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코닥 노조에 무슨 일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23 10:51:47
  • 호수 12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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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판원 코로나19 확진 숨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인정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음에도, 여전히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민간기업의 태도로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이하 노조)와 사 측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 기자회견 갖는 코웨이 관계자들

정부로부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 수급자들의 월 소득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평균 69.1%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가 컸다. 

점검·판매 
업무 담당

특수고용직·프리랜서의 22%는 최근 3년간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있어, 임금근로와 특수고용직을 빈번하게 이동하는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 안전망 안으로 포용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이처럼 특수고용직은 고용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디·코닥은 방문판매 서비스직 노동자다. 이들은 정수기·비대·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품을 대여·판매하는 코웨이에서 점검·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로, 성별에 따라 ‘코웨이레이디(코디)’ 또는 ‘코웨이닥터’(코닥)라고 불린다.

과거 코웨이 측과 직원들은 ‘코디·코닥이 노동자가 맞느냐 아니냐’라는 주제로 법정 다툼까지 간 적이 있다. 이들은 언뜻보면 코웨이 직원으로 보이지만 인정되지는 않았다.


2012년 코디를 근로자로 볼 수 없어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웅진코웨이 코디 1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웅진코웨이와 업무계약을 체결한 후 정기점검 서비스를 하면서 수당을 받아온 코디는 회사에 전속됨이 없이 위탁받은 업무를 처리하는 독립사업자에 가까운 지위에 있어 근로자는 아니다”라며 “퇴직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시간이 흐른 뒤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6월 코웨이 CS(설치·수리기사)와 닥터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돌면서 “코디·코닥들도 노조를 만들자”라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졌다. 그렇게 2개월 만에 코디·코닥 800여명이 노조 가입서를 제출하면서 지부를 설립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2일 설립총회가 이뤄졌고 코디·코닥지부(이하 노조)는 4개월 만에 35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규모가 커졌다. 

8년 전부터 갈등…작년 11월 설립
4개월 만에 3500여명 조합원 가입

그동안 코디·코닥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한다는 조건으로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일종의 특수고용직이었는데, 코디·코닥이 노조를 결성하고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교섭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1월31일 노동청에 코웨이 정식 노조로 인정해달라는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 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음은 물론 유니폼을 입고 코웨이 제품을 점검·관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취지였다.

결국 노조는 지난 3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을 보호해야 할 행정당국이 대낮에 버젓이 업무 태만을 벌이면서 우리를 노동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신고서를 받은 3일 이내 필증을 내줘야 하지만 노동청은 40일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설립필증 교부 업무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노동청이 업무태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코디·코닥은 특수고용직이지만 노동청은 ‘4대 보험 가입 증명원’ ‘근로계약서’ 등 근로 조건과 맞지 않는 보완 서류를 요구하고, 출석 조사 시에는 필증 교부와 연관성이 없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설립필증이 늦게 나올수록 위태로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섭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조는 5월1 서울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교부받았다. 지난 1월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103일 만으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노동조합이 법적으로 공식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노조원들은 지난 3월11일부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무기한 ‘필증교부 촉구’ 1인시위를 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는 등 노동조합 차원의 총력투쟁을 준비해왔다. 

외면 받는
특수고용직

코웨이 역시 노동청에 반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해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청은 100일 넘게 검토를 거듭한 끝에 코디·코닥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들은 “코디·코닥은 특수고용직인데도 불구하고 사 측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 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했다. 그럼에도 우리들을 ‘자율근로소득자’로 취급하며 근로자성을 부정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일선 코웨이 노조 지부장은 “우리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을 두드렸지만, 코웨이는 우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만남을 거부해왔다”며 “회사는 ‘업계 1위’, ‘매출 3조 달성’ 따위를 홍보하면서도 정작 그 성과의 주역인 방문판매 노동자들을 향해서는 차별과 무시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는 코웨이 본사의 안일한 행정처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코웨이가 자사 방문판매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숨긴 채 사전에 약속한 소득보전 대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노조원은 “가뜩이나 방문판매 업체가 코로나19 연쇄전파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감염대책으로 일관하는 코웨이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서울 금호지국에서 근무하던 방판 노동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 직전에 업무 회의에 함께 참석한 16명의 방문판매 노동자들 역시 11일간 자가격리 됐다. 다행히 이들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직원들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여럿이 모이는 업무회의를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고 지국에 건의했으나 회사는 “코로나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코웨이는 5월18일과 22일 두 차례 회의를 강행하면서 이 사태를 키웠다.

