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배우 노정의 “내면이 성장하는 20대가 됐으면…”

▲ ▲ 배우 노정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 정신없이 놀 나이에 카메라 앞에 선 아이가 있다. 2011년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로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았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탐정 홍길동>에서는 아역 배우 수준을 뛰어넘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유망한 이미지였지만, 검증된 것은 없었던 19살의 배우 노정의는 오디션을 통해 욕심이 나는 영화를 만났다. 박지완 감독 주연의 <내가 죽던 날>이다. 

<내가 죽던 날> 속 아버지는 마약 밀매범, 오빠는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도 모른채 학교 생활을 하던 세진이 노정의가 맡은 역할이다. 너무 큰 사건의 핵심 증언자로 떠오른 10대 소녀는 경찰로 인해 외딴 섬에 방치된다.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책임은 무한하게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세진은 극도의 외로움을 느낀다. 

노정의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세진의 인생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 세진이 겪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아픔과 세상에 대한 경멸을 보여주는 한편,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보려는 힘을 내는 것과 함께 10대의 풋풋한 인간미와 후반부 진한 감정 연기까지, 노정의는 매우 복잡한 심경의 세진을 훌륭히 연기했다. 

다른 배우들과 협업하는 장면보다 혼자 연기할 상황이 많았을 뿐 아니라 매 순간이 긴장감이 드러나는 장면이었음에도 노정의는 흐트러짐이 없다. 배우 노정의는 <내가 죽던 날>을 통해 재능을 증명했다. 

유감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빛나는 필모그래피를 만든 노정의를 최근 만나, 세진을 연기하면서 느낀 10대의 마지막을 들어봤다. 

“<내가 죽던 날>은 오디션으로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욕심이 났던 작품이었고, 1차와 2차 이상 붙으면서 욕심이 커졌던 것 같아요. 제 나이대의 깊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중점으로 한다는 게 신선했고, 그 아이가 견뎌낼 수 없는 상처를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어요. 세진의 생각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궁금했어요. 더 많이 공부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연기자로서 세진이라는 인물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긴 하지만, 숙제가 만만치는 않다. 누구나 겪기 힘든 힘겨운 상황에 놓인 인물. 촬영 당시 열아홉이었던 노정의는 세진을 심플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세진이 감정이 복잡한 인물이긴 한데,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오잖아요. 그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힘듬의 크기가 다른 것 같아요. 사소한 일이어도 크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요. 세진이에게 주어진 환경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가족도 친구도, 생활한 돈도 없는 세진은 하루 아침에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우애가 깊었던 새엄마는 경찰 조사 후에 잠적했다. 세진과 연락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배려 때문이기도 했지만, 세진은 알 턱이 없다. 친해진 경찰은 어느 날 이후부터 찾아오질 않는다.

하나 뿐인 오빠는 감옥에 있다. 외딴 섬에 있는 그를 지켜보는 건 CCTV 뿐이다. 세상을 경멸하는 것이 세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제가 세진이라고 생각했을 때 CCTV는 너무 싫었을 것 같아요. 사람 대신에 저를 보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괴롭죠. 안 그래도 세진이는 사람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요. 그래서 그 감정을 생각해서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냈던 것 같아요.”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노정의에게 있어 이 작품은 큰 의미를 준다. 배우 김혜수와 이정은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 특히 김혜수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정의는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혜수와 만나는 장면은 딱 한 번 뿐이다. 

“비록 한 번밖에 못봤지만, 이렇게 만난 것만으로도 기뻐요. 존경하는 선배님 두 분이랑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누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교장선생님이라고 했는데, 작품하면서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여쭤봤는데 저를 많이 보듬어줬어요. 그때부터 선생님으로 불렀어요. 연기할 때도 답을 알려주시는 게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알려주시고, 바른 길로 가지 못하면 잡아주시고 했어요. 덕분에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순천댁을 연기한 이정은과는 꽤 많은 장면이 부딪힌다. 노정의에게 이정은은 위로와 힐링이었다고. 

“손도 많이 잡아주시고, 눈빛만으로도 위로가 됐어요. 긴장하고 있을 땐 긴장 풀고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요. 먼저 다가와주셔서 많은 걸 여쭤볼 수 있었고, 정은 선배님 덕분에 세진을 더 잘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죽던 날>에 온 집중을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당시 노정의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있었다. 입시였다. 이미 오랫동안 아역배우 생활을 해온 그였고, 남들보다 출발선이 앞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입시 연기는 다르다.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그를 흔들었다. 아역 출신에게 있어 입시 실패는 자존심에 금이 갈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제가 열심히 입시 준비를 한다고 해서 대학교에 간다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었어서, 그 불안감에 많이 힘들었었어요. 사소한 일조차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시기예요. 가족들 덕분에 웃으면서 견딜 수 있었어요. 그 때는 웃음기가 전혀 없을 정도로 매순간 긴장했었어요.”

결과적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다. 스무살이 되고 JTBC <어게인 18>에서 톡톡 튀는 연기를 하다, <내가 죽던 날> 개봉까지 이어졌다. 또 내년 방영 예정인 tvN <디어엠>에서 캠퍼스 생활을 하며 로맨스 연기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20대 초반 연기자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면서 꽤나 폭넓은 스펙트럼도 가졌다. 

“스펙트럼이 넓다는 말 정말 감사하네요.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한데. 10대 보다는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을 매개로 연기해보고 싶고, 스릴러도 좋아요.”

벌써 10년차 연기자다.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고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모두 극복하고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했다. 

“이전의 10년은 육체적으로만 성장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은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이길 바래요. 많은 것을 깨닫고, 조금 더 성장하는 저가 됐으면 해요.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잘 따라가길 바랍니다. 그 내면의 성장을 잘 이뤄내서 저만의 방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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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