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있는 섬 ①기점·소악도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순례자의 섬

▲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기점·소악도

신안군에 접어들자 ‘1004섬’이란 표지가 눈에 띈다. 군내 1004개 섬이 있다는 의미다. 섬이 많아 불편하던 지역적 한계를 오히려 매력 요소로 부각한 지역 브랜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천사(天使)와 발음이 같아서 ‘천사의 섬’ ‘섬의 천국’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이런 표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섬이 탄생했다. 최근 순례자의길로 화제를 모은 기점·소악도다.

▲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난 기점·소악도의 순례자의길 표지판

기점·소악도는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전남엔 무려 2200여개의 섬이 흩어져 있는데, 각 섬의 독특한 해양자원을 발굴하는 이 사업에서 기점·소악도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났다.

주민 대다수가 기독교인이고, 이웃한 증도에 한국 기독교 최초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지가 자리한 데서 착안했다.

▲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머물던 숙소

섬티아고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기점·소악도에 머물며 열두 제자를 모티프로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km를 걷는다.

▲ 야고보의집으로 향하는 어린 순례자

대기점도선착장에 자리한 건강의집(베드로)을 시작으로 생각하는집(안드레아), 그리움의집(야고보), 생명평화의집(요한), 행복의집(필립)을 거쳐 소기점도로 넘어가면 감사의집(바르톨로메오)과 인연의집(토마스)이 반겨준다. 소기점도와 소악도 사이에 자리한 기쁨의집(마태오)을 지나 소악도 소원의집(작은야고보)을 보고, 진섬에서 칭찬의집(유다다대오)과 사랑의집(시몬)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딴섬에 홀로 자리한 지혜의집(가롯유다)까지 둘러보면 순례자의길을 완주한 셈이다. 어른 걸음으로 3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스테인드글라스로 다채로운 색감을 빚어내는 바르톨로메오의집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해와 달로 형상화한 안드레아의집, 스테인드글라스로 예배당을 지어 해의 위치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을 빚어내는 바르톨로메오의집, 프로방스풍 오두막에 오래된 목재를 이용해 동서양이 어우러진 작은야고보의집은 건축을 넘어 종교적 의미까지 돌아보게 한다.

▲ 프랑스 남부의 정취를 담은 필립의집

파란 지붕과 하얀 외벽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하는 베드로의집, 붉은 벽돌과 삼나무 등을 활용해 프랑스 남부의 정취를 담은 필립의집, 러시아정교회의 황금빛 양파 모양 지붕이 인상적인 마태오의집처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예배당도 눈길을 끈다.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지만 은화 30냥에 예수를 배반한 가롯유다의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에 지어 순례길의 무게를 더한다.

▲ 밀물이면 사라지는 노두

순례자의길을 걸을 때 유의할 점은 노두다. 섬과 섬을 잇는 노두는 밀물이면 사라지는데, 이때 무리해서 건너면 위험하다. 적어도 3~4시간 뒤 썰물에 건너야 한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기점도와 소악도, 소악도와 진섬이 노두로 연결된다. 섬을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대기점도선착장에 있는 전기자전거 대여소

하루 일정이라면 소악도선착장에서 내려 대기점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다. 노두를 먼저 건너고 예배당이 가장 많은 대기점도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대기점도선착장에 내려 전기자전거를 빌려도 좋다. 예배당 12곳을 차례로 둘러본 뒤 소악도에서 반납하고 여객선에 바로 오를 수 있다.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선정
프랑스·스페인 건축·미술가들 머물러


섬 내 편의 시설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전부다. 물 한 병을 사려고 해도 이곳에 가야 한다. 마실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이왕이면 섬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여유로운 일정을 추천한다.

▲ SNS에서 인기 있는 암태도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

지난해 개통한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면을 잇는다.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에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가 새롭게 주목받는다. 암태도는 SNS에서 인기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가 유명하다. 담벼락에 그린 할머니의 파마머리가 마당에 심은 애기동백나무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앙증맞은 벽화가 인기를 끌자, 그 옆에 할아버지 얼굴도 그렸다. 여행객이 줄 서서 사진 찍는 명소다.

▲ 자은도 둔장해변에 놓인 무한의다리

자은도에는 무한의다리(Ponte Dell’ Infinito)가 있다. 둔장해변에 놓인 이 다리는 무인도인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차례로 연결한다.

천사의 섬 신안답게 총 길이도 1004m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박은선이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함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는 마음을 담아 이름 지었다. 다리의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그 배경이 되는 푸른 하늘과 갯벌, 수많은 생명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퍼플섬 반월·박지도에 만발한 숙근아스타

무한의다리

반월·박지도는 보랏빛 섬으로 변신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보라색 옷을 입은 여행객은 입장료 무료 혜택을 준다. 여름에는 라벤더, 가을엔 숙근아스타가 만발해 보랏빛 낭만을 더한다. 도보나 자전거 통행만 가능하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호텔이 있어 느긋하게 돌아보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기점·소악도 순례자의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길 
둘째 날: 암태도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자은도 무한의다리→퍼플섬 반월·박지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신안군 문화관광 http://tour.shinan.go.kr
- 전남가고싶은섬 www.jndadohae.com
- 기점·소악도 www.기점소악도.com
- 국립해양조사원 스마트 조석예보 www.khoa.go.kr/swtc/main.do
- 반월·박지도 www.반월박지도.com 

문의 전화
- 신안군청 가고싶은섬팀 061)240-8687
- 기점·소악도게스트하우스 061)246-1245 

대중교통
[버스] 서울-목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16회(05:35~다음 날 01:00)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목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5번 일반버스 이용, 삽진산단입구 정류장 하차, 삽진산단건너 정류장에서 신안130번 농어촌버스 환승, 송공항 정류장 하차, 약 1시간30분 소요. 송공여객선터미널에서 기점·소악도행 여객선 하루 4회(06:50~15:30) 운항, 약 1시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 hticket.co.kr,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해진해운 061) 279-4222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8회(05:10~22:2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0~19: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역에서 120m 이동, 차없는거리 정류장에서 신안130번 농어촌버스 이용, 송공항 정류장 하차, 약 1시간10분 소요. 송공여객선터미널에서 기점·소악도행 여객선 하루 4회(06:50~15:30) 운항, 약 1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해진해운 061)279-4222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목포톨게이트→산정교차로에서 신안 방면→신장교차로에서 천사대교·송공리선착장 방면→에서 송공항 방면→송공여객선터미널


숙박 정보
- 기점·소악도게스트하우스: 증도면 소악길, 061)246-1245, www.기점소악도.com 
- 노두길민박: 증도면 기점길, 010-3726 -9929, https://blog.naver.com/54321no 
- 박지마을호텔: 안좌면 박지도길, 061)262-3003, www.반월박지도.com

식당 정보
- 기점·소악도마을식당(낙지비빔밥·김전): 증도면 소악길, 061) 246-1245 
- 반월마을식당(정식·낙지탕탕이): 안좌면 반월도길, 061)275-7019 
- 박지마을식당(낙지연포탕·낙지볶음): 안좌면 박지도길, 061)271-3330

주변 볼거리
저녁노을미술관, 1004뮤지엄파크, 신안 김환기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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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