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오너 3세 마지막 승계 퍼즐

후계자에 주어진 선물과 숙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제일약품 3세는 후계 구도에서 공고한 위치를 선점한 지 오래다. 다만 승계 마침표를 완전히 찍지는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최대주주가 되지 못한 점을 비롯해 수익 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제일약품 본사 ⓒ제일약품

제일약품은 지난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최근에는 화이자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데, 제일약품이 도입해 판매하는 의약품 상당수가 화이자 상품이다.

중견 제약
승계 준비

제일약품은 3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그는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한국화이자 제약, 한국오츠카 제약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했고, 지난 2007년 제일약품 마케팅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한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월 경영기획실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 구도에 불을 지폈다.


승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때는 지난 2017년 6월로 당시 제일약품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은 제일약품 창립 5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제일약품은 특별한 계열사 없이 단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일약품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사명을 ‘제일파마홀딩스’로 교체하고 지주사 역할을 맡게 했다. 신설법인 ‘제일약품’은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은 각각 변경상장과 재상장 절차를 거치며 시장에 안착했다.

동시에 한 부사장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제일약품 부사장직도 유지하게 됐다. 사실상 3세 경영인으로서의 시작을 알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제일약품은 기존에 없던 계열사도 품게 됐다. 이미 회사는 지주사 전환에 앞서 지난 2016년부터 분사를 통해 제일앤파트너스(판매대행), 제일헬스사이언스(의약품 제조), 제일에이치앤비(화장품) 등을 설립한 바 있다. 각 사업 부문을 전문화·세분화한 것으로, 당시 업계 안팎에선 이를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창립 58년 만에 지주사 파격 전환
지주사 사장에, 주력사 부사장으로

제일파마홀딩스는 제일약품 지분을 공개 매수했고, 최종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로 이어지게 됐다. 한 부사장의 3세 경영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승계가 완전히 끝맺은 것은 아니었다.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지분 문제가 거론됐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한승수 회장이 5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부사장의 지분은 9.68%로 상당한 격차다.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제일약품 개발본부 이사(2.86%)와 한승수 회장의 동생 한응수씨(1.8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뿐만 아니라 제일약품에서도 압도적인 지분을 쥐고 있지 않다. 제일약품 최대주주는 제일파마홀딩스로 49.71%의 지분이 있다. 한 부사장의 몫은 0.61%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응수씨가 6.32%로 개인 기준 최대주주다. 한승수 회장에게도 3%의 지분이 있다.

결국 한 부사장이 후계자로 온전히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동반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가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인 만큼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취득이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첫걸음으로 판단된다.
 

▲ 제일약품 본사 ⓒ네이버 지도`

첫 번째 방법은 장내 매수다. 제일파마홀딩스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확보해야 하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2270억원이 넘는다(25일 종가 기준). 반면 한 부사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380억원이다. 당장 최대주주까지 다다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반대로 한 부사장이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을 물려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증여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느냐에 따라 완전한 승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지분?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배당이 꼽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파마홀딩스 배당액은 2억원, 10억원, 1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일약품도 7억원, 8억원, 10억원 등으로 비슷했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계열사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을 12.03%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일헬스사이언스에서는 따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자금 확보 수단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한 부사장이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점이 언급됐다. 부동산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승수 회장은 서초구 반포동 소재 고급 아파트를 한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당시 아파트 가치는 42억원가량이었다.

해당 부동산을 판매하거나 담보로 걸어둔다면 필요한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직접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고 부담해야 할 증여세에 비해서도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자금력의 귀추가 주목되는 만큼, 한 부사장의 수증은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한 부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에 등극하더라도 경영 능력 입증이 승계를 위해 요구되는 또 다른 절차라고 말한다. 단순한 지분 취득만으로 승계를 끝마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약품 별도 기준 매출액은 3715억원, 6270억원, 6714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 73억원 등으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3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순이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동기간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105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다만 올해는 흑자 전환을 점쳐볼 수 있다. 제일약품의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5184억원이었다. 직전년도 대비 2.8%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0.4%, 96.3% 수직상승한 109억원, 66억원으로 나타났다.

▲ 케펜텍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약품은 이전까지 자회사가 따로 없어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으로 재무제표가 작성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를 100% 자회사로 품었다. 제일약품 실적은 크게 기울지 않는 추세지만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회사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실적 회복
그래도…


제일약품은 창립 초기부터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에 집중했다. 이 같은 사업적 특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제일약품 전체 매출에서 상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가운데 상품 비중이 77.08%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남의 제품을 팔아 대부분의 매출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불과했다. 이는 화이자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리피토(25.01%)보다 낮은 수치다. 화이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리리카는 제일약품 매출의 9.22%일 정도로 높다.

이외에도 화이자에서 제조하는 쎄레브렉스(7.07%), 란스톤 LFDF(4.97%), 뉴론틴(3.6%), 액토스(3.11%), 카듀엣(3.04%), 덱실란트디알(2.92%), 네시나(2.88%) 등이 제일약품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제일약품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 비중은 22%에 그친 반면 상품은 77.6%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화이자의 리피토 매출 비중이 24.5%로 가장 높았고, 그 외 상품 매출 순위는 다르지 않았다.

애초 제일약품은 상품 매출보다 제품 매출 비중이 더 높았다. 역전이 발생한 건 지난 2004년부터다. 제품 매출이 더디게 늘었던 반면 상품 매출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상품 매출은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 가운데 평균 53%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그 비중이 60% 가까이 증가했고, 매년 늘어나면서 최근 3년간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중뿐만 아니라 상품 매출액은 제품 매출액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제품 매출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1년 2068억원이었다. 나머지 사업연도에서 제품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은 적은 없다.

최대주주까지 머나먼 길 ‘어떻게?’
수익구조 거론…신약개발로 화룡점정?

반대로 상품 매출액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000억원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차츰 증가하다가 이후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가 제일약품의 외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제일약품은 상품 판매를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도 ‘다국적 제약사 판매대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 ⓒ제일약품

그래서인지 한 부사장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시행해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지원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일 것”이라며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한 내실을 다져나가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제일약품은 신약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5억원을 출자해 설립해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연구개발 전문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회사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이사가 개발부 이사로 근무 중인 곳이기도 하다.

제일약품 내 연구개발 조직은 크게 개발본부(운영 전반 관리)와 중앙연구소(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합성공정 연구), 그리고 제제기술연구소(제제개발 연구)로 나뉜다.

연구 인력은 지난해 88명에서 94명으로 늘었다. 또 신약개발 업무 총괄담당을 위해 중앙연구소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의 4% 내외에서 책정된다.

현재 회사는 총 12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뇌졸중·항암제·신경병성 통증·당뇨·역류성식도염·망막질환·파킨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이다.

이 중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1개와 당뇨 치료제 4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임상 3상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당뇨 치료제 1개의 경우, 국내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결국은 
실적으로

제일약품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준비하기 위해 신약개발 능력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혁신 신약 및 개량 신약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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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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