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색동날개까지 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수 띄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무거워진
태극날개

정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한진칼은 대한항공에 7300억원 투입→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 및 채권 3000억원 인수 순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항공사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 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 것인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둘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항공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7개 그룹에 아시아나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한진을 빼고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양대 항공사 통합 카드를 결국 꺼내 들었다.

정부와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최소 비용으로 적어도 1년 이상 두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 통합을 하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 총 4조8000억원의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에 투입된 국민 세금은 모두 14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8000억원을 투입해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항공사로 재탄생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전 세계 항공 수요가 동반 침체한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협약까지 맺은 만큼 현재로선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 및 추가 감자, 매각 추진 시 채무 탕감 등으로 인해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국책은행 입장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과제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동반부실 우려에도…아시아나 인수 결단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거대 항공사 도약

한진그룹 입장에선 산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아시아나까지 인수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산은이 먼저 제안했지만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의 조언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 의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현금도 바닥이 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갑작스레 등판하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전쟁의 장이 될 한진칼 주총이 다가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인수 방식으로 한진칼을 사이에 끼는 다소 복잡한 방식을 택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와 ‘전환사채(CB) 발행’(3000억원)을 통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 ⓒ고성준 기자

산은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은 산은 자금을 활용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7300억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에 바로 자금을 대지 않고 한진칼을 한번 거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한진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조 회장이든 KCGI 연합이든 한진칼의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하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와 특수 관계인, 우호 세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41.4%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CGI 연합은 46.71% 가지고 있다. 지분율 변동이 없다면 내년 주총에서는 KCGI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셈이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조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에 대해 “혈세를 투입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구조만 탄탄하게 해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했다. KCGI 측은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산은이 증자한다는 건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7일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못 먹어도 
일단 ‘고’

KCGI는 “발표된 조달금액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며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이다. 조 회장 개인 보유한 지분율은 6.52%다.


산은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 10.66%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기존 주주인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약 42%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약 37%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으로선 이번 증자로 인해 경영 참여를 위한 발언권이 더욱 약해지게 된 셈이다.
 

▲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고성준 기자

산은은 특혜 논란을 의식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한진그룹 내부에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은 물론이고 조 회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주주 일가도 매년 윤리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결과가 저조하면 경영에서 물러나게 할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이 씨 등 경영과 무관한 주주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받았다”며 “윤리경영위원회 권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KCGI 측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부여한 7대 의무와 관련해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KCGI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제하기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았다. 그러나 조 회장 지분 약 385만 중 326만주(84.32%)는 이미 타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있어서 담보로서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KCGI는 ”따라서 투자합의서 7대 약정은 조 회장이 고작 한진칼 주식 60만주(KDB의 한진칼 주당 인수가액 7만800원으로 산정시 425억원)의 담보제공을 통해 국민혈세로 조달한 5000억원에 의한 한진칼 지분 10.67%를 확보하도록 만드는 허울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조 회장이 투자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위약벌 및 손해배상액 5000억원에서 조 회장의 담보제공 425억원을 초과하는 4575억원은 한진칼이 부담한다. 이러한 한진칼의 부담은 이사의 배임행위에 해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KCGI는 ”결국 조 회장은 고작 425억원의 담보만 제공하고서 국민혈세를 통해 조달된 5000억원으로 한진칼의 경영권을 독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패하게 되면 조 회장은 담보로 제공된 425억원만을 부담하게 되고 나머지 4575억원은 한진칼 회사와 산업은행이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칼의 주주 및 국민 전체로 전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산정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조합도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했다.

경영권 경쟁 
우위 점하려?

양사 노동조합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DB산업은행과 정부, 한진칼의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인 직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밀실 협상으로 진행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동종 업계 M&A는 중복 인력이 발생해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 이는 항공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 항공서비스의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증진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는 정경 야합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족이 되면 국내 항공 시장이 독과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진 계열사인 대한항공·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합산 국제선 점유율은 외국 항공사를 제외할 경우 73.1%에 달한다.

이에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항공권 가격 인상 등은 절대 없다고 못박으며 진화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선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대신 공로패를 받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국내 1위,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기대감과 함께 중복 인력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 모든 직원들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로 ‘수송보국’ 큰 그림
논란, 의혹…독이 든 성배 지적도

그는 “현재까지 양사 노선 등 사업 규모로 생각했을 때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선, 사업 확장 등 확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중복 인력을) 활용 가능하며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계열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LCC도 같은 생각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용 불안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의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저희 노조하고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상대쪽(아시아나항공 노조)과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만나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통합 이후 직원들의 연봉 책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은이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아시아나항공 본사

조 회장은 이 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혜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에서 먼저 (인수에 대한) 저의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얘기했다.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얘기하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대 대형항공사 합병에 따른 시장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고객들의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과 산은의 투자합의서 체결에 따라 발생한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산은에서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계약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 내용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나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한진칼과 산은은 투자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는데,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 중요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 부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등 7대 의무를 져야 한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의 반발에 대해서는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만찮은 
반대 세력

이 밖에 조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계속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가족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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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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