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민 조연’ 배우 오달수 “그 동안 무서웠다”

‘천만요정’의 영화 같은 일장춘몽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출연하는 작품 중 대다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천만 요정’이라 불렸다. 영화 내에서 대체로 유머를 이끄는 대표적인 감초 배우이기도 했다. 배우 오달수 얘기다. 그런 그가 약 3년이나 대중을 떠났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2018년 불거진 ‘미투 사건’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귀향 생활’을 했던 그가 새 영화 <이웃사촌>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 배우 오달수 ⓒ리틀빅픽처스

2018년 새해가 밝자마자 ‘미투 열풍’이 불었다. 법조계, 정치계, 문화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성폭행 관련 고발이 이어졌다. 각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고발의 대상이었다. 거론된 인물들 대다수의 미투 폭로가 사실로 밝혀졌다.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배우 오달수도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하나였다. 무려 두 명이 그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오달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은 얼굴을 공개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두 건의 고발은 오달수 배우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초동대응이 비교적 늦었다는 점과 사과문 내용이 다소간 애매했던 부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밝혔다는 점에서 오달수의 잘못은 기정사실화됐다. 

법적 싸움으로 이어질 사건으로 보였는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A씨는 고소 후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A씨가 조사에 응해야 경찰도 그 진술을 토대로 오달수에게 죄를 물을 텐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은 유야무야 됐다. 결국 경찰의 내사 종결로 마무리됐다. 


JTBC <뉴스룸>과 인터뷰를 진행한 연극배우 엄모씨는 고소조차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법적 싸움으로 치닫는 여타 미투 사건과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러 작품에 캐스팅 됐던 오달수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약 3년 가까이의 시간이 흐른 지난 19일 영화 <이웃사촌>을 통해 만난 오달수는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긴장된 얼굴에 다소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덤프트럭에 부딪힌 충격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일이 그렇게까지 커져 있었던 줄 몰랐죠. 영화 <이웃사촌> 촬영 중이었어요. 영화를 보면 대교를 막아놓는 장면이 있잖아요. 보조출연자만 200~300명이었어요. 새벽에 스탠바이에 했다가, 해 뜨자마자 찍었어요. 정말 큰 신이었죠. 정신이 없었어요. 다른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전혀 없었어요.”

오달수가 언급한 장면은 <이웃사촌>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한 신에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을 뿐 아니라 주요 배우들의 감정 폭도 크며, 자동차 액션도 있다. 몇 날 며칠을 집중해야 하는 큰 시퀀스다.

<이웃사촌>으로 3년 만에 복귀… 고 김대중역
“갑작스레 터진 미투, 덤프트럭에 부딪힌 충격” 

“가족들이 왜 가만히 있냐고 전화로 뭐라 했어요. 저는 ‘시끄럽다’면서 촬영해야 한다고 전화를 끊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무응답했던 게 오히려 변호사들과 작전을 짠 것으로 곡해가 돼있더라고요. 초동 조치가 미흡했죠. 그리고 상황을 확인했을 땐 덤프트럭이 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차라리 회의라도 했으면 충격이 덜 했을 텐데요.”

사건이 있은 후 일부 촬영을 마무리한 후 부산으로 내려갔다. 아파트 주위에 모르는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노모를 모시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형이 사는 거제도로 떠났다. 가족들은 오달수가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지속적으로 오달수의 주위를 맴돌았다.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었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다. 낮에는 노동주도 먹었고, 밤에는 하루를 기꺼이 잘 마쳤다는 기념으로 또 한 잔 기울였다.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려고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갈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게 그동안 참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었어요. 활동이 중단됐던 그 기간이 결코 불행했다는 건 아닌데,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한 게 있었어요. 내가 있을 자리가 어디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늑골 한 구석은 항상 연기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했었구나’라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특별한 이론이 변한 건 없고, 감사한 마음은 더 커진 것 같아요.”

오달수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이 <이웃사촌>도 표류했다. <이웃사촌>은 오달수의 영화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이다. 극 중 오달수는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던 시대, 야당 대표 이의식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이의식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야당 총재라는 점, 가택연금을 당한 점, 이의식이 사는 곳이 신촌 인근이라는 점, 비교적 점잖은 태도를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여의도 연설 장면 등 여러 부분에서 두 인물이 겹친다.

기존 감초 연기 대신 정극 연기를 했다. <이웃사촌>은 처음부터 오달수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영화의 매듭도 짓는다. 

부덕의 소치
송구한 마음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였던 게 사실입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기 때문에 누가 될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사투리를 쓰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도 촬영 직전까지 할 정도로 특별했던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오달수는 새롭다. 매 작품마다 웃음을 만들어왔던 그가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뺐다. 감정도 최대한 절제했다. 영화가 갖고 있는 감동이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건 오달수가 감정을 억누르며 연기한 덕도 크다. 여전히 김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연기다. 고인을 표현해야 했던 막중한 책임감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그의 연기를 통해 전달된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잔재주 안 피우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소소한 장면에서라도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굳이 튀려고 하지 않았고, 인물을 잘 묘사하고 싶었어요. 기본에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했죠.”

