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트럼프 잡은 조 바이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1.09 19:04:54
  • 호수 12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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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트럼프 시대가 막을 내렸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선거에 당선됐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역임했던 바이든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를 누르고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탄생했다. 바이든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흑인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경선에서도 바이든은 흑인 유권자 덕분에 구사일생한 적이 있다.

바이든 승리의 일등공신은 ‘히든 바이든’ 지지들이다. 이들의 뒷심이 개표 종반에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히든 바이든이란 우편투표 또는 개표 시간 지연 등으로 막판까지 표심이 드러나지 않은 채 숨어있던 바이든 지지층을 말한다.

‘히든 바이든’
역전 드라마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난 바이든은 장남이었다. 집안은 아일랜드 계통이며 종교는 가톨릭이었다. 아버지 조지프 바이든 시니어와 어머니 캐서린 바이든 사이에서 출생했다. 그의 증조부는 도시공학자로서 부를 쌓아 펜실베이니아 주 상원의원까지 지냈다.

이후에도 부유한 집안이었지만, 바이든 주니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가세가 기울었다. 1950년대에 불황이 오자 고향 펜실베이니아를 떠나 델라웨어 주로 이주해 성장했다. 이후 델라웨어 클레이몬트에 있는 가톨릭계 사립학교인 아키메어 아카데미로 진학했다. 

그는 학교에 다닐 때 미식축구를 즐겼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농성 운동에도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학비를 벌기 위해 유리창 청소를 하고 풀을 뽑아야 했다. 말을 더듬는 습관으로 놀림을 받았지만, 혼자 거울을 보고 시를 암송하며 극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1961년 델라웨어 대학교에 진학했으며 미식축구팀인 델라웨어 파이팅 블루헨즈에서 뛰었다. 전공은 역사학과 정치학으로 성적은 좋지 않았다. 688명 중 506등으로 졸업했다. 학부 전공은 정치학으로, 졸업 후 시라큐스 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했다. 

로스쿨 재학 중에 논문 인용을 날림으로 하다가 표절 시비를 일으키기도 했다. 1966년 로스쿨 재학 중에 네일리어 헌터를 만나 결혼하고 2남1녀를 뒀다. 5차례 입영 연기를 한 후 1968년에 받은 선병검사에서 1-Y 등급을 받고 베트남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천식이었다.

1969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고 권력있는 사람의 편에 서는 것에 자괴감을 느껴 국선변호인 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1970년 11월 뉴캐슬 카운티의 카운티 의회 의원이 됐다. 2년 뒤 민주당원으로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당시 해당 선거구의 상원의원은 정계 은퇴를 고려하던 보그스였다. 그러자 그의 후계를 두고 공화당에 분열이 생겼고 당시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은 한 번만 더 출마하라고 보그스를 설득했다.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2008년 오바마와 한솥밥

당시 갓 서른에 가까웠던 바이든은 보그스를 이겼고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로 어린 상원의원이 됐다. 그러나 그해 12월18일에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러 차를 끌고 나간 가족들이 교차로에서 트레일러에 추돌되는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 네일리어와 장녀인 나오미가 사망한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생활을 하며 1977년에 영어 교사 질 제이콥스와 결혼한다. 두 사람 다 재혼이었다. 계속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며 민주당에서 중진으로 경력을 쌓았는데 1988년에 목 통증이 심해져 월터리드 육군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탓에 그는 사경을 헤맸지만 7개월 만에 재활해 복귀했다.

1988년에는 당시 역대 2번째로 어린 나이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젊은 이미지로 베이비붐 세대의 지지를 받는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지만 영국 노동당 당수인 닐 키녹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결국 경선을 중도 포기했다. 

이후 2008년까지 36년 동안 델라웨어의 연방 상원의원으로 지냈다. 주로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고 특히 코소보 문제에 많이 관여했다. 코소보 문제 당시에 미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공화당 의원인 존 매케인과 결의서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1991년 걸프전에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2003년 조지 워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용인했고, 대신 사담 후세인의 제거에는 반대했다.
 

바이든은 2008년 민주당 공천에 출마했지만 중도 하차하고 오바마 대선 열차에 합류했다. 이후 부통령으로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8년 동안 일했다. 건강보험개혁법, 경기부양책, 금융산업 개혁 등 그가 내세우는 정책 상당 부분이 오바마 시절의 유산이기도 하다.

바이든이 ‘형제’라고 언급하는 오바마와의 친분은 흑인 유권자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어내는 원천이 됐다. 워싱턴 정가의 오랜 내부 인사인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정치 경험이 적었던 오바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사경 헤매다
재활해 복귀

‘중산층 대표주자’로 불렸던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을 선호하지 않는 집단인 블루칼라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투입됐다. 부통령 시절이던 2012년 바이든은 “동성 결혼에 대해 개인적으로 편안하다”고 언급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완전히 동성 결혼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며칠 후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 결혼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연임을 거친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하며 부통령직을 맡았던 시간은 40년 정치 인생의 정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 워커 부시 행정부 시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거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활동하는 등 워싱턴 정가의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이명박정부 및 박근혜정부 시절 활동했던 정·관계 인사들과 깊은 교류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1차장을 했던 미래통합당 조태용 의원, 이명박정부에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았던 같은 당 박진 의원 등이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권 인사로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조 의원은 1차장 직을 역임하던 시절 현재 바이든 캠프의 외교·안보 분야 선임자문을 맡고 있는 토니 블링컨 당시 오바마 행정부 국무부 부장관의 업무 카운터파트였다. 또 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던 2016~2017년 블링컨 선임자문과 총 5차례 한미 고위급 전략협의를 가지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조 의원은 “블링컨 선임자문과는 문자를 주고받던 사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통역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이든이 외교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박 의원도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위원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을 맡아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다.

