처리와 관련해 불편하게 한 점 사과드린다. 주민 의견 및 현장 여건을 고려해 가설도로 내 배수관을 당초 계획 수량보다 추가해 설치하고 태풍 및 집중호우 예보에 따라 피해 예방을 위한 인력 및 장비를 배치하는 등 현장 조치했으나 집중호우 시 갑작스러운 하천수위 상습으로 불편하게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경남도에서는 피해 당일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지원했고, 현재 시공사에서는 공제보험을 통해 침수 피해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9월9일 손해사정업체에서 현장방문 후 피해를 조사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 아들은 “사고 발생 2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발주처인 경남도 도로관리사업소 진주지소에서는 보상에 관심이 없다. 공사를 계속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만 한 채 보상 관련해서는 ‘건설사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시공사 측에서도 ‘보상이 진행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건설공제조합에서는 보상금이 안 나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억울해했다.

되풀이

보상에 대해선 “제대로 산정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견적을 내보니 최소 5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보상해 줄 수 있는 수준이 20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 건설사에서 가입한 건설공제조합에서 처음 보상 관련 업무를 진행했으나 ‘산재이기 때문에 100% 보상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남도 도로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피해를 입으신 가족, 시공사와 보상금 관련해 서로 협의 중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5000만원 피해…보상은 2만원?

올여름 경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안성에서 1억원원 상당의 ‘한국 자생춘란’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현행법상 지원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재배 농가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안성시와 안성에 있는 한 농가에 따르면 안성시는 올여름 폭우 피해를 본 농민들을 찾아 재난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7월 말 경기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안성 보개면의 북좌저수지가 무너졌다.


제방을 뚫고 나온 물은 마을을 덮쳤고, 저수지 인근 A씨의 비닐하우스까지 덮쳤다. 결국 A씨가 재배하는 난 3000분 중 절반인 1500분이 물에 잠겼다.

A씨가 기르는 난은 한국 자생춘란으로 야생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의 난이다.

한국 춘란은 시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일반 난과 달리, 한 분당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개당 5000만원이 넘는 ‘남산관’이 시드는 등 최대 1억 원이 넘는 재산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A씨는 실제 피해액의 10%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자연재해 보상 항목에 한국 자생춘란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매년 ‘자연재난 조사 및 복구 계획 수립지침’을 마련하고 자연재해 피해액을 산출한다.


지침에는 재난 발생 시 보상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팡목이 명시돼있는데, 한국 춘란은 없다.

안성시는 A씨의 피해액을 고려해 지침에 명시된 종 중 가장 비싼 ‘호접난’을 기준으로 피해액을 산정했다.

하지만 호접난의 보상 비용은 재배면적 1㎡당 1만9000원에 그친다.

약 330㎡ 면적에서 난을 기르는 A씨는 재난지원금으로 6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기관과 경기도 측에 재난 보상 가능 품목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관련법이 없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A씨의 사정을 고려해 가장 값이 비싼 호접난으로 산정을 하더라도 실제 피해액에 비하면 미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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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