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릴루아카스의 다큐멘터리 ‘지구촌’ ①후쿠오카

인천-후쿠오카 1시간 남짓, 주말에 일본 산책 떠나볼까

<일요시사=조진민 여행작가> 후쿠오카 하카타는 옛날부터 손님을 접대하는 도시로 우리나라와 중국대륙을 향해 열려있는 문 역할을 했으며, 이곳을 오고 간 사람이나 물품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들어와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간 곳이다. 최근 우리나라 메이저 항공사를 비롯하여 저가항공도 모자라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크루즈까지 가세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후쿠오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후쿠오카 여행의 시장은 하카타역 교통센터로부터
두근구근 설렘 ‘에키벤’덕분에 2배로 즐거워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동시에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후쿠오카. 후쿠오카 공항에서 공항선 지하철로 2정거장, 5분이면 도착 하는 곳.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하카타역이다. 하카타역은 신칸센, 열차, 버스로 사가현, 나가사키현, 구마모토현, 오이타현 등 지역이동이 간단하고 편리한 게이트웨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오래된 명물
교통수단 노면전차

이번 여행은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도 난리가 날대로 난 ‘나가사키 짬뽕’은 어떤 맛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한 여행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카타에서 나가사키로 이동하기 위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여행의 설렘을 달래기 위해선 에키벤(역과 도시락의 합성어)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밀조밀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서 정성스레 포장해 놓은 에키벤은 기차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역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감탄하며 제일 맘에 드는 에키벤 하나를 사서 버스승강장으로 향했다. 각 지역의 도착지가 적힌 버스승강장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전광판에도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 버스로 한 사람이 왕복할 때와 여러 사람이 왕복 시 회수승차권으로 교통비를 아낄 수 있으니 승차권 구매 시 고려해 보자.

빌딩 숲을 지나 얼마쯤 달렸을까? 차창 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 낯선 곳에서 즐기는 잠깐의 여유가 나를 또 여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가는 도중 허허 벌판에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는 작은 휴게소도 너무 반갑다. 깜빡 잠들었는데 종착역인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하카타역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나가사키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1910년대 운행하던 전차를 지금까지 운행하고 있는 나가사키의 명물 ‘노면전차’였다. 전차는 1, 3, 4, 5호선 (2호선 제외) 4개의 노선이 나가사키 주요관광지 곳곳을 누빈다. 역 사이 거리가 짧고, 1회 탑승 시 120엔인 것을 감안하면 일일승차권(500엔/1일무제한)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나가사키역 여행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일일승차권은 노선도가 첨부되어 있어 전차 이용 시 편리하다. 전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저렴하게 나가사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가사키는 예로부터 대륙과 일본을 잇는 창구역할을 했던 곳이다. 생활양식, 풍습, 음식, 건물 등에 유럽문화의 자취가 남아 있고, 이것이 일본 전통문화와 잘 어울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의 쇄국정책이 펼쳐졌던 에도시대에도 네덜란드나 중국에게 유일하게 개방되어 있던 항구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을 당한 도시라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이며, 역사유적 등 다양한 볼거리와 맛집이 많아 즐겨 찾게 되는 도시이다.

나가사키의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짬뽕을 꼽을 수 있다. 예로부터 무역항인 나가사키에는 외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 발전하였는데 가난하고 배고픈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은 면요리를 만든 것이 나가사키 짬뽕의 원형이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가장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인 시카이로(四海樓)는 그 유명함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멋진 외관과 건물 2층에 ‘짬뽕박물관’까지 갖추고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나가사키 항구의 전망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가게에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듯 보였다.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과 사라우동 그리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짬뽕은 맵고 칼칼함이 매력이라면, 나가사키 짬뽕맛은 부드러운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약간의 느끼함 정도는 생맥주와 잘 어울리는 궁합으로 여겨졌다.


나가사키 짬뽕 이외에 토루코라이스도 추천하고 싶다. 조금은 생소한 토루코라이스(토루코:터키의 일본발음) 는 스파게티, 라이스, 돈까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킷친세지라는 이 토루코라이스 전문점은 실제 운행하던 전차를 이용하여 전차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나가사키 전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만화방 같은 내부 인테리어가 정겹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만불짜리 야경

어르신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장소이자, 처음 와본 사람들에게는 나가사키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차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에서 토루코라이스도 즐기고 만화책도 보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긴 후에 전차에서 내리면 된다.

