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코닥 노조에 무슨 일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23 10:51:47
  • 호수 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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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판원 코로나19 확진 숨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인정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음에도, 여전히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민간기업의 태도로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이하 노조)와 사 측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 기자회견 갖는 코웨이 관계자들

정부로부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 수급자들의 월 소득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평균 69.1%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가 컸다. 

점검·판매 
업무 담당

특수고용직·프리랜서의 22%는 최근 3년간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있어, 임금근로와 특수고용직을 빈번하게 이동하는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 안전망 안으로 포용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이처럼 특수고용직은 고용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디·코닥은 방문판매 서비스직 노동자다. 이들은 정수기·비대·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품을 대여·판매하는 코웨이에서 점검·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로, 성별에 따라 ‘코웨이레이디(코디)’ 또는 ‘코웨이닥터’(코닥)라고 불린다.

과거 코웨이 측과 직원들은 ‘코디·코닥이 노동자가 맞느냐 아니냐’라는 주제로 법정 다툼까지 간 적이 있다. 이들은 언뜻보면 코웨이 직원으로 보이지만 인정되지는 않았다.


2012년 코디를 근로자로 볼 수 없어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웅진코웨이 코디 1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웅진코웨이와 업무계약을 체결한 후 정기점검 서비스를 하면서 수당을 받아온 코디는 회사에 전속됨이 없이 위탁받은 업무를 처리하는 독립사업자에 가까운 지위에 있어 근로자는 아니다”라며 “퇴직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시간이 흐른 뒤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6월 코웨이 CS(설치·수리기사)와 닥터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돌면서 “코디·코닥들도 노조를 만들자”라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졌다. 그렇게 2개월 만에 코디·코닥 800여명이 노조 가입서를 제출하면서 지부를 설립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2일 설립총회가 이뤄졌고 코디·코닥지부(이하 노조)는 4개월 만에 35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규모가 커졌다. 

8년 전부터 갈등…작년 11월 설립
4개월 만에 3500여명 조합원 가입

그동안 코디·코닥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한다는 조건으로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일종의 특수고용직이었는데, 코디·코닥이 노조를 결성하고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교섭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1월31일 노동청에 코웨이 정식 노조로 인정해달라는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 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음은 물론 유니폼을 입고 코웨이 제품을 점검·관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취지였다.

결국 노조는 지난 3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을 보호해야 할 행정당국이 대낮에 버젓이 업무 태만을 벌이면서 우리를 노동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신고서를 받은 3일 이내 필증을 내줘야 하지만 노동청은 40일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설립필증 교부 업무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노동청이 업무태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코디·코닥은 특수고용직이지만 노동청은 ‘4대 보험 가입 증명원’ ‘근로계약서’ 등 근로 조건과 맞지 않는 보완 서류를 요구하고, 출석 조사 시에는 필증 교부와 연관성이 없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설립필증이 늦게 나올수록 위태로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섭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조는 5월1 서울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교부받았다. 지난 1월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103일 만으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노동조합이 법적으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노조원들은 지난 3월11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무기한 ‘필증교부 촉구’ 1인시위를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는 등 노동조합 차원의 총력투쟁을 준비해왔다. 

외면 받는
특수고용직

코웨이 역시 노동청에 반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해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청은 100일 넘게 검토를 거듭한 끝에 코디·코닥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들은 “코디·코닥은 특수고용직인데도 불구하고 사 측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 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을 ‘자율근로소득자’로 취급하며 근로자성을 부정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일선 코웨이 노조 지부장은 “우리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을 두드렸지만, 코웨이는 우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만남을 거부해왔다”며 “회사는 ‘업계 1위’, ‘매출 3조 달성’ 따위를 홍보하면서도 정작 그 성과의 주역인 방문판매 노동자들을 향해서는 차별과 무시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는 코웨이 본사의 안일한 행정처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코웨이가 자사 방문판매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숨긴 채 사전에 약속한 소득보전 대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노조원은 “가뜩이나 방문판매 업체가 코로나19 연쇄전파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감염대책으로 일관하는 코웨이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서울 금호지국에서 근무하던 방판 노동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 직전에 업무 회의에 함께 참석한 16명의 방문판매 노동자들 역시 11일간 자가격리 됐다. 다행히 이들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직원들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여럿이 모이는 업무회의를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고 지국에 건의했으나 회사는 “코로나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코웨이는 5월18일과 22일 두 차례 회의를 강행하면서 이 사태를 키웠다.

