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색동날개까지 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수 띄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이에 조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작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PEF)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렵게 자리를 지킨 바 있다.

무거워진
태극날개

정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한진칼은 대한항공에 7300억원 투입→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 및 채권 3000억원 인수 순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항공사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 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 것인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둘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항공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7개 그룹에 아시아나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한진을 빼고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양대 항공사 통합 카드를 결국 꺼내 들었다.

정부와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최소 비용으로 적어도 1년 이상 두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 통합을 하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 총 4조8000억원의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에 투입된 국민 세금은 모두 14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8000억원을 투입해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항공사로 재탄생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전 세계 항공 수요가 동반 침체한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협약까지 맺은 만큼 현재로선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 및 추가 감자, 매각 추진 시 채무 탕감 등으로 인해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국책은행 입장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과제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동반부실 우려에도…아시아나 인수 결단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거대 항공사 도약

한진그룹 입장에선 산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아시아나까지 인수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산은이 먼저 제안했지만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의 조언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 의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로 현금도 바닥이 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인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이 갑작스레 등판하자 업계에서는 경영권 전쟁의 장이 될 한진칼 주총이 다가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인수 방식으로 한진칼을 사이에 끼는 다소 복잡한 방식을 택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와 ‘전환사채(CB) 발행’(3000억원)을 통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 ⓒ고성준 기자

산은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은 산은 자금을 활용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7300억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에 바로 자금을 대지 않고 한진칼을 한번 거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로 한진 계열사들의 최대주주다. 조 회장이든 KCGI 연합이든 한진칼의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경영권 전쟁에서 유리하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와 특수 관계인, 우호 세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41.4%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CGI 연합은 46.71% 가지고 있다. 지분율 변동이 없다면 내년 주총에서는 KCGI 연합의 승리가 유력한 셈이다. 이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조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에 대해 “혈세를 투입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구조만 탄탄하게 해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했다. KCGI 측은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산은이 증자한다는 건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7일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못 먹어도 
일단 ‘고’

KCGI는 “발표된 조달금액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며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연대한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 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이다. 조 회장 개인 보유한 지분율은 6.52%다.


산은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 10.66%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기존 주주인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약 42%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약 37%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으로선 이번 증자로 인해 경영 참여를 위한 발언권이 더욱 약해지게 된 셈이다.
 

▲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고성준 기자

산은은 특혜 논란을 의식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한진그룹 내부에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은 물론이고 조 회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주주 일가도 매년 윤리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결과가 저조하면 경영에서 물러나게 할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이 씨 등 경영과 무관한 주주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받았다”며 “윤리경영위원회 권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KCGI 측은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부여한 7대 의무와 관련해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KCGI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제하기 위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제공받았다. 그러나 조 회장 지분 약 385만 중 326만주(84.32%)는 이미 타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있어서 담보로서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KCGI는 ”따라서 투자합의서 7대 약정은 조 회장이 고작 한진칼 주식 60만주(KDB의 한진칼 주당 인수가액 7만800원으로 산정시 425억원)의 담보제공을 통해 국민혈세로 조달한 5000억원에 의한 한진칼 지분 10.67%를 확보하도록 만드는 허울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조 회장이 투자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위약벌 및 손해배상액 5000억원에서 조 회장의 담보제공 425억원을 초과하는 4575억원은 한진칼이 부담한다. 이러한 한진칼의 부담은 이사의 배임행위에 해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KCGI는 ”결국 조 회장은 고작 425억원의 담보만 제공하고서 국민혈세를 통해 조달된 5000억원으로 한진칼의 경영권을 독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패하게 되면 조 회장은 담보로 제공된 425억원만을 부담하게 되고 나머지 4575억원은 한진칼 회사와 산업은행이 부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진칼의 주주 및 국민 전체로 전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 가치산정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자 및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동조합도 양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했다.

경영권 경쟁 
우위 점하려?

양사 노동조합은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KDB산업은행과 정부, 한진칼의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인 직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밀실 협상으로 진행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동종 업계 M&A는 중복 인력이 발생해 고용 불안을 초래하고, 이는 항공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규 노선 개척, 항공서비스의 질적 제고에 여유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증진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하려는 정경 야합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족이 되면 국내 항공 시장이 독과점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진 계열사인 대한항공·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합산 국제선 점유율은 외국 항공사를 제외할 경우 73.1%에 달한다.

이에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항공권 가격 인상 등은 절대 없다고 못박으며 진화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18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선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대신 공로패를 받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국내 1위,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기대감과 함께 중복 인력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인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 모든 직원들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로 ‘수송보국’ 큰 그림
논란, 의혹…독이 든 성배 지적도

그는 “현재까지 양사 노선 등 사업 규모로 생각했을 때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선, 사업 확장 등 확장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중복 인력을) 활용 가능하며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계열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LCC도 같은 생각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용 불안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의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저희 노조하고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상대쪽(아시아나항공 노조)과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만나 상생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통합 이후 직원들의 연봉 책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은이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아시아나항공 본사

조 회장은 이 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혜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에서 먼저 (인수에 대한) 저의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얘기했다.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얘기하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양대 대형항공사 합병에 따른 시장 독과점 우려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고객들의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칼과 산은의 투자합의서 체결에 따라 발생한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산은에서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계약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 내용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나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한진칼과 산은은 투자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는데,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 중요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 부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등 7대 의무를 져야 한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주주연합’의 반발에 대해서는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만찮은 
반대 세력

이 밖에 조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가족 간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계속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가족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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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