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장남’ 코오롱 후계자 자질론

황태자의 초라한 성적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업계의 ‘빅3’로 불리던 명성은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수익은 고사하고 다른 사업에서 힘들게 번 돈을 갉아먹기 바쁜 형국이다. 그룹의 황태자는 패션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 ⓒ코오롱FNC

지난 11월6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3분기 연결기준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5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고, 순이익은 127억원으로 18.6% 감소했다.   

아픈 손가락

화학 부문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화학 부문은 올해 3분기에 매출액 1546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8%, 4.6% 줄어든 대신 영업이익률은 2.5%p. 오른 13.4%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산업자재 부문과 필름·전자재료 부문도 작게나마 힘을 보탰다. 올해 3분기에 산업자재 부문과 필름·전자재료 부문은 각각 132억원, 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패션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패션 부문은 올해 3분기에 매출 1772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직전 분기(2334억원) 대비 24.1%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한층 심각하다.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던 패션 부문은 3분기에 19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장마가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경쟁 격화 등으로 핵심 캐시카우였던 ‘코오롱스포츠’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들쭉날쭉한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패션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3분기에 영업손실 107억원을 기록한 패션 부문은 4분기에 84억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40억원대 적자로 돌아선 상태였다.

구원투수인 줄 알았더니… 
패션사업 골칫덩이 전락

패션 부문의 저조한 수익성은 그룹 차원에서도 큰 고민거리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가 전권을 맡은 패션 부문의 침체가 계속된다면, 코오롱그룹 황태자의 자질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기 힘들 수밖에 없다.

1984년생인 이 전무는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인 이 전무는 초고속 승진을 통해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한 이 전무는 2년 뒤 코오롱글로벌 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명함을 바꿔 달았다. 전무 승진 이후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통해 패션 부문의 전권을 넘겨받기에 이른다.


물론 그룹의 후계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총괄 책임자가 된 이 전무는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패션 부문에 칼을 들이댔다. 브랜드를 젊은 이미지로 새롭게 구축하고, 오프라인 일변도의 기존 유통 구조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재편했다. 온라인 사업 강화, 비아웃도어 사업 추진 등 대대적 체질 개선 움직임도 이어졌다.
 

▲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코오롱그룹

또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패션 부문은 지난해 7월 프로젝트 그룹팀 조직을 신설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브랜드를 빠르게 론칭, 안착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신통치 않은 결과물
혹시 했더니 역시나… 

다만 분주하게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 별개로 아직까지 특별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성과는커녕 위상 추락이 뚜렷해졌다. 취임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은 2010년 연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패션업계에서 매출 1조원은 기업의 자존심으로 인식되는 만큼 ‘1조 클럽’ 탈락은 대외 위상 하락을 의미했다.

이랜드·삼성물산 패션부문·한섬·LF·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으로 구분되는 업계 5위권은 고사하고, 중견그룹인 패션그룹형지·세정그룹·휠라코리아 등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음을 뜻했다.

거듭된 추락

패션 부문의 실적 개선은 후계 구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 전 회장이 2018년 말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이 전무의 경영 자질이 입증돼야 승계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전무가 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지분이 필요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이 전무는 지주사인 ㈜코오롱과 핵심 사업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