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오너 3세 마지막 승계 퍼즐

후계자에 주어진 선물과 숙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제일약품 3세는 후계 구도에서 공고한 위치를 선점한 지 오래다. 다만 승계 마침표를 완전히 찍지는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직 최대주주가 되지 못한 점을 비롯해 수익 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제일약품 본사 ⓒ제일약품

제일약품은 지난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최근에는 화이자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데, 제일약품이 도입해 판매하는 의약품 상당수가 화이자 상품이다.

중견 제약
승계 준비

제일약품은 3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그는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한국화이자 제약, 한국오츠카 제약 등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했고, 지난 2007년 제일약품 마케팅 이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한 부사장은 지난 2015년 1월 경영기획실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 구도에 불을 지폈다.


승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때는 지난 2017년 6월로 당시 제일약품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은 제일약품 창립 5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제일약품은 특별한 계열사 없이 단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일약품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사명을 ‘제일파마홀딩스’로 교체하고 지주사 역할을 맡게 했다. 신설법인 ‘제일약품’은 사업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은 각각 변경상장과 재상장 절차를 거치며 시장에 안착했다.

동시에 한 부사장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제일약품 부사장직도 유지하게 됐다. 사실상 3세 경영인으로서의 시작을 알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제일약품은 기존에 없던 계열사도 품게 됐다. 이미 회사는 지주사 전환에 앞서 지난 2016년부터 분사를 통해 제일앤파트너스(판매대행), 제일헬스사이언스(의약품 제조), 제일에이치앤비(화장품) 등을 설립한 바 있다. 각 사업 부문을 전문화·세분화한 것으로, 당시 업계 안팎에선 이를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창립 58년 만에 지주사 파격 전환
지주사 사장에, 주력사 부사장으로

제일파마홀딩스는 제일약품 지분을 공개 매수했고, 최종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로 이어지게 됐다. 한 부사장의 3세 경영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승계가 완전히 끝맺은 것은 아니었다.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지분 문제가 거론됐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한승수 회장이 5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부사장의 지분은 9.68%로 상당한 격차다.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제일약품 개발본부 이사(2.86%)와 한승수 회장의 동생 한응수씨(1.8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뿐만 아니라 제일약품에서도 압도적인 지분을 쥐고 있지 않다. 제일약품 최대주주는 제일파마홀딩스로 49.71%의 지분이 있다. 한 부사장의 몫은 0.61%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응수씨가 6.32%로 개인 기준 최대주주다. 한승수 회장에게도 3%의 지분이 있다.

결국 한 부사장이 후계자로 온전히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동반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가 ‘오너 일가→제일파마홀딩스→제일약품 및 계열사’인 만큼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취득이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첫걸음으로 판단된다.
 

▲ 제일약품 본사 ⓒ네이버 지도`

첫 번째 방법은 장내 매수다. 제일파마홀딩스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확보해야 하는 자금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2270억원이 넘는다(25일 종가 기준). 반면 한 부사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380억원이다. 당장 최대주주까지 다다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반대로 한 부사장이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을 물려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증여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느냐에 따라 완전한 승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지분?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배당이 꼽힌다. 한 부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와 제일약품을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파마홀딩스 배당액은 2억원, 10억원, 1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제일약품도 7억원, 8억원, 10억원 등으로 비슷했다. 한 부사장은 제일약품 계열사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을 12.03%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일헬스사이언스에서는 따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자금 확보 수단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한 부사장이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점이 언급됐다. 부동산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승수 회장은 서초구 반포동 소재 고급 아파트를 한 부사장에게 증여했다. 당시 아파트 가치는 42억원가량이었다.

해당 부동산을 판매하거나 담보로 걸어둔다면 필요한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다만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직접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인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고 부담해야 할 증여세에 비해서도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자금력의 귀추가 주목되는 만큼, 한 부사장의 수증은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한 부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최대주주에 등극하더라도 경영 능력 입증이 승계를 위해 요구되는 또 다른 절차라고 말한다. 단순한 지분 취득만으로 승계를 끝마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3년간(2017~2019) 제일약품 별도 기준 매출액은 3715억원, 6270억원, 6714억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억원, 73억원 등으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3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순이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동기간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105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다만 올해는 흑자 전환을 점쳐볼 수 있다. 제일약품의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5184억원이었다. 직전년도 대비 2.8%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0.4%, 96.3% 수직상승한 109억원, 66억원으로 나타났다.

▲ 케펜텍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약품은 이전까지 자회사가 따로 없어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으로 재무제표가 작성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를 100% 자회사로 품었다. 제일약품 실적은 크게 기울지 않는 추세지만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회사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실적 회복
그래도…


제일약품은 창립 초기부터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에 집중했다. 이 같은 사업적 특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제일약품 전체 매출에서 상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가운데 상품 비중이 77.08%를 차지했다.

쉽게 말해 남의 제품을 팔아 대부분의 매출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불과했다. 이는 화이자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리피토(25.01%)보다 낮은 수치다. 화이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리리카는 제일약품 매출의 9.22%일 정도로 높다.

이외에도 화이자에서 제조하는 쎄레브렉스(7.07%), 란스톤 LFDF(4.97%), 뉴론틴(3.6%), 액토스(3.11%), 카듀엣(3.04%), 덱실란트디알(2.92%), 네시나(2.88%) 등이 제일약품의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제일약품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 비중은 22%에 그친 반면 상품은 77.6%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화이자의 리피토 매출 비중이 24.5%로 가장 높았고, 그 외 상품 매출 순위는 다르지 않았다.

애초 제일약품은 상품 매출보다 제품 매출 비중이 더 높았다. 역전이 발생한 건 지난 2004년부터다. 제품 매출이 더디게 늘었던 반면 상품 매출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상품 매출은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 가운데 평균 53%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그 비중이 60% 가까이 증가했고, 매년 늘어나면서 최근 3년간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중뿐만 아니라 상품 매출액은 제품 매출액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제품 매출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1년 2068억원이었다. 나머지 사업연도에서 제품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은 적은 없다.

최대주주까지 머나먼 길 ‘어떻게?’
수익구조 거론…신약개발로 화룡점정?

반대로 상품 매출액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000억원대 초반에서 후반으로 차츰 증가하다가 이후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외국 의약품 수입 판매가 제일약품의 외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제일약품은 상품 판매를 통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도 ‘다국적 제약사 판매대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세포 독성 항암제 공장 ⓒ제일약품

그래서인지 한 부사장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시행해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지원 및 연구개발 역량을 높일 것”이라며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한 내실을 다져나가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제일약품은 신약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5억원을 출자해 설립해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연구개발 전문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회사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은 한 부사장의 동생 한상우 이사가 개발부 이사로 근무 중인 곳이기도 하다.

제일약품 내 연구개발 조직은 크게 개발본부(운영 전반 관리)와 중앙연구소(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합성공정 연구), 그리고 제제기술연구소(제제개발 연구)로 나뉜다.

연구 인력은 지난해 88명에서 94명으로 늘었다. 또 신약개발 업무 총괄담당을 위해 중앙연구소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은 전체 매출의 4% 내외에서 책정된다.

현재 회사는 총 12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뇌졸중·항암제·신경병성 통증·당뇨·역류성식도염·망막질환·파킨슨·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이다.

이 중 자체 개발 중인 신약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1개와 당뇨 치료제 4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임상 3상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당뇨 치료제 1개의 경우, 국내에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결국은 
실적으로

제일약품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준비하기 위해 신약개발 능력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혁신 신약 및 개량 신약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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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