18대 국회에서 한미 의원 외교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바이든과 수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정몽준 이사장은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을 이끌며 워싱턴 정·관계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해 인맥이 탄탄하다.

한국인
인맥은?

현 정부·여당 관계자는 보수 정부 10년을 거치며 바이든 측 인사들과 특별한 교류를 한 이력은 없다. 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외통위에서 오래 활약하며 미국 민주당 측 인사들과 잘 아는 편으로 평가된다.

송 의원은 과거 미국 민주당 연찬회에서 바이든을 직접 만나 인사를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문정인 특보도 미국을 활발히 오가며 민주당 측 인사들과 꾸준히 교분을 쌓았다.

바이든은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해 좀 더 관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찰 개혁과 총기 규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조치는 강력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하한 개인과 법인에 대한 세금을 다시 올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해 중산층을 육성하며, 건강보험 확대 등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하려 한다. 바이든은 유색인종과 진보층, 도시 지역과 젊은 층, 이민자,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바이든은 중도·진보 성향의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 대학학자금 면제 등 급진적 진보 공약을 앞세운 샌더스를 제치고 오바마 케어 지지 등 익숙한 정책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결집했다.

일방적 주장과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트럼프에 비해 바이든은 슬픈 가족사를 언급하는 등의 공감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선 슬로건에서 보듯 바이든은 ‘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을 통해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화합을 강조했다.

바이든 홈페이지 첫 화면은 유색인종, 장애인, 성수소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일러스트가 배치하는 등 포용과 화합의 이미지 앞세운다. 경제회복과 실행력, 성과 등을 강조한 트럼프와는 비교된다.

유색인종·장애인 등 화합 강조
2015년 부적절한 스킨십 논란도

바이든은 오바마 정권 8년 동안 부통령을 역임하면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난 6월 바이든은 경찰의 무력 사용 과잉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을 찾아 위로했다. 유색인종 여성을 처음으로 부통령 후보로 지명, 인종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유색인종 지지층을 견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큰 약점도 세 가지가 꼽힌다. 건강, 아들 스캔들, 성추행 등이다. 1946년생인 트럼프보다 4세 많은 바이든(만 77세)은 1988년 두차례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해 잦은 말실수와 기억력 둔화 증세를 보인다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을 ‘졸린 조’라고 칭하며 인지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지난 6월 인터뷰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오고 있다”고 말했지만 7월 인터뷰에서는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는 기업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바이든의 정치적 후광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과 관련,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책을 담당하던 당시 바이든의 아들 헌터는 2014년부터 5년간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 홀딩스 사외이사를 맡았다.

당시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10억달러(1조1265억원) 규모의 미국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며 검찰청장 사임을 요구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이 부리스마 홀딩스의 횡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자, 바이든이 “수사를 막기 위해 정부를 압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아들과 관계없이 부패 청산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들이 우크라이나 동업자와 골프를 친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헌터는 2013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중국 방문 시 BHR(Bohai Harvesr Rst)사모펀드를 세워 중국 국영은행에서 투자를 받았다. 헌터 바이든은 2019년까지 BHR 이사로 재직하면서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했으며 특히 중국 신장웨이우얼 지역 무슬림을 감시하는 모바일 앱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바이든을 ‘친중 인사’라고 비난했다.

부적절한 접촉
망신 당하기도

바이든은 다수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사례로 ‘소름 끼치는 바이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가지고 있다. 2015년 에슈턴 카터 국방부 장관 취임식에서 장관 부인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해서 비난을 받은 바 있으며 같은 해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의 10대 딸에게 부적절한 스킨십을 하다가 저지당한 적도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뜬금없는 바이든 치매설?

바이든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화상 대담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지’로 일컫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내가 출마해서가 아니라 내가 맞서고 있는 인물 때문에, 이번 선거는 가장 중대한 선거”라며 “조지가 4년 더, 조지, 어, 그는(Four more years of George, uh, George, uh, he…)”이라고 말을 더듬었다.

공화당의 스티브 게스트 신속대응국장은 트위터에 해당 부분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을 혼동했다”며 맹공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조 바이든이 어제 나를 조지라고 불렀다”며 “내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말실수할 때마다 ‘치매설’을 점화하려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공격해왔다.

바이든 캠프 측은 바이든 후보가 말실수 한 게 아니라며 방어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이날 질문자로 나선 코미디언 조지 로페스의 이름을 두 차례 부른 것이라는 반박이다.

공화당 측이 교묘하게 영상을 편집해 악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그간 말실수로 자주 구설에 올랐던 건 사실이다.

코로나19 미국 사망자 수치를 2억명이라고 잘못 말하거나, 자신이 대통령 선거가 아닌 상원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하는 식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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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