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색동날개까지 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수 띄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무거워진
태극날개

정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한진칼은 대한항공에 7300억원 투입→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 및 채권 3000억원 인수 순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항공사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 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 것인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둘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항공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7개 그룹에 아시아나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한진을 빼고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양대 항공사 통합 카드를 결국 꺼내 들었다.

정부와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최소 비용으로 적어도 1년 이상 두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 통합을 하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 총 4조8000억원의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에 투입된 국민 세금은 모두 14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8000억원을 투입해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항공사로 재탄생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전 세계 항공 수요가 동반 침체한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협약까지 맺은 만큼 현재로선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 및 추가 감자, 매각 추진 시 채무 탕감 등으로 인해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국책은행 입장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과제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동반부실 우려에도…아시아나 인수 결단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거대 항공사 도약

한진그룹 입장에선 산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아시아나까지 인수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산은이 먼저 제안했지만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의 조언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 의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현금도 바닥이 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갑작스레 등판하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전쟁의 장이 될 한진칼 주총이 다가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인수 방식으로 한진칼을 사이에 끼는 다소 복잡한 방식을 택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와 ‘전환사채(CB) 발행’(3000억원)을 통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 ⓒ고성준 기자

산은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은 산은 자금을 활용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7300억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에 바로 자금을 대지 않고 한진칼을 한번 거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한진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조 회장이든 KCGI 연합이든 한진칼의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하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와 특수 관계인, 우호 세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41.4%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CGI 연합은 46.71% 가지고 있다. 지분율 변동이 없다면 내년 주총에서는 KCGI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셈이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조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에 대해 “혈세를 투입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구조만 탄탄하게 해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했다. KCGI 측은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산은이 증자한다는 건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7일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못 먹어도 
일단 ‘고’

KCGI는 “발표된 조달금액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며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이다. 조 회장 개인 보유한 지분율은 6.52%다.

산은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 10.66%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기존 주주인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약 42%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약 37%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으로선 이번 증자로 인해 경영 참여를 위한 발언권이 더욱 약해지게 된 셈이다.
 

▲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고성준 기자

산은은 특혜 논란을 의식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한진그룹 내부에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은 물론이고 조 회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주주 일가도 매년 윤리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결과가 저조하면 경영에서 물러나게 할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이 씨 등 경영과 무관한 주주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받았다”며 “윤리경영위원회 권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KCGI 측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부여한 7대 의무와 관련해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KCGI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제하기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았다. 그러나 조 회장 지분 약 385만 중 326만주(84.32%)는 이미 타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있어서 담보로서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KCGI는 ”따라서 투자합의서 7대 약정은 조 회장이 고작 한진칼 주식 60만주(KDB의 한진칼 주당 인수가액 7만800원으로 산정시 425억원)의 담보제공을 통해 국민혈세로 조달한 5000억원에 의한 한진칼 지분 10.67%를 확보하도록 만드는 허울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조 회장이 투자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위약벌 및 손해배상액 5000억원에서 조 회장의 담보제공 425억원을 초과하는 4575억원은 한진칼이 부담한다. 이러한 한진칼의 부담은 이사의 배임행위에 해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KCGI는 ”결국 조 회장은 고작 425억원의 담보만 제공하고서 국민혈세를 통해 조달된 5000억원으로 한진칼의 경영권을 독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패하게 되면 조 회장은 담보로 제공된 425억원만을 부담하게 되고 나머지 4575억원은 한진칼 회사와 산업은행이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칼의 주주 및 국민 전체로 전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산정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조합도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했다.

경영권 경쟁 
우위 점하려?

양사 노동조합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DB산업은행과 정부, 한진칼의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인 직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밀실 협상으로 진행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동종 업계 M&A는 중복 인력이 발생해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 이는 항공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 항공서비스의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증진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는 정경 야합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족이 되면 국내 항공 시장이 독과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진 계열사인 대한항공·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합산 국제선 점유율은 외국 항공사를 제외할 경우 73.1%에 달한다.

이에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항공권 가격 인상 등은 절대 없다고 못박으며 진화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선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대신 공로패를 받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국내 1위,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기대감과 함께 중복 인력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 모든 직원들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로 ‘수송보국’ 큰 그림
논란, 의혹…독이 든 성배 지적도

그는 “현재까지 양사 노선 등 사업 규모로 생각했을 때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선, 사업 확장 등 확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중복 인력을) 활용 가능하며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계열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LCC도 같은 생각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용 불안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의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저희 노조하고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상대쪽(아시아나항공 노조)과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만나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통합 이후 직원들의 연봉 책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은이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아시아나항공 본사

조 회장은 이 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혜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에서 먼저 (인수에 대한) 저의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얘기했다.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얘기하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대 대형항공사 합병에 따른 시장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고객들의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과 산은의 투자합의서 체결에 따라 발생한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산은에서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계약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 내용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나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한진칼과 산은은 투자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는데,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 중요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 부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등 7대 의무를 져야 한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의 반발에 대해서는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만찮은 
반대 세력

이 밖에 조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계속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가족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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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