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릴루아카스의 다큐멘터리 ‘지구촌’ ①후쿠오카

인천-후쿠오카 1시간 남짓, 주말에 일본 산책 떠나볼까

<일요시사=조진민 여행작가> 후쿠오카 하카타는 옛날부터 손님을 접대하는 도시로 우리나라와 중국대륙을 향해 열려있는 문 역할을 했으며, 이곳을 오고 간 사람이나 물품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들어와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간 곳이다. 최근 우리나라 메이저 항공사를 비롯하여 저가항공도 모자라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크루즈까지 가세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후쿠오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후쿠오카 여행의 시장은 하카타역 교통센터로부터
두근구근 설렘 ‘에키벤’덕분에 2배로 즐거워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매력이 동시에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후쿠오카. 후쿠오카 공항에서 공항선 지하철로 2정거장, 5분이면 도착 하는 곳.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하카타역이다. 하카타역은 신칸센, 열차, 버스로 사가현, 나가사키현, 구마모토현, 오이타현 등 지역이동이 간단하고 편리한 게이트웨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오래된 명물
교통수단 노면전차

이번 여행은 “도대체 우리나라에서도 난리가 날대로 난 ‘나가사키 짬뽕’은 어떤 맛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한 여행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카타에서 나가사키로 이동하기 위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여행의 설렘을 달래기 위해선 에키벤(역과 도시락의 합성어)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밀조밀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서 정성스레 포장해 놓은 에키벤은 기차나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역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감탄하며 제일 맘에 드는 에키벤 하나를 사서 버스승강장으로 향했다. 각 지역의 도착지가 적힌 버스승강장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전광판에도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 버스로 한 사람이 왕복할 때와 여러 사람이 왕복 시 회수승차권으로 교통비를 아낄 수 있으니 승차권 구매 시 고려해 보자.

빌딩 숲을 지나 얼마쯤 달렸을까? 차창 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 낯선 곳에서 즐기는 잠깐의 여유가 나를 또 여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가는 도중 허허 벌판에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는 작은 휴게소도 너무 반갑다. 깜빡 잠들었는데 종착역인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하카타역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나가사키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1910년대 운행하던 전차를 지금까지 운행하고 있는 나가사키의 명물 ‘노면전차’였다. 전차는 1, 3, 4, 5호선 (2호선 제외) 4개의 노선이 나가사키 주요관광지 곳곳을 누빈다. 역 사이 거리가 짧고, 1회 탑승 시 120엔인 것을 감안하면 일일승차권(500엔/1일무제한)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나가사키역 여행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일일승차권은 노선도가 첨부되어 있어 전차 이용 시 편리하다. 전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저렴하게 나가사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가사키는 예로부터 대륙과 일본을 잇는 창구역할을 했던 곳이다. 생활양식, 풍습, 음식, 건물 등에 유럽문화의 자취가 남아 있고, 이것이 일본 전통문화와 잘 어울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의 쇄국정책이 펼쳐졌던 에도시대에도 네덜란드나 중국에게 유일하게 개방되어 있던 항구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원폭을 당한 도시라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가장 이국적인 도시이며, 역사유적 등 다양한 볼거리와 맛집이 많아 즐겨 찾게 되는 도시이다.

나가사키의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짬뽕을 꼽을 수 있다. 예로부터 무역항인 나가사키에는 외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 발전하였는데 가난하고 배고픈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은 면요리를 만든 것이 나가사키 짬뽕의 원형이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은 가장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인 시카이로(四海樓)는 그 유명함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멋진 외관과 건물 2층에 ‘짬뽕박물관’까지 갖추고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나가사키 항구의 전망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가게에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듯 보였다.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과 사라우동 그리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짬뽕은 맵고 칼칼함이 매력이라면, 나가사키 짬뽕맛은 부드러운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약간의 느끼함 정도는 생맥주와 잘 어울리는 궁합으로 여겨졌다.


나가사키 짬뽕 이외에 토루코라이스도 추천하고 싶다. 조금은 생소한 토루코라이스(토루코:터키의 일본발음) 는 스파게티, 라이스, 돈까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킷친세지라는 이 토루코라이스 전문점은 실제 운행하던 전차를 이용하여 전차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나가사키 전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만화방 같은 내부 인테리어가 정겹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만불짜리 야경

어르신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장소이자, 처음 와본 사람들에게는 나가사키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차를 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에서 토루코라이스도 즐기고 만화책도 보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긴 후에 전차에서 내리면 된다.

