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오너 3세 마지막 승계 퍼즐

후계자에 주어진 선물과 숙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제일약품 3세는 후계 구도에서 공고한 위치를 선점한 지 오래다. 다만 승계 마침표를 완전히 찍지는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최대주주가 되지 못한 점을 비롯해 수익 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제일약품 본사 ⓒ제일약품

제일약품은 지난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최근에는 화이자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데, 제일약품이 도입해 판매하는 의약품 상당수가 화이자 상품이다.

중견 제약
승계 준비

제일약품은 3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그는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한국화이자 제약, 한국오츠카 제약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했고, 지난 2007년 제일약품 마케팅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한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월 경영기획실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 구도에 불을 지폈다.


승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때는 지난 2017년 6월로 당시 제일약품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은 제일약품 창립 5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제일약품은 특별한 계열사 없이 단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일약품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사명을 ‘제일파마홀딩스’로 교체하고 지주사 역할을 맡게 했다. 신설법인 ‘제일약품’은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은 각각 변경상장과 재상장 절차를 거치며 시장에 안착했다.

동시에 한 부사장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제일약품 부사장직도 유지하게 됐다. 사실상 3세 경영인으로서의 시작을 알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제일약품은 기존에 없던 계열사도 품게 됐다. 이미 회사는 지주사 전환에 앞서 지난 2016년부터 분사를 통해 제일앤파트너스(판매대행), 제일헬스사이언스(의약품 제조), 제일에이치앤비(화장품) 등을 설립한 바 있다. 각 사업 부문을 전문화·세분화한 것으로, 당시 업계 안팎에선 이를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창립 58년 만에 지주사 파격 전환
지주사 사장에, 주력사 부사장으로

제일파마홀딩스는 제일약품 지분을 공개 매수했고, 최종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로 이어지게 됐다. 한 부사장의 3세 경영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승계가 완전히 끝맺은 것은 아니었다.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지분 문제가 거론됐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한승수 회장이 5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부사장의 지분은 9.68%로 상당한 격차다.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제일약품 개발본부 이사(2.86%)와 한승수 회장의 동생 한응수씨(1.8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뿐만 아니라 제일약품에서도 압도적인 지분을 쥐고 있지 않다. 제일약품 최대주주는 제일파마홀딩스로 49.71%의 지분이 있다. 한 부사장의 몫은 0.61%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응수씨가 6.32%로 개인 기준 최대주주다. 한승수 회장에게도 3%의 지분이 있다.

결국 한 부사장이 후계자로 온전히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동반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가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인 만큼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취득이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첫걸음으로 판단된다.
 

▲ 제일약품 본사 ⓒ네이버 지도`

첫 번째 방법은 장내 매수다. 제일파마홀딩스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확보해야 하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2270억원이 넘는다(25일 종가 기준). 반면 한 부사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380억원이다. 당장 최대주주까지 다다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반대로 한 부사장이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을 물려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증여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느냐에 따라 완전한 승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지분?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배당이 꼽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파마홀딩스 배당액은 2억원, 10억원, 1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일약품도 7억원, 8억원, 10억원 등으로 비슷했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계열사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을 12.03%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일헬스사이언스에서는 따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자금 확보 수단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한 부사장이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점이 언급됐다. 부동산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승수 회장은 서초구 반포동 소재 고급 아파트를 한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당시 아파트 가치는 42억원가량이었다.

해당 부동산을 판매하거나 담보로 걸어둔다면 필요한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직접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고 부담해야 할 증여세에 비해서도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자금력의 귀추가 주목되는 만큼, 한 부사장의 수증은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한 부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에 등극하더라도 경영 능력 입증이 승계를 위해 요구되는 또 다른 절차라고 말한다. 단순한 지분 취득만으로 승계를 끝마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약품 별도 기준 매출액은 3715억원, 6270억원, 6714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 73억원 등으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3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순이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동기간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105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다만 올해는 흑자 전환을 점쳐볼 수 있다. 제일약품의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5184억원이었다. 직전년도 대비 2.8%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0.4%, 96.3% 수직상승한 109억원, 66억원으로 나타났다.

▲ 케펜텍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약품은 이전까지 자회사가 따로 없어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으로 재무제표가 작성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를 100% 자회사로 품었다. 제일약품 실적은 크게 기울지 않는 추세지만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회사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실적 회복
그래도…


제일약품은 창립 초기부터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에 집중했다. 이 같은 사업적 특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제일약품 전체 매출에서 상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가운데 상품 비중이 77.08%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남의 제품을 팔아 대부분의 매출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불과했다. 이는 화이자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리피토(25.01%)보다 낮은 수치다. 화이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리리카는 제일약품 매출의 9.22%일 정도로 높다.

이외에도 화이자에서 제조하는 쎄레브렉스(7.07%), 란스톤 LFDF(4.97%), 뉴론틴(3.6%), 액토스(3.11%), 카듀엣(3.04%), 덱실란트디알(2.92%), 네시나(2.88%) 등이 제일약품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제일약품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 비중은 22%에 그친 반면 상품은 77.6%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화이자의 리피토 매출 비중이 24.5%로 가장 높았고, 그 외 상품 매출 순위는 다르지 않았다.

애초 제일약품은 상품 매출보다 제품 매출 비중이 더 높았다. 역전이 발생한 건 지난 2004년부터다. 제품 매출이 더디게 늘었던 반면 상품 매출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상품 매출은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 가운데 평균 53%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그 비중이 60% 가까이 증가했고, 매년 늘어나면서 최근 3년간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중뿐만 아니라 상품 매출액은 제품 매출액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제품 매출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1년 2068억원이었다. 나머지 사업연도에서 제품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은 적은 없다.

최대주주까지 머나먼 길 ‘어떻게?’
수익구조 거론…신약개발로 화룡점정?

반대로 상품 매출액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000억원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차츰 증가하다가 이후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가 제일약품의 외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제일약품은 상품 판매를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도 ‘다국적 제약사 판매대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 ⓒ제일약품

그래서인지 한 부사장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시행해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지원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일 것”이라며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한 내실을 다져나가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제일약품은 신약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5억원을 출자해 설립해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연구개발 전문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회사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이사가 개발부 이사로 근무 중인 곳이기도 하다.

제일약품 내 연구개발 조직은 크게 개발본부(운영 전반 관리)와 중앙연구소(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합성공정 연구), 그리고 제제기술연구소(제제개발 연구)로 나뉜다.

연구 인력은 지난해 88명에서 94명으로 늘었다. 또 신약개발 업무 총괄담당을 위해 중앙연구소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의 4% 내외에서 책정된다.

현재 회사는 총 12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뇌졸중·항암제·신경병성 통증·당뇨·역류성식도염·망막질환·파킨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이다.

이 중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1개와 당뇨 치료제 4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임상 3상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당뇨 치료제 1개의 경우, 국내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결국은 
실적으로

제일약품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준비하기 위해 신약개발 능력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혁신 신약 및 개량 신약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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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