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엎은 무명 선수들의 반란

인고의 세월 날려버린 첫 감격

최고 권위의 남녀 투어 대회에서 잇따른 무명 선수들의 반란이 목격됐다. 대회 시작 전에 이들의 선전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승리를 향한 갈망은 이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인도했다.
 

멜 리드(잉글랜드)는 지난달 5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호텔 앤 골프클럽 베이 코스(파71)에서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은 그는 상금랭킹 13위(35만1373달러)로 올라섰다.

주인공 되다

지난 9월21일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때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으나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는 부진 끝에 역전패를 당했던 리드는 두 번째로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1타차 불안한 선두로 맞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리드는 고비 때마다 버디 퍼트와 파퍼트를 집어넣는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2타차 완승을 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에서 6차례나 우승한 리드는 30세의 나이에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2017년 LPGA 투어에 뛰어들어 ‘베테랑 루키’로 관심을 끌었던 선수다.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3차례나 출전한 관록에도 LPGA 투어 연착륙은 쉽지 않았다. 우승은커녕 준우승조차 없었고,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든 적도 없다.

올해도 시즌 초반에는 컷 탈락과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지난달 ANA 인스피레이션 공동 7위에 이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공동 5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타더니 생애 첫 우승까지 손에 넣었다.


6, 7번 홀 연속 보기로 제니퍼 송에게 선두를 내줬던 리드는 8, 9번 홀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를 되찾았고, 11, 12번 홀에서 또 한 번 연속 버디로 4타차까지 달아났다. 가장 어렵다는 15번 홀(파3)에서 5m 파퍼트를 집어넣은 리드는 17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어 2타차로 쫓겼지만 18번 홀(파5) 버디로 쐐기를 박았다.

1타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신인 제니퍼 컵초(미국)는 3타를 줄인 끝에 2위(17언더파 267타)에 만족해야 했다. 컵초와 함께 1타차 공동 2위였던 미국교포 제니퍼 송(한국 이름 송민영)은 2언더파 69타를 쳐 3위(16언더파 268타)에 올랐다.

제이슨 코크랙(미국)은 지난달 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더 CJ컵(총상금 975만달러) 대회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33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관록의 루키’ 리드 첫 LPGA 우승
제이슨 코크랙 233번째 도전 끝에…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몰아쳐 8언더파 64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의 성적을 낸 코크랙은 18언더파 270타의 잰더 쇼플리(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75만5000달러(약 20억원)다.

2012년 PGA 투어에 입문한 코크랙은 이 대회 전까지 232개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준우승 세 번이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233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우승의 숙원을 풀었다.

PGA 투어 멤버 자격을 갖춘 2012년부터 따져서는 8년간 231번째 도전이었다. 2012년부터 PGA 투어에서 우승 없이 가장 많은 대회에 출전한 사례는 데이비드 헌(캐나다)이 231개 대회, 코크랙과 캐머런 트링갈리(미국)가 나란히 230개 대회 순이었다.


그는 PGA 투어 데뷔 이전인 2007년과 2011년에도 한 차례씩 대회에 나왔다. 2부 투어에서는 2011년에 두 번 정상에 오른 경력이 있다.

코크랙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쇼플리가 16번 홀(파5)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바람에 1타를 잃어 단독 1위가 됐고,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2타 차로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한편 티럴 해턴(잉글랜드)과 러셀 헨리(미국)가 나란히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2017년과 지난해 우승자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8언더파 280타를 쳐 공동 12위, 2018년에 우승한 브룩스 켑카(미국)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8위에 올랐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6언더파 282타를 쳐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로는 김시우가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의 기록으로 공동 17위에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안병훈이 3언더파 285타로 공동 42위, 임성재는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5위에 랭크됐다.

2017년 창설된 국내 유일의 PGA 투어 대회인 더 CJ컵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제주도에서 열렸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으로 개최 장소를 옮겼다. 2021년 10월로 예정된 다음 대회는 경기도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앨리 맥도널드(미국)는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그린즈버러의 그레이트 워터스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레이놀즈 레이크 오코니(총상금 130만달러) 대회에서 데뷔 5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맥도널드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맥도널드, 데뷔 5년 만에 승전보
이소미, 휴엔케어 생애 첫 우승

2016년 LPGA 투어에 입문해 지난 4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올해도 톱10 한번 없이 상금랭킹 36위에 머물렀던 맥도널드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맥도널드는 수준급 장타력에 그린 적중률 10위(72.5%)에 오를 만큼 샷은 좋지만, 투어 120위(30.78개)에 그친 퍼트 때문에 애를 태웠다. 그린 적중 때 평균 퍼트 역시 72위(1.8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맥도널드의 그린 플레이는 전과 달랐다. 1라운드 30개에서 2라운드 28개, 그리고 3라운드에서는 25개의 퍼트로 그린에서 펄펄 날았다. 뜨거운 퍼트 덕에 난생처음 3라운드 선두에 오른 맥도널드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견고한 퍼트로 대니엘 강의 맹추격을 따돌렸다.

맥도널드는 10∼12번 홀에서 3연속 버디로 4타차 선두를 달리는 등 낙승이 예상됐지만, 통산 5승에 올해 2차례나 우승한 세계랭킹 5위 대니엘 강(한국 이름 강효림)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대니엘 강이 4m 버디 퍼트를 넣은 13번 홀(파4)에서 맥도널드는 2m 파퍼트를 놓치면서 추격의 빌미를 내줬다. 대니엘 강은 14번 홀(파3)에서 5m 버디 퍼트에 성공해 1타차로 좁혀왔다.

대니엘 강이 15번 홀(파4) 그린을 놓친 뒤 1.5m 파퍼트를 넣지 못해 한숨을 돌린 맥도널드는 16번 홀(파4)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3타차로 달아나 우승 굳히기에 들어갔다. 맥도널드는 17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18번 홀(파5)을 편하게 파로 막아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편 300야드를 날리는 괴력의 장타 신인 비앙카 파그단가난(필리핀)은 2타를 줄여 3위(14언더파 274타)를 차지했다. 최운정은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20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이소미가 반란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이소미는 지난달 25일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 영암 컨트리클럽 카일 필립스 코스(파72·642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휴엔케어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이소미는 단독 선두였던 최혜진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로 3라운드를 출발했지만, 최혜진이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공격적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정상의 자리를 꿰찼다. 이소미는 3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고 8번 홀(파5)과 9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12번 홀(파4) 버디를 13번 홀(파4) 보기로 맞바꿨지만, 14번 홀(파3) 버디로 다시 만회했다. 18번 홀(파4)에서는 버디 퍼트를 놓친 뒤 반드시 파 퍼트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김보아가 1타 차로 추격하고 있어 보기를 적어내면 연장전으로 끌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소미는 강풍 속에서도 침착하게 파 퍼트를 넣으며 생애 첫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이 대회는 4라운드 72홀 대회지만, 지난 23일 대회가 강풍으로 취소된 바람에 3라운드 54홀 대회로 축소됐다. 지난 9월 같은 코스에서 열린 팬텀 클래식에서 1·2라운드 선두를 달리다가 막판 부진으로 우승을 놓쳤으나, 한 달 뒤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설욕 씻기에 성공했다. 

기다림 끝에…


2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던 최혜진은 이날 이븐파 72타에 그쳐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이다연, 유해란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최혜진은 1·2라운드 선두를 달려 시즌 첫 승, 통산 8호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마지막 날 선두 유지에 실패했다. 최혜진은 지난해 5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대상, 평균 타수 1위, 다승왕을 휩쓸었지만, 올해는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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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