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이스타항공 박이삼 조종사노조 위원장 “민주당, 정말 뻔뻔스럽다”

“정부여당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스타항공 사태가 불거진 지 어느덧 9개월이 넘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보잉 737맥스 기종 운항 중단과 일본 여객 감소로 인해 경영난을 겪었다. 완전 자본잠식이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졌고, 지난 2월 이후 노동자들은 급여도 받지 못했다. 회사가 해체 수순을 밟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부당함을 외쳤다. 그럼에도 ‘노동 존중’을 외쳤던 정부여당은 묵묵부답하고 있다. 왜 이스타항공 사태에만 선택적으로 침묵하나. 지난 17일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 ⓒ고성준 기자

자부심으로 다니던 회사였다. 노동자들은 ‘다음 달이면 해결될 것’이란 믿음으로 버텼다. 회사는 자구 노력보다는 회사 매각에 집중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은 어쩌면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데 임금체불이 인수합병의 걸림돌이 됐다. 제주항공 측은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인수를 포기했다.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액은 현재 300억대에 육박한다.

버티다

정리해고, 희망퇴직, 자진 퇴사 등으로 1700여명에 달했던 노동자는 400여명으로 줄었다. 사실상 기업 해체 수준이다. 노조는 정리해고만은 막기 위해 체불 임금 일부를 포기하고 무급 순환휴직을 제안하는 등 회사의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지난달 14일 61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3000명 정리해고 사태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국회 앞에서 2주간 단식 농성을 이어가다 실신했다.

“이 회사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구분이 없다. 보통의 사업장들은 정리해고가 끝나면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로 나뉜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예외다. 살아남아도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해고자 형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남은 노동자들은 4대 보험이 되는 알바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다.”


노동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을 겪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사 측이 수개월간 5억원의 고용보험료를 횡령하는 바람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수급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은행 대출도 안 된다. 당장 이번 달에 먹고 살 돈이 없어서 카드론 대출을 받았다. 다들 일용직 알바 자리나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5억900여만원의 고용보험료라도 내달라는 것인데, 그것마저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 측에서 해고 회피 노력은커녕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고 있는 셈이다.”

둑 터지듯 닥친 문제들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 노조는 일관적으로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의원 일가와 측근들의 기업”이라며 “결국 이상직이 문제”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로,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는 이 의원의 자녀들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다.

딸 수진씨는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33.3%를, 나머지 66.7%는 아들인 원준씨가 갖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두 자녀에 대한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진 뒤 가족의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17일 인사혁신처가 이 의원의 자녀 명의 지분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됐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탈세, 탈루, 횡령 의혹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쌍용차 이후 정리해고 역대 최대
“정부·여당 나몰라라…청 책임도”

“국세청에 이 의원의 탈세 의혹을 제보한 지 네 달이 지났다. 정의당에 알아본 결과에 의하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전혀 안 하고 있다고 한다. 남부지검에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중앙지검에 이 의원을 배임·탈세·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참여연대에서도 고발을 했는데, 다 전주지검으로 이관됐다. 수사가 도무지 진전되질 않는다. 임금체불로 형사 고발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그 누구도 소환되지 않았다. 구속이 됐어도 벌써 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나 웃긴 세상이다.”


이 의원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문정부 출범 직후부터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연이어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이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212억원 신고하며 재산으로 민주당 1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 ⓒ고성준 기자

“꽤 많은 의원들이 찾아왔다. 근데 와서 얘기만 듣고 갈 뿐이지, 아무도 해결책을 갖고 오지 않는다. 유동수 의원이 찾아와서 모든 회계 감사 자료를 받아서 갔다. ‘정말 문제 있는 회사’라고 해놓고 다음 이야기가 없다. 노웅래 의원도 당에서 논의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놓고 답변이 없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때 이스타항공 노조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 해놓고 안 왔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친문’ 세력이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요구하는 면담 요청을 단 한 차례도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이 의원이 감당이 안 되니깐 탈당시켜 버렸다. 꼬리 자르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사태의 칼 끝은 청와대를 향해 있다. 이상직 의원을 공천하고 비호했다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이 사람들 관심사에 노동자는 없다. 민주당이 너무 뻔뻔스럽다. 노동을 존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실제로는 아무 액션도 안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이라는 의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들은 더 넓은 연대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과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임을 선언했다.

선택적 침묵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끝이다.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하겠다. 이 의원의 지분 헌납이 있어야 하고, 경영권에 대한 포기도 있어야 한다. 또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LCC 항공사를 지원했던 만큼만 해달라. 그동안 정부가 매일같이 말했던 ‘고용 유지’와 ‘노동 존중’을 말로만 하지 말고, 무너져가는 1600명의 노동자들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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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