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색동날개까지 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수 띄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무거워진
태극날개

정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한진칼은 대한항공에 7300억원 투입→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 및 채권 3000억원 인수 순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항공사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 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 것인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둘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항공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7개 그룹에 아시아나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한진을 빼고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양대 항공사 통합 카드를 결국 꺼내 들었다.

정부와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최소 비용으로 적어도 1년 이상 두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 통합을 하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 총 4조8000억원의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에 투입된 국민 세금은 모두 14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8000억원을 투입해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항공사로 재탄생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전 세계 항공 수요가 동반 침체한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협약까지 맺은 만큼 현재로선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 및 추가 감자, 매각 추진 시 채무 탕감 등으로 인해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국책은행 입장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과제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동반부실 우려에도…아시아나 인수 결단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거대 항공사 도약

한진그룹 입장에선 산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아시아나까지 인수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산은이 먼저 제안했지만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의 조언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 의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현금도 바닥이 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갑작스레 등판하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전쟁의 장이 될 한진칼 주총이 다가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인수 방식으로 한진칼을 사이에 끼는 다소 복잡한 방식을 택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와 ‘전환사채(CB) 발행’(3000억원)을 통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 ⓒ고성준 기자

산은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은 산은 자금을 활용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7300억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에 바로 자금을 대지 않고 한진칼을 한번 거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한진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조 회장이든 KCGI 연합이든 한진칼의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하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와 특수 관계인, 우호 세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41.4%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CGI 연합은 46.71% 가지고 있다. 지분율 변동이 없다면 내년 주총에서는 KCGI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셈이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조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에 대해 “혈세를 투입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구조만 탄탄하게 해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했다. KCGI 측은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산은이 증자한다는 건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7일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못 먹어도 
일단 ‘고’

KCGI는 “발표된 조달금액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며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이다. 조 회장 개인 보유한 지분율은 6.52%다.


산은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 10.66%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기존 주주인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약 42%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약 37%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으로선 이번 증자로 인해 경영 참여를 위한 발언권이 더욱 약해지게 된 셈이다.
 

▲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고성준 기자

산은은 특혜 논란을 의식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한진그룹 내부에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은 물론이고 조 회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주주 일가도 매년 윤리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결과가 저조하면 경영에서 물러나게 할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이 씨 등 경영과 무관한 주주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받았다”며 “윤리경영위원회 권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KCGI 측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부여한 7대 의무와 관련해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KCGI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제하기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았다. 그러나 조 회장 지분 약 385만 중 326만주(84.32%)는 이미 타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있어서 담보로서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KCGI는 ”따라서 투자합의서 7대 약정은 조 회장이 고작 한진칼 주식 60만주(KDB의 한진칼 주당 인수가액 7만800원으로 산정시 425억원)의 담보제공을 통해 국민혈세로 조달한 5000억원에 의한 한진칼 지분 10.67%를 확보하도록 만드는 허울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조 회장이 투자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위약벌 및 손해배상액 5000억원에서 조 회장의 담보제공 425억원을 초과하는 4575억원은 한진칼이 부담한다. 이러한 한진칼의 부담은 이사의 배임행위에 해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KCGI는 ”결국 조 회장은 고작 425억원의 담보만 제공하고서 국민혈세를 통해 조달된 5000억원으로 한진칼의 경영권을 독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패하게 되면 조 회장은 담보로 제공된 425억원만을 부담하게 되고 나머지 4575억원은 한진칼 회사와 산업은행이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칼의 주주 및 국민 전체로 전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산정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조합도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했다.

경영권 경쟁 
우위 점하려?

양사 노동조합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DB산업은행과 정부, 한진칼의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인 직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밀실 협상으로 진행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동종 업계 M&A는 중복 인력이 발생해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 이는 항공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 항공서비스의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증진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는 정경 야합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족이 되면 국내 항공 시장이 독과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진 계열사인 대한항공·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합산 국제선 점유율은 외국 항공사를 제외할 경우 73.1%에 달한다.

이에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항공권 가격 인상 등은 절대 없다고 못박으며 진화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선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대신 공로패를 받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국내 1위,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기대감과 함께 중복 인력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 모든 직원들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로 ‘수송보국’ 큰 그림
논란, 의혹…독이 든 성배 지적도

그는 “현재까지 양사 노선 등 사업 규모로 생각했을 때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선, 사업 확장 등 확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중복 인력을) 활용 가능하며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계열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LCC도 같은 생각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용 불안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의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저희 노조하고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상대쪽(아시아나항공 노조)과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만나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통합 이후 직원들의 연봉 책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은이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아시아나항공 본사

조 회장은 이 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혜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에서 먼저 (인수에 대한) 저의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얘기했다.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얘기하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대 대형항공사 합병에 따른 시장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고객들의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과 산은의 투자합의서 체결에 따라 발생한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산은에서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계약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 내용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나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한진칼과 산은은 투자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는데,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 중요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 부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등 7대 의무를 져야 한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의 반발에 대해서는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만찮은 
반대 세력

이 밖에 조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계속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가족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