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있는 섬 ②제주 추자도

보석 같은 섬에 예술을 덧입히다

▲ 추자도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 있는 포토 존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총 42개 섬 가운데 상추자도와 하추차도를 비롯해 유인도가 4개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다. 수려한 풍경과 독특한 생활 문화를 품은 보석 같은 섬, 추자도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돼 새로운 볼거리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올가을에는 추자도의 문화 예술과 자연, 역사를 골고루 즐기는 섬 여행을 떠나보자.

▲ 분단의 상처와 아픈 역사를 품은 치유의언덕

추자항은 면사무소 등 여러 행정기관이 자리한 섬의 중심지로, 여객선터미널 뒤쪽 골목을 따라가면 치유의언덕이 나온다.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추자도에도 분단의 상처가 깊다. 언덕에 있는 반공탑은 1974년 일어난 간첩 사건 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치유의 언덕

김동원 작가가 그 옆에 낡은 정자를 단장해 아픈 역사를 보듬고 치유하기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 정자에 서면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 색색 타일로 꾸민 영흥리 벽화 골목

섬마을 골목은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서리 벽화 골목은 푸른 바다로 채워진 동화 같은 공간이다. 춤을 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골목 곳곳에 물이 귀한 시절에 쓰던 100년 넘은 우물이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흥리에는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반긴다. 섬세한 손길로 표현한 바닷속 세상과 예쁜 꽃밭을 누비는 동안,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한적하고 평화로운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후포갤러리

대서리 후포해변에는 낡은 건물을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 11월20일까지 추자예술섬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잠시 멈추자, 바람과 춤을 추자〉전이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갤러리 주변 풍경도 한적하고 평화로워 또 다른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 추자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 묵리 낱말고개

추자대교를 건너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 존이 있으니 놓치지 말자. 시야가 맑은 날에는 바다 너머 수평선 위로 한라산이 보이는 명당이다. 언덕을 내려오면 언어유희를 즐기는 재미난 건물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홍지희 작가가 낡은 어촌계 창고를 소통의 장소로 바꾼 묵리 낱말고개다. 건물 안에 수많은 글자가 겹겹이 쌓였다. 추자도를 여행하는 느낌이나 의미 있는 문구를 만들어 외벽 글자판을 장식해보자. 글자의 바다에서 헤매다 보면 갖가지 낱말이 어우러지면서 뜻하지 않은 단어나 문장이 탄생하기도 한다.

▲ 신양항에서 만난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

신양2리에는 제주도와 추자도를 오가는 카페리가 닿는 신양항이 있다. 추자도에 차를 가져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광장에서 눈길을 끄는 ‘ㅊ 자형’ 조형물은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다. 추자도, 최고, 최영 장군, 참굴비 등 섬이 품은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사람이 팔 벌리고 서 있는 큰대(大)자로 보이기도 한다. 맞은편에는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포갤러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곧 문을 열 예정이다.

▲ 정난주·황경한 모자의 슬픈 이야기가 전하는 눈물의십자가

신양1리와 예초리는 신유박해와 관련한 숨은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다. 정약용의 조카이자 신유박해 때 능지처사를 당한 황사영의 아내 정난주가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과 제주도로 유배 가는 도중, 죄인으로 살아갈 아들이 염려돼 추자도에 몰래 두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2019년 마을미술프로젝트 선정
문화 예술·자연·역사를 한 눈에

황경한은 이곳에서 자라고 결혼해 자손을 낳으며 추자도의 황씨 입도조가 됐다. 신양리 산 언덕에 황경한의 묘가 있으며,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절벽 바위에 눈물의 십자가가 세워져 모자의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 추자도 별미, 참조기매운탕

추자도 여행에는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자. 추자항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추자도 여러 마을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배차 간격이 길지만, 시선이 닿는 곳마다 풍경이 아름답고 걷기도 좋아 마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여럿이 여행한다면 택시나 승합차를 빌려 섬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면사무소 옆에 추자도여행자센터와 탐방객쉼터가 있다. 추자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적어도 하룻밤 묵어가며 여행하는 게 좋다. 제주올레 18-1코스(추자도, 우정의 길)를 완주하려면 1박2일은 잡아야 한다. 지금 제철인 추자도 참조기도 꼭 맛보기를 권한다.