해발 333m의 이나사야마공원은 나가사키의 중심부는 물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운젠다케, 고토, 아마쿠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산 정상까지 로프웨이로 5분, 360도의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원형 전망대에서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태양이 바다를 붉은 노을로 물들이는 석양도 아름답지만, 깜빡거리는 불빛이 마치 보석과 같아 ‘천만불짜리 야경’은 특히 아름답다. 하코다테, 고베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확 트인 전망대에서 나가사키를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을 바라보며 여행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사키 여행은 나가사키역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요관광지를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가 빠듯하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만 돌아보기로 하자.

3, 4, 5호선 스와진자마에(諏訪神社前) 하차. 도보 5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일본의 여느 신사와는 다른 분위기의 스와진자(諏訪神社)였다. 중국 절에 와있는 느낌을 주는 이 신사는 아마도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어쩐지 신사에 오면 고요한 분위기 탓인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신사에 오면 꼭 하게 되는 오미쿠지(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제비로 신사나 절의 한편에 매달아 놓은 종이)도 매달아 놓으면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행복해 진다.

1, 4호선 간코도리 하차.
칸코도리는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쇼핑거리이다. 가로, 세로로 길게 뻗은 아케이트 아래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특유의 세련되고 예쁜 인테리어의 옷가게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이국적인 분위기의 음식점도 많아 내안의 지름신이 강림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5호선 오우라텐슈도시타(大浦天主堂下) 하차.
오우라성당(大浦天主堂) 은 1864년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고 정식명칭은 일본26성인순교성당이다. 돌계단을 오르며 성당의 이국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성당으로 서양식 건물로는 유일하게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00년이 넘었는데도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스테인드글라스가 하이라이트이다.

5호선 오우라텐슈도시타(大浦天主堂下) 하차.
오우라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면 그라바공원(グラバ-園) 입구로 이어진다.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가 이곳 미나미야마테 언덕에 저택을 건설한 것은 1863년. 당시 나가사키 거리에는 일본의 새로운 여명을 꿈꾸는 사람들로 열기가 넘쳐흘렀는데 그로부터 10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곳에는 글로버와 그의 가족들이 살았던 당시의 기억들이, 저택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라바 저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양옥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곳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그라바 저택과 더불어 링거 주택, 올트 주택은 국가지정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니 꼭 둘러보길 권한다.


주택 이외에 옛날 미츠비시조선소 승무원들이 머물던 시설인 제2도크 하우스 베란다에서 나가사키 항구와 시내의 풍경을 바라보면, 살며시 낭만이 넘치던 그 시절의 향수에 빠져들게 만든다.

 

[ 여행 Tip ]

나가사키 시내로 들어오기!
나가사키 공항에서 시내까지 리무진 버스로 약 1시간 소요 : 4, 5번 승강장에서 나가사키역행 탑승 (요금 : 편도 800엔)
하카타역에서 기차 JR특급카모메 약 2시간 소요, 버스 약 3시간 소요

[ 나가사키 주요 관광지 ]

평화공원 : 원폭 투하 당시 숨을 거둔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 평화의 샘에서 기념상으로 가는 길 좌우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평화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공원 내 원폭 자료관도 관람할 수 있다.
우라카미 성당 : 1925년 완공당시 가장 큰 성당이었지만 원폭 투하 후 석조기둥만 남아 1959년 현재 위치에 새롭게 건립되었다. 성당 입구에 부서진 돌조각과 깨진 석상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데지마 : 1634년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개항 때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격리시켜 일본인들에게 기독교의 전파를 막기 위하여 만든 작은 인공섬이다. 최근에는 당시 모습의 1/15로 축소해서 데지마 자료관으로 공개하고 있다.
데지마 와프 : 데지마 주변의 재개발로 2000년 4월에 개장한 곳으로, 바다쪽으로 설치한 테라스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나가사키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신치차이나타운 : 대규모 차이나 타운 중 하나로 중국 특유의 흥겨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
메가네바시 : 나가사키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에 있는 가장 오래된 돌다리. 안경다리라는 뜻으로 두 개의 아치가 물에 비치면 안경모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 기타 참고 ]

·후쿠오카 고속버스 예약 서비스  http://www.rakubus.jp/hangeul/
·나가사키전차 시간표 및 안내   http://www.naga-den.com/kikaku/zikoku/jikoku_kikaku.html
·구라바엔 안내 http://www.glover-garden.jp/foreign/korean.html
·나가사키 짬뽕 전문점 시카이로 http://www.shikairou.com/index.htm
·나가사키 로프웨이 안내  http://www.nagasaki-ropeway.jp/pdf/Korean.pdf
·가이드북 : 2012-2013 여행박사 북큐슈vol.3 가이드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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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