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풍’ 경륜 선수 생활고 실상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0.26 11:49:24
  • 호수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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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두고 오토바이 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포츠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바람에 경륜 선수들은 지난 2월 말부터 수입 자체가 없다. 이들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륜 선수였던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려 직업을 바꾸게 됐다. 선수로 활동할 때만 해도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았지만, 훈련은커녕 시합에도 나가지 못해 배달 대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A씨는 불규칙한 수입 탓에 가정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익명을 요구한 한 경륜 선수는 “현재 선수들은 대리기사, 막노동 등의 일을 하다가 사고가 크게 나서 선수생활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자전거밖에 모르던 선수들이 현재 생계유지를 위해 위험한 환경에 많이 노출돼있다”며 “경륜 시합이 있을 때만 해도 매달 700만원을 가져갔지만, 지금은 잘 벌어야 300만원이다. 선수들과 달리 국민체육진흥공단 직원들은 현재 30%만 삭감된 채 연봉의 70%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륜 선수들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고작 시범 경주 2번을 통해 받은 상금 200~300만원 정도와 9개월 무이자 대출 정도였다. 이전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던 경륜 선수들의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출근하던 종사원 600여명도 휴업 상태로 휴업수당을 받고 있어 월급이 줄어들었다. 미화, 경비, 안전요원 등 용역업체 근로자들도 일거리가 줄어들어 교대 근무나 휴업을 하는 실정이다. 


또 경륜·경정장에 입점한 식당과 편의점 등 편익 시설은 물론 예상지, 출주표 업체 등은 경주 중단으로 매출이 전무한 상황인 만큼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인근 식당,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사업을 위한 세수 확보, 고용창출 등 사회적 기여가 큰 합법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행성이란 일부 시선 때문에 경륜 관계자는 물론 이들의 가족들까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한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에 나가 맹위를 떨쳤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도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경륜 경주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불안이 컸다고 털어놨다.

경륜·경정 선수들과 달리 경마 선수들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대회 열리지 않아 수입 제로
배달, 대리기사 등 알바 전전

한국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에서 기수들한테 직접 돈을 주지는 않지만 마주들한테 상금이 돌아간다. 그 상금을 조교사나 기수들한테 분배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 중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경마가 중단된 기간에 마주들에게 200억원 정도 대출을 해줬다. 그 돈을 기수들에게 분배해줬기 때문에 경륜 선수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워낙 기본 연봉이 높은 것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사실 경륜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일반 도로에서 주행 훈련을 하던 경륜 선수가 차에 치여 숨진 사건 이후 한 차례 경륜 선수들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전용 훈련장이 미비해 일반도로에서 목숨을 걸고 주행 훈련을 하는 경륜 선수들의 실상은 충격을 줬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출석해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변화된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태 경륜선수회 회장은 “산재에 준하는 제도를 마련해 경륜 선수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태 경륜 선수노조 위원장은 지난 5월12일 성명서를 공개했다. 해당 성명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우리 경륜 선수들은 무엇인가. 경륜·경정을 통해 우리가 흘린 땀과 피로 매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지만, 우리의 인권은 없었다. 공단이 지배하는 경륜의 역사에서 우리는 선수가 아닌 경주 자전거였고, 사람이 아닌 상품이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 하단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선언한다. 경륜 선수와 공단은 공명지조의 관계다.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죽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를 경륜사업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우리의 인권과 안전과 복지제도를 수립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존권과 자긍심을 찾기 위해 지금부터 더욱더 처절히 투쟁할 것이며, 죽을 각오로 임할 것’라며 성명서를 마무리했다.

노조 인정

한편 지난 21일 경륜 선수들이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30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지 206일 만이다. 경륜선수의 인권침해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노조 설립을 준비해 3월26일 설립총회를 열고 같은 달 30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설립 신고를 했다. 

안양지청은 두 차례에 걸쳐 설립신고서 보완을 요구하며 신고증을 내주지 않았다. 그사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노조가 사무실로 쓰던 공단 건물 내 선수협 사무실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마 금지 언제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경마 산업 종사자들이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장기간 경마가 중단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정책 지원이 없어 실직·폐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해 숨통을 틀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9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마권 발매의 조속한 입법을 요청하고 농식품부 장관 및 한국마사회장을 규탄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일반 고객이 참여하는 경마는 중단하고 있다.

경마를 주관하는 마사회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것은 물론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생계 위협을 겪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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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