▲ 새하얀 등탑 2기가 나란히 서 있는 산지등대

제주연안여객터미널 부근에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사라봉 중턱에 자리한 산지등대는 1916년에 처음 불을 밝혔다. 새하얀 등탑 2기가 나란한데, 옛 등탑이 노후화되면서 1999년에 새 등탑을 세웠다. 등탑에 오르면 제주항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형 선박이 오가는 제주항은 언제나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여객선에서 울리는 기적이 여행에 대한 설렘을 부추긴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을 따라 추자도는 물론, 완도에 속한 여서도까지 또렷이 보인다.

▲ 재미난 그림이 가득한 두맹이골목

산지등대와 멀지 않은 거리에 두맹이골목이 있다. 골목마다 재미난 그림이 가득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말뚝박기와 가을 운동회 풍경이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백조 2마리가 하트를 그린 벽화 앞에서는 누구나 사랑스런 표정을 짓는다. 입술 모양 입체 조형물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 조선 시대 관아 건물을 복원한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

제주목 관아(사적 380호)는 제주 시민이 정성과 진심을 모아 복원한 조선 시대 관아 건물이다. 제주도 정치와 문화, 행정의 중심지던 제주목 관아는 일제강점기에 헐리고 훼손됐지만,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옛 모습을 회복했다. 복원된 관아 건물에 제주목역사관과 조선 시대 제주도의 생활상을 그린 탐라순력도체험관도 조성했다. 복원 사업 당시 제주 시민이 성금을 모아 기와 5만여장을 기부한 미담이 마음을 더욱 훈훈하게 만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추자도(치유의언덕-후포갤러리-대서리 벽화 골목-영흥리 벽화 골목-묵리 낱말고개-신양항-황경한의묘-눈물의십자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추자도(치유의언덕-후포갤러리-대서리 벽화 골목-영흥리 벽화 골목-묵리 낱말고개-신양항-황경한의묘-눈물의십자가) 
둘째 날: 산지등대→두맹이골목→제주목 관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추자면사무소 www.jejusi.go.kr/town/chuja.do
- 제주목 관아 www.jeju.go.kr/mokkwana/index.htm 

문의 전화
-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 추자면사무소 064)728-4265
- 산지등대 064)720-2672
- 제주목 관아 064)710-6714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3 정류장에서 465번 버스 이용, 제주연안여객터미널 정류장 하차, 약 20분 소요. 제주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추자·우수영(09:30, 둘째·넷째 주 수요일 휴항) / 추자·완도(13:45, 첫째·셋째 주 수요일 휴항) 배편 이용, 약 1시간 소요.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ju.go.kr 씨월드고속훼리 1577-3567, www.seaferry.co.kr 한일고속 1688-2100, www.hanilexpress.c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2.7km 이동, 용문로터리에서 우회전→1.8km 이동, 동문로터리에서 제주항 방면 좌회전→1km 이동 후 좌회전→제주연안여객터미널

숙박 정보
- 엘린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제주시 은남1길, 064)746-5604, www.hotelelin.com 
- 비치스토리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064)784-7400 
-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제주시 탑동로, 064)729-8100, www.ramadajeju.co.kr 
- 오션스위츠 제주호텔: 제주시 탑동해안로, 064)720-6000, www.oceansuites.kr 
- 스타즈호텔 제주로베로: 제주시 관덕로, 064)757-7111, https://stazhoteljejurobero.com 
- 유심이감성하우스민박: 추자면 추자로, 010-5578-7277

식당 정보
- 제일식당(조기매운탕): 추자면 추자로, 064)742-9333 
- 황금섬숯불갈비(제주산 오겹살): 추자면 추자로, 064)742-0478 
- 고향향토장터(문어탕탕이): 추자면 추자로, 064)747-8035 
- 고집돌우럭 제주공항점(제주 향토 음식): 제주시 임항로, 064)722-1008

주변 볼거리
제주 삼성혈, 제주동문시장, 별도봉, 사라봉, 한짓골, 김만덕기념관, 제주아라리오뮤지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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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