해발 333m의 이나사야마공원은 나가사키의 중심부는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운젠다케, 고토, 아마쿠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산 정상까지 로프웨이로 5분, 360도의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원형 전망대에서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태양이 바다를 붉은 노을로 물들이는 석양도 아름답지만, 깜빡거리는 불빛이 마치 보석과 같아 ‘천만불짜리 야경’은 특히 아름답다. 하코다테, 고베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확 트인 전망대에서 나가사키를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을 바라보며 여행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사키 여행은 나가사키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요관광지를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가 빠듯하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만 돌아보기로 하자.

3, 4, 5호선 스와진자마에(諏訪神社前) 하차. 도보 5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일본의 여느 신사와는 다른 분위기의 스와진자(諏訪神社)였다. 중국 절에 와있는 느낌을 주는 이 신사는 아마도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어쩐지 신사에 오면 고요한 분위기 탓인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신사에 오면 꼭 하게 되는 오미쿠지(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제비로 신사나 절의 한편에 매달아 놓은 종이)도 매달아 놓으면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행복해 진다.

1, 4호선 간코도리 하차.
칸코도리는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쇼핑거리이다. 가로, 세로로 길게 뻗은 아케이트 아래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특유의 세련되고 예쁜 인테리어의 옷가게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식점도 많아 내안의 지름신이 강림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5호선 오우라텐슈도시타(大浦天主堂下) 하차.
오우라성당(大浦天主堂) 은 1864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고 정식명칭은 일본26성인순교성당이다. 돌계단을 오르며 성당의 이국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성당으로 서양식 건물로는 유일하게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00년이 넘었는데도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스테인드글라스가 하이라이트이다.

5호선 오우라텐슈도시타(大浦天主堂下) 하차.
오우라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면 그라바공원(グラバ-園) 입구로 이어진다.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가 이곳 미나미야마테 언덕에 저택을 건설한 것은 1863년. 당시 나가사키 거리에는 일본의 새로운 여명을 꿈꾸는 사람들로 열기가 넘쳐흘렀는데 그로부터 10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곳에는 글로버와 그의 가족들이 살았던 당시의 기억들이, 저택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라바 저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양옥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곳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그라바 저택과 더불어 링거 주택, 올트 주택은 국가지정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니 꼭 둘러보길 권한다.


주택 이외에 옛날 미츠비시조선소 승무원들이 머물던 시설인 제2도크 하우스 베란다에서 나가사키 항구와 시내의 풍경을 바라보면, 살며시 낭만이 넘치던 그 시절의 향수에 빠져들게 만든다.

 

[ 여행 Tip ]

나가사키 시내로 들어오기!
나가사키 공항에서 시내까지 리무진 버스로 약 1시간 소요 : 4, 5번 승강장에서 나가사키역행 탑승 (요금 : 편도 800엔)
하카타역에서 기차 JR특급카모메 약 2시간 소요, 버스 약 3시간 소요

[ 나가사키 주요 관광지 ]

평화공원 : 원폭 투하 당시 숨을 거둔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 평화의 샘에서 기념상으로 가는 길 좌우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평화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공원 내 원폭 자료관도 관람할 수 있다.
우라카미 성당 : 1925년 완공당시 가장 큰 성당이었지만 원폭 투하 후 석조기둥만 남아 1959년 현재 위치에 새롭게 건립되었다. 성당 입구에 부서진 돌조각과 깨진 석상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데지마 : 1634년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개항 때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격리시켜 일본인들에게 기독교의 전파를 막기 위하여 만든 작은 인공섬이다. 최근에는 당시 모습의 1/15로 축소해서 데지마 자료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데지마 와프 : 데지마 주변의 재개발로 2000년 4월에 개장한 곳으로, 바다쪽으로 설치한 테라스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나가사키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신치차이나타운 : 대규모 차이나 타운 중 하나로 중국 특유의 흥겨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
메가네바시 : 나가사키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에 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 안경다리라는 뜻으로 두 개의 아치가 물에 비치면 안경모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 기타 참고 ]

·후쿠오카 고속버스 예약 서비스  http://www.rakubus.jp/hangeul/
·나가사키전차 시간표 및 안내   http://www.naga-den.com/kikaku/zikoku/jikoku_kikaku.html
·구라바엔 안내 http://www.glover-garden.jp/foreign/korean.html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 시카이로 http://www.shikairou.com/index.htm
·나가사키 로프웨이 안내  http://www.nagasaki-ropeway.jp/pdf/Korean.pdf
·가이드북 : 2012-2013 여행박사 북큐슈vol.3 가이드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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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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