코웨이는 확진자 발생 당시 이 사실을 일체 공개하지 않다가 확진자 A씨를 비롯한 동료 직원들이 렌털 제품 점검을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에게도 관련 사실을 한참 뒤에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대응
불만 목소리

코웨이는 확진자 발생 직후에 노조로부터 “접촉 고객에 대한 조치를 강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회사는 며칠이 지난 뒤 해당 고객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코웨이는 확진자 및 격리 대상자에 대한 소득 보전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선 현장의 불만을 키웠다. 코웨이는 지난 1월30일 발표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 정책’에서 ▲확진자 ▲격리 대상자 ▲의심 환자 등에 대해 “최근 3개월 평균(일) 수수료 기준 70% 소득보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코웨이는 자가격리자 16명 중 11명에 대해서만 11만2000원을 지급했을 뿐이다. 이는 자가격리 기간 하루 2만8000원 꼴로, 당초 회사가 공약한 기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만약 코디 1명이 월 평균 수수료 2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주 5일 일했을 경우 일평균 수수료는 10만원이다. 2만8000원은 하루치 수수료의 30%도 안 되는 금액인 셈이다. 

노조는 “사 측이 소득보전 대상자 중 확인된 5명을 뺀 배경과 건당 수수료를 받는 코디·코닥은 수입이 각각 다른데도 어떤 이유로 모두 같은 11만2000원을 지급하게 된 건지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합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한 관리자는 ‘원래 나오는 돈이 아니고, 내가 요청해서 나온 거라 산출 기준도 없다. 노조가 그것을 왜 알려고 하느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립사업자 가까워…근로자는 아니다”
판결에 사 측 교섭거부…여전히 평행선

아울러 “방문판매노동자 15명의 자가격리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사 측이 업무회의를 강행하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도 성명을 내고 “생활가전 렌탈업계 전반에 큰 반향이 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전체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역시 함께 인정된 셈”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의 수많은 방문판매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한다”며 “더 크게 단결하고 투쟁해 전체 방문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17일 서울 코웨이 본사 앞에서 ‘무법천지’ 코웨이 규탄 및 교섭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나라에서도 인정한 근로자성을 거부하고 있다”며 “코웨이는 당장 인정하고 지금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사 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 측은 코디·코닥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코웨이 노조들은 노조법에 따라 코디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며 노동3권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코웨이 사 측은 코디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법과 제도가 상충한다며 법원 판단을 더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도 없이
맘대로 산출

코웨이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는 코디·코닥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적이 있다. 회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디·코닥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법적 이슈가 정리되면 공식적인 대화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법적 검토와는 별개로 회사는 영업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웨이 실적은?

지난 4일 코웨이에 따르면 3·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800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2%, 5.5% 증가한 1686억원, 1168억원이다.

실적 호조를 이끈 것은 해외사업이다. 코웨이의 3·4분기 해외 사업 매출액은 거래선 다각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급증한 271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법인은 공격적인 영업활동과 마케팅 등으로 코로나19에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 법인의 3·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한 1788억원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는 공기청정기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30.7% 신장한 518억원으로 확대됐으며 해외 렌탈수요도 증가세를 타고 있다.

3·4분기 해외법인의 계정은 전년 동기 대비 47만계정 늘어난 810만계정으로 800만을 돌파했다. 

다만, 국내 환경가전사업 실적은 서비스 조직인 CS닥터의 총파업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역성장했다.

국내 환경가전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5074억원에 머물렀다.

렌탈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한 28만 5000대에 그쳤다.

코웨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3748억원, 영업이익은 4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각각 6.8%, 15.2% 증가했다.

4·4분기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1·4분기 이후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최대 20%를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 분기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8055억원, 영업이익은 22.4%% 증가한 1692억원을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4·4분기 매출액은 8000억원, 영업이익은 1600억원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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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