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시니어 예능 전성시대

‘여전히 청춘’ 불타는 중년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한다. 장수한 것을 축복한다는 의미로 환갑잔치를 하던 문화는 옛것이 됐다. 시니어로 분류되는 60세가 넘어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예도 적지 않다. 방송가에서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델이 되고,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소개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 ▲ 김용건-황신혜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

배우 하정우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배우 김용건은 ‘컴퓨터 미인’으로 불린 황신혜와 연애를 시작했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를 통해서다. 황신혜와 커플이 된 후 삶 자체가 신선해졌다며 밝게 웃는다. 

연륜·내공

김용건은 자신보다 17세나 어리고 세련된 황신혜를 시종일관 즐겁게 만드는 유머를 가지고 있다. 1946년생으로, 6·25사변이 발발하기 전에 태어난 그는 75세의 나이에 찾아온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국내 곳곳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간 외로웠던 시절의 아픔을 서로 위로한다.

김용건은 황신혜가 음식을 하느라 땀을 흘리자 선풍기 바람을 쐬게 해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철 들지 말라고 해서, 무거운 거 안 들었다”는 고급진 유머를 구사하기도 한다. 그는 황신혜의 작은 칭찬에도 만개한 미소를 보인다. 


황신혜의 남자 친구가 한 전화에 정색하며 질투심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황신혜가 요구하는 일에 대해 마다하는 법이 없는 점은 1020의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 속 여러 커플 중에서도 평균 나이 65.5세의 김용건 황신혜 커플은 유독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반인 시니어들도 연애를 위해 카메라 앞에 나선다. E채널 <사랑의 재개발>은 멋진 시니어들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이다. 신동엽과 장윤정, 붐이 MC를 맡아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5070을 주축으로 소개팅을 한 첫 프로그램인 <사랑의 재개발>은 연륜이 있는 시니어들의 진솔한 마음이 한껏 드러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 “모든 것을 다 맞출게”라고 애정을 표현하는 60대 남성도 있고, 촬영 도중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며 “저분과 영화관에 가고 싶다”면서 촬영을 마치기도 전에, 데이트 현장으로 떠난 커플도 있다. 

대본과 Q시트가 존재하지만, 미팅 현장은 리얼 그 자체다. 사랑을 쟁취하고자 하는 시니어에게 체면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마치 전쟁처럼 치열하고 아슬아슬하다. 2030 커플보다도 더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을 선보인다. 

연애하고 화보 찍고…인생 2막 조명
새로운 사랑 찾아 밀당 없는 소개팅

리얼리티가 강력한 <사랑의 재개발>은 2040 시청자들로부터 특히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영상 클립도 조회 수 10만회 이상을 넘기는 등 시니어 프로그램이 콘텐츠 측면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사랑의 재개발>의 한 관계자는 “시니어들은 사랑에 있어서 ‘밀당’이 없다. 오로지 직진뿐이다. 돌발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할 정도로, 사랑에 적극적이다. ‘사랑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게 캐치프레이즈였는데, 촬영하면서 그 말의 뜻을 직접 체험했다”고 말했다. 

KBS2 <같이 삽시다>는 배우 박원숙을 중심으로 한 방송인의 여행 예능이다. 박원숙과 김영란, 문숙, 혜은이가 출연해 중장년 스타의 리얼한 동거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균 나이 68세에 맞게 연륜에서 뿜어 나오는 시원한 입담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중장년 세대 앞에 놓인 현실과 이들의 솔직한 노후 고민, 그리고 상처를 위로해 주는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울림을 동시에 주고 있다.
 

사랑과 연애, 여행뿐 아니라 꿈을 좇는 시니어를 담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MBN <오래살고볼일: 어쩌다 모델>(이하 <어쩌다 모델>)이다. 런웨이에 서고 싶은 50세 이상 중년들의 모델 도전기를 담는다.

무려 2089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54명만이 예선을 통과했다. 단순히 시니어 비주얼 스타를 뽑는 게 아니라, 시니어 아이콘으로 활동할 ‘멋진 어른’을 찾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륜과 내공이 인터뷰 중에 발견된다. 제작진에 따르면 각양각색 사연을 가진 시니어들이 젊은 세대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몸매를 과시해, 패션업계와 광고계에서 이미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시니어 예능이 등장함으로써 국내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화합의 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멋진 어른

<어쩌다 모델> 박선혜 PD는 “꿈을 좇는 멋진 어른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 출연하신 분들 중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신 분들이 정말 많다. 네 명의 MC들은 물론 최근 출연한 인플루언서 역시 시니어의 삶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큰 만족을 보였다. 공공연히 나이 많은 분들을 비하하는 심리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갈등을 봉합하는 촉매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니어 예능의 한계?

시니어를 향한 관심이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니어 예능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렌디한 구조 안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출연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니어 예능 프로그램 관련 댓글을 살펴보면 50대 초반의 출연자에게는 관대한 댓글이 달리는 반면, 60대 이상으로 나이가 넘어가는 출연자들의 프로그램에는 댓글이 보이지 않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니어 예능의 마지노선은 50대 초반으로 보인다. 그 이상 나이의 분들이 실제 모습이 아닌, 꾸며진 환경에서 어린 문화에 녹아드는 모습을 TV 시청자들이 꼭 반기는 것 같지는 않다”며 “젊은 문화를 따라하는 데 그치지 말고 숨은 리얼함을 찾아내는 것이 시니어 예능의 성공 비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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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