아무리 연기가 좋았다 하더라도, 영화사 입장에서 핵심 주인공의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개봉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코로나19까지 발발했다. 

배급사도 바뀌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오달수의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되면서 개봉 날짜가 잡혔다. 
 

▲ ⓒ리틀빅픽처스

“영화를 개봉하는 시기가 매우 좋지 않은 것에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개봉함으로써 마음이 좀 가벼워진 점은 있어요. 사실 개봉을 안 하고 있을 때는 마음이 괜찮은 듯 하다가도 훅 무거워지고 그랬어요. 제작사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비록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공식 석상에 서는 것과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자리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는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정말 쉽지 않았죠. 가끔 영화 채널에서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이 한 번씩 나오더라고요. 관객 분들은 제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너무너무 떨려요. 떨린다는 말은 사치스러운 말 같네요. 무섭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아요. 겪어보니까 무서워요.”

그래도 용기를 냈다. 공식 석상에 서는 것부터 기자들로부터 매서운 질문을 받는 자리에 나서는 것 모두 고역일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농사 지으며
 많이 느꼈다” 

“무섭다고 자꾸 도망 다니면 무서움은 점점 커지겠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두 눈을 보고 얘기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사회나 간담회 때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타자 소리를 듣는 게 어제 일 같고 익숙하기도 하고 좋긴 하네요.”

인터뷰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오달수 입장에서 날카롭게 받아들일 만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건으로 억울했는지에 대한 질문, 고발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는 내용의 질문도 있었다. 오달수는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제 말해서 무엇하나 싶어요. 하려면 그때 했어야죠. 지금 그 부분에 대해 말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충격이 너무 커가지고 두 달 정도는 정신을 못 차렸어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덕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덕의 소치지… 남한테 왜 그랬느냐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는 ‘부덕의 소치’라는 말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억울한 점은 존재한다. 오달수에게는 사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접촉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죠. 서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만약 제가 불쑥 나타난다면 그 분들도 얼마나 충격이겠습니까. 저는 저대로 충격 때문에 두 번이나 입원했으니까요. 저는 조용하게 살았고, 그분들도 일상을 잘 보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사건이 있기 전, 오달수는 말 그대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연극계에서 유명한 인사였던 그는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해, 각종 영화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다. 대중은 그의 재기발랄한 연기를 사랑했다. 

<도둑들> <암살> <베테랑> <국제시장>은 1000만을 넘겼고, 5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영화 관계자들은 오달수를 더 좋아한다. <도둑들>과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오달수와 함께했기 때문에 1000만을 넘겼다”고 말한 바 있고, <베테랑>에서 호흡을 같이한 배우 유해진은 취재진 앞에서 인간 오달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털어놨었다.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건 용기, 무서웠다”
“오랜만에 나선 연기 ‘이 맛이야’ 싶었죠”

혹자는 오달수는 극도로 자유로운 영혼이며, 누군가에게 해를 가할 근력 자체가 없다고도 말했으며, 언제나 변함없는 좋은 사람으로 여긴다. 쉬는 동안 이 모든 것이 오달수에게는 일장춘몽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천만요정… 마음이 무겁네요. 예쁜 별명 지어주셨는데. 그런 것들 모두가 허망하더라고요. 부와 명예는 한 순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거라고 말했는데, 이제 요정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요. 이제는 사람 대접 받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 ▲

<이웃사촌>의 개봉으로 대중 앞에 섰지만, 다시 예전처럼 연기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그에 대한 반감이 있는 대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를 캐스팅하기 주저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달수는 복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상업영화 제작사로부터 섭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안 독립영화 <요시찰>을 찍기도 했다. 약 2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제가 영화를 하면서 두 달 이상 쉰 적이 없었어요. 실컷 쉬다가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독립영화는 간만에 아침 9시에 나와서 새벽 1시까지 촬영을 했는데, 하루도 안 쉬고 일주일 정도 찍었어요. 스태프들이랑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예산이 크지 않은 영화다 보니까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락을 먹고 그랬어요. ‘그래, 이 맛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재밌었어요. 힘든 줄 모르고 재밌게 잘 찍었습니다.”

그를 응원하는 관객도 있는 한편, 여전히 그의 무혐의 자체를 의심하는 대중도 적지 않다. 배우로서 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오달수에겐 그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리적으로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저에게 반감이 있는 분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전혀 없지 않겠습니까. 그저 영화 보시고 좋게 평가해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기 복귀?
간절히 원해

평소 술자리에 자신의 막걸리를 들고 갈 정도로 애주가다. 최근 들어 술맛이 달라졌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 때는 독이었는데, 이제는 약이 되는 느낌이라고. 작품이 개봉을 하면서 서서히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에 술맛도 변한 듯하다. 낙차 큰 파도를 경험한 그는 더욱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면, 대중의 마음도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웃사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유지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