코웨이는 확진자 발생 당시 이 사실을 일체 공개하지 않다가 확진자 A씨를 비롯한 동료 직원들이 렌털 제품 점검을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에게도 관련 사실을 한참 뒤에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대응
불만 목소리

코웨이는 확진자 발생 직후에 노조로부터 “접촉 고객에 대한 조치를 강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회사는 며칠이 지난 뒤 해당 고객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코웨이는 확진자 및 격리 대상자에 대한 소득 보전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선 현장의 불만을 키웠다. 코웨이는 지난 1월30일 발표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 정책’에서 ▲확진자 ▲격리 대상자 ▲의심 환자 등에 대해 “최근 3개월 평균(일) 수수료 기준 70% 소득보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코웨이는 자가격리자 16명 중 11명에 대해서만 11만2000원을 지급했을 뿐이다. 이는 자가격리 기간 하루 2만8000원 꼴로, 당초 회사가 공약한 기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만약 코디 1명이 월 평균 수수료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주 5일 일했을 경우 일평균 수수료는 10만원이다. 2만8000원은 하루치 수수료의 30%도 안 되는 금액인 셈이다. 

노조는 “사 측이 소득보전 대상자 중 확인된 5명을 뺀 배경과 건당 수수료를 받는 코디·코닥은 수입이 각각 다른데도 어떤 이유로 모두 같은 11만2000원을 지급하게 된 건지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합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한 관리자는 ‘원래 나오는 돈이 아니고, 내가 요청해서 나온 거라 산출 기준도 없다. 노조가 그것을 왜 알려고 하느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립사업자 가까워…근로자는 아니다”
판결에 사 측 교섭거부…여전히 평행선

아울러 “방문판매노동자 15명의 자가격리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사 측이 업무회의를 강행하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도 성명을 내고 “생활가전 렌탈업계 전반에 큰 반향이 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전체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역시 함께 인정된 셈”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의 수많은 방문판매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한다”며 “더 크게 단결하고 투쟁해 전체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17일 서울 코웨이 본사 앞에서 ‘무법천지’ 코웨이 규탄 및 교섭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나라에서도 인정한 근로자성을 거부하고 있다”며 “코웨이는 당장 인정하고 지금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사 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 측은 코디·코닥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코웨이 노조들은 노조법에 따라 코디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며 노동3권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코웨이 사 측은 코디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법과 제도가 상충한다며 법원 판단을 더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도 없이
맘대로 산출

코웨이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는 코디·코닥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적이 있다. 회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디·코닥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법적 이슈가 정리되면 공식적인 대화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법적 검토와는 별개로 회사는 영업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웨이 실적은?

지난 4일 코웨이에 따르면 3·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800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2%, 5.5% 증가한 1686억원, 1168억원이다.

실적 호조를 이끈 것은 해외사업이다. 코웨이의 3·4분기 해외 사업 매출액은 거래선 다각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급증한 271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법인은 공격적인 영업활동과 마케팅 등으로 코로나19에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 법인의 3·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한 1788억원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는 공기청정기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30.7% 신장한 518억원으로 확대됐으며 해외 렌탈수요도 증가세를 타고 있다.

3·4분기 해외법인의 계정은 전년 동기 대비 47만계정 늘어난 810만계정으로 800만을 돌파했다. 

다만, 국내 환경가전사업 실적은 서비스 조직인 CS닥터의 총파업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역성장했다.

국내 환경가전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5074억원에 머물렀다.

렌탈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한 28만 5000대에 그쳤다.

코웨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3748억원, 영업이익은 4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각각 6.8%, 15.2% 증가했다.

4·4분기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1·4분기 이후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최대 20%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 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8055억원, 영업이익은 22.4%% 증가한 1692억원을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4·4분기 매출액은 8000억원, 영업이익은 1600억원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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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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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