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방사능 가리비’ 스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17 07:49:08
  • 호수 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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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서 버린 껍데기 쓰레기로 굴양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내에서 일본산 가리비 패각(껍데기)을 수입해 굴 양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이후 바로 그 주변 지역의 가리비 패각을 집중적으로 수입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가리비 패각을 폐기물로 취급해 거의 공짜로 들여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가리비 패각이 방사능에 어느 정도 노출돼있는지, 그 패각에서 자란 굴의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 쌓여있는 가리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도쿄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1~4호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한 국제원자력 사고등급 중 최고로 위험한 7단계를 기록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 세슘-137이 1만5000TBq(테라 베크렐=1조 베크렐)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89TBq이었던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68배로 매우 높은 유출량이다. 베크렐(Bq)은 방사성 핵종들이 단위 시간당 붕괴하는 횟수를 말한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9.0의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전 안전을 위해서 1~3호기가 자동으로 긴급 정지됐다. 지진으로 외부 전력이 차단되면서 초기에는 안전 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용 발전기와 냉각 계통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그러나 지진 발생 50분 후 예상 설계 높이 5m를 훨씬 초과하는 1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발전소를 덮쳤다.


해양 방류된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의 이동뿐만 아니라 해산물 섭취로도 우리 국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137은 중금속과 같이 수산물의 체내에 장시간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8개의 현은 후쿠시마, 도치기, 이와테, 미야기, 이바라키, 지바, 군마, 아오모리 등이다. 

홋카이도 지역에서만 수입
어류보다 방사능 우려 높아

국내에서 굴 양식 시 굴의 포자(유생)를 키울 때 가리비의 패각(껍데기)을 사용하는데 패각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가리비 패각과 관련된 규제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홋카이도에서 가리비 패각을 수출해 오지만, 정작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가리비 패각의 양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가리비 패각의 양보다 적다. 

가리비 패각 수출 관계자 일본인 A씨는 “홋카이도는 수입이 금지된 8개 현에 포함된 곳이 아니다. 가리비 패각은 일본에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비용 처리가 필요한데 운송비를 제외하면 일본 내에서 공짜로 수급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해외로 수출이 가능한 홋카이도로 일본 내 가리비 패각이 모두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폐기물은 일본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수출할 수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산업폐기물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제재할 필요가 없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 역시 특별한 제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본산 가리비 패각의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많이 찾고 있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검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가 한국의 한 업체로 가리비 패각을 수출했는데 무사히 통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만 이상의 패각을 넣은 컨테이너를 모구 검사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한국의 세관 검사 방식을 우리 일본 업체가 알고 있으므로 한국으로 패각 쓰레기를 보내는 것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처치 곤란 
폐기물로…

이어 “일본에서도 패각에 살점이 붙어 있는 것들을 일일이 제거하는 작업을 하지 못한다. 수출하기 전에 약품을 컨테이너에 살포해 벌레의 서식을 막을 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국 업체가 일본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산 가리비와 방사능 연관성에 대해서는 “홋카이도의 가리비 패각 생산량은 현재 한국으로 수출되는 가리비 패각의 양보다 적다”고 언급했다. 

방사능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가리비 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바다에서 자랐다고 가정하면 가리비 패각 역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일본 바다에서 포획한 해산물은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가리비 패각의 양을 봤을 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리비 패각은 일본 내에서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수출업자의 경우 현지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쓰레기 처리로 고민이 많은 일본 지자체로선 수출업자가 고마운 존재다. 국내 수입업자도 환경부에 신고만 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쓰레기’로 분류되면 농수산물도, 가공식품도 아니다 보니, 농림부·해양수산부·식약처·원안위로부터 방사능 규제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91t이었던 일본산 가리비 패각 수입량은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238t으로 폭증했다.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것은 2011년 10월 홋카이도에서 수입된 가리비 패각이다. 패각류는 한 자리에 머물며 생육하므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일반 어류들보다 훨씬 높다.

한국이 
수입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사고 반경 250km 지역 내 생산되는 물품을 수출할 때 방사능 검사 증명서와 산지 증명서를 발부하고 있다. 국내에선 그간 가리비 패각이 식용이 아니란 이유로 식품수준의 검역을 하지 않았다. 

관세청에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바깥에서 감지기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슘-137과 같은 미세 방사성 물질은 30cm정도 떨어지면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은 “이렇게(컨테이너 바깥에서) 검사해서는 컨테이너 내부에 방사능 물질이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리비 패각 수입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B씨는 지난 7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해당 내용은 일본산 가리비 패각을 수입하는 관세 업무에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비용을 지불하지만 문제가 계속 생긴다는 것.


B씨는 “최근 일본 가리비 패각을 수입했으나 제품이 아닌 쓰레기가 왔고 심한 악취는 물론 가리비 살이 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검사를 제대로 했다면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자가 있는 물건을 보낸 업체 잘못도 있지만 세관에서 물건 검수를 똑바로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자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법 때문에 되지 않았다”며 “컨테이너 검사 방법을 물어보니 입구 문만 열어서 확인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상부 지시사항’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내 CCTV 미설치
비용 지불해도 검사 대충?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가공하지 않은 가리비 패각은 유역환경청장에게 신고 확인을 받아 통과할 수 있으며, 수산물 양식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세척, 가공된 패각은 유역환경청장의 신고 확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유역환경청에 신고 없이 수입통관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사능 오염 물품 반입 우려가 있어서 세관에서는 일본산 패각에 대해 일본 수출자가 증명한 산지 증명서와 방사능 검사확인서를 청구하고 있으며, 수입통관 검사 단계에서 세관의 휴대용 측정기로 검사를 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운 경우에만 통관시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수입품은 관세청의 전자 통관시스템을 통해 방사능검사 대상으로 선별돼 검사를 실시했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검사 결과 자연 방사선량 수준으로 허용치 이내의 방사능 기준을 충족했다”며 “현품을 발췌해 확인한 결과 살은 붙어있지 않은 세척한 상태의 가리비 패각으로 확인되는 등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컨테이너 야적장의 CCTV는 용품의 무단하선 등 관세법상 감시단속의 목적으로 외항선이 정박하는 장소에 설치돼있고 세관검사장 내에는 설치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우리나라가 베트남으로 불법 폐기물을 수출한 것이 드러나 ‘쓰레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결국 국내로 그 쓰레기들을 되돌려받았다. 지금 우리나라도 일본에서 쓰레기로 분류하는 가리비 패각을 수입해 오고 있다. 가리비 패각에 대한 대체재가 없다면 몰라도 대체제가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패각을 수입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1·2차
피폭 우려

관세청 관계자는 “상대국에서 발행한 방사능 검사 증명서로 (방사능)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일부 물품을 선변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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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