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록버스터들의 넷플릭스 딜레마

영화, 찍으면 손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의 종착지가 극장이라는 공식은 이제 깨진 듯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장기화되면서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영화계는 넷플릭스나 웨이브(Wavve)와 같은 OTT 서비스에 작품을 넘기고 있다. 일각에선 영화계의 숨통을 틔우는 탈출구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울며 겨자 먹기’식 거래라는 회의적인 주장도 나온다. 
 

▲ 영화 콜 ⓒNEW

지난 2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발발한 후 영화계는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CGV와 롯데,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는 이례적인 영업손실을 겪고 있다.

작년과 달라

지난 9월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98만8684명으로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또 9월 관객 수는 전월 대비 66.2%(585만 명↓)가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 79.7%(1174만 명)가 줄었다.

올해 추석 연휴가 꽤 길었을 뿐 아니라, 국내 여름·겨울 시장과 함께 대목으로 불리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에 가까운 결과다. 

제작사와 배급사는 신작을 내놓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후 개봉한 국내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영화 <반도>(389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소리도 없이> 뿐이다.


<반도>는 OTT 서비스 등 각종 부가 수익을 포함한 수익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2개에 불과하다. <담보>가 약 10만 정도의 관객이 부족한 상황으로, 그나마 가능성이 큰 편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공포증’이 커진 탓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4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무려 10편이나 5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작년과 너무 큰 격차다. 

이 같은 코로나 사태 속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의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새로운 탈출구가 된 것이 OTT 서비스다.

올해 5월 윤상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취소하고 넷플릭스로 넘어간 첫 사례가 된 이후 최근 들어 영화 <콜>은 넷플릭스 행을 결정지었으며, <승리호> <원더랜드> <낙원의 밤>도 고심 중이다. 

가장 먼저 넷플릭스로 항로를 옮긴 영화는 이충현 감독의 신작 <콜>이다. 이 영화는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박신혜,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단편영화 <몸값>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 상을 휩쓴 이충현 감독의 데뷔작인 <콜>은 영화계 안팎에서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 배급사 NEW를 비롯해 배우 대다수가 자신감이 넘쳤으며, 올해 흥행이 유망한 작품 중 하나였다. 
 

▲ 영화 승리호 ⓒ메리크리스마스

지난 3월 개봉을 예정했으나, 코로나19가 점점 심해짐에 따라 개봉을 연기하다 결국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NEW 관계자는 “수작으로 여기는 <콜>이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고민하며 선택한 방안”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공을 들인 영화를 내놓을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극장 공포증, 충격적인 영업손실
<콜> <승리호> <원더랜드> 줄줄이 개봉 논의

2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승리호>도 넷플릭스 행을 논의 중이다. <늑대인간> <탐정 홍길동>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SF장르물인데다가 배우 송중기와 김태리, 유해진 등 내로라 하는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이다. 

올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승리호>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겨울방학을 낀 12월로 개봉 시기를 옮겼다가, 끝내 넷플릭스 행을 고심하고 있는 것.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면, 텐트폴 영화로는 OTT 플랫폼과 손을 잡은 첫 사례가 된다. 

김태용 감독이 <만추>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원더랜드>도 넷플릭스 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지와 박보검, 공유와 탕웨이, 정유미와 최우식 등 젊은 층에서 인기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감을 높인 작품이다.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도 갈림길에 서 있다. 전작이 큰 관심을 받은 박 감독의 신작 역시 영화계 안팎에서 소위 ‘잘 빠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의 관심작들이 넷플릭스로 향하는 배경에 대해 영화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제작자들이 제작비라도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한다. 
 

▲ ▲ 영화 &lt;낙원의밤&gt; ⓒNEW

넷플릭스 행을 택할 경우 제작비와 제작비의 10%, 여기에 일부 부가수익이 추가되는 정도로 전해진다. 겨우 손익분기점을 얼마 넘기는 수준으로 계약하는 셈이다. 수백만 관객이 추가적으로 동원된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거래다. 

어쩔 수 없는 차악의 선택이라는 의견에는 넷플릭스가 일시불이 아닌, 최대 10년까지 분할 지급하는 구조라는 점도 있다. 직접적인 이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한 영화 관계자는 “분할로 지급되는 것이 제작자 입장에서 손해까지는 아니지만,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기까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넷플릭스 행으로 영화산업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영화계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극장에 작품을 올렸을 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기댓값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가 흔들리는 것은 맞지만, 이런 현상으로 한국 영화계 전체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주 소비 플랫폼이 극장에서 OTT로 양분되는 것뿐”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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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