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 구자근 의원 공소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0:21:15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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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측근이 죽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이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망자인 황모씨 측은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 의원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한다. 
 

▲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 10월8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지금은 고인이 된 황모씨를 세 차례 찾아가 선거를 도와주면 보좌관직을 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참모

<일요시사>는 지난 24일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단 공소장에 담긴 범죄 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님을 알린다.

공소장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하고 있던 구 의원은 구미 지역 내부 사정에 밝고, 선거 관련 기획 업무에 능한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에 구 의원은 경북 칠곡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씨를 찾아갔다.

황씨는 지난 수십년간 여러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도운 이력의 소유자다. 19대 총선을 시작으로 6회 지방선거, 20대 총선, 7회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 관련 기획 업무를 도맡았다.


황씨의 지인은 “구미 지역에서 선거 기획을 가장 오래한 전문가를 꼽으라면 황씨일 것”이라며 “선거철마다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후보자가 줄을 섰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선거 도와주면 보좌관” 약속
불이행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구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 황씨를 찾아가 21대 총선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장에는 구 의원이 황씨에게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자신 있어. 준비 많이 했잖아. 선거 공부를 많이 했어. 이번 선거는 수월해. 공천은 100% 받을 수 있어. 끝나고 나면 니(‘너’의 경상도 방언) 맘대로, 구미는 하고 싶은 대로 해.”

황씨는 국회 보좌관직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이에 여러 후보자들이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때면 황씨는 보좌관직 내지는 시장 비서관직 제공을 약속받고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후보자의 낙선 또는 약속 불이행 등 여러 사유로 황씨의 바람은 무산됐다.

구 의원과 황씨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함께 선거를 준비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던 구 의원은 황씨를 찾아가 선거운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황씨는 승낙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황씨가 보좌관직을 원하고 있음을 구 의원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했고, 황씨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황씨의 아내는 이 같은 남편의 열망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찾아와 “구미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는 구 의원에게 “구미를 어떻게 마음대로 하느냐. 구미를 마음대로 하려면 보좌관이나 돼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구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럼”이라고 답했다.
 

황씨 부부는 그때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황씨의 아내는 서울에서 내려와 구 의원을 돕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보좌관직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구 의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구 의원은 “아니다. 선거 끝나면 집에 갈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아내는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소위 ‘서울팀’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황씨는 구 의원의 선거 캠프에 정식으로 합류하지 않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구 의원은 망설이는 황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아, 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느냐. 니 방 다 꾸며놨다. 니만 오면 되는데, 왜 안 나오냐.”

진실공방 결국 법정으로
검 “고인에 이익제공 표현”

구 의원은 황씨의 아내에게 황씨가 캠프에 출근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씨의 아내는 그런 구 의원에게 황씨가 선거 캠프에 합류해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보좌관직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구 의원은 “에이, 나도 알고 있지.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 말미에 ‘이로써 피고인(구 의원)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고 황씨에게 이익 제공을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황씨는 구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기획 담당이 아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로 신고됐다. 미래통합당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는 구 의원의 선거사무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황씨는 이곳에서 ‘실장’ 내지는 ‘기획실장’으로 불렸다.

회계책임자로 신고됐지만, 담당 업무는 구 의원의 선거 관련 기획이었다. 그는 선거 슬로건과 공약을 짰다. 통합신공항 이전, 금오산 케이블카 연장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도 작성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 답변서 작성도 황씨의 몫이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14일부터 4월18일까지 황씨가 구 의원의 활동과 관련해 제작한 보도자료만 43건에 달한다.

황씨는 21대 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1일 사망했다.

황씨 측은 “선거가 끝난 후 평소 앓던 간경화가 급속히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했다”며 “구 의원의 배신으로 남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황씨가 구 의원에게 배신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당선 후 황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구 의원은 선거운동의 대가로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진실은?

지난 27일 구 의원 측은 <일요시사>에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황씨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며,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구 의원의 재판은 12월 초순에 열린다.
 

<chm@ilyosisa.co.kr>


<구자근 의원 입장문>
캠프 관계자 사망 관련 공직선거법 기소 사건

1.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 황씨에게 선거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망인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 객관적 증거가 없음이 수사결과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2. 황씨의 미망인은 선거 직후 약속했던 보좌관직을 이행하지 않아 그 충격으로 황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황씨는 이미 4월초 병원진단을 통해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황달과 각종 병세의 악화로 인해 선거캠프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3. 검찰과 고소인은 황씨가 보좌관직을 제안받고 선거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황씨의 통화이력을 살펴 보면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황씨가 당시 후보자와 통화한 이력은 문자 3건이 전부이다. 

미망인의 주장대로 황씨가 보좌관직을 약속받았다면 선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황씨는 선거캠프에서 보도자료 작성 역할만 주로 하였을 뿐 보좌관직을 받을 만한 활동을 한 바가 없다. 

4. 황씨가 선거기간 동안 병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본 의원을 도와준 것과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구미 발전을 위해 선거를 도와달라는 순수한 요청을 보좌관직 제안으로 왜곡하고, 건강악화로 인한 사망의 책임을 본 의원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5. 본 의원은 향후 재판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 또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구미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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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