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9부 능선 넘은 유명희 산업 통상자원본부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0.26 11:10:27
  • 호수 1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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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모두가 응원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한국인 최초 세계무역기구(WTO) 수장이 나올 수 있을까.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무총장 선거에서 결선에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과거 통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쌓아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1967년 울산에서 태어난 유 본부장은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전부터 통상 분야에 관심을 두고 노력한 결과다. 

여성 1호
협상 전문가

그는 지난 1995년 통상산업부의 여성 통상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발한 ‘정부 공인’ 제1호 여성 통상 협상 전문가다. 1998년 통상 기능이 외교통상부로 이관되면서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자리를 옮겼다. 외교통상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정책과장, FTA 서비스교섭과장, 주중국대사관 1등 서기관과 참사관 등을 거치며 여러 협상에서 중요한 실무자로 참여했다. 

통상 업무가 외교부에서 다시 산업부로 통합 이관된 이후엔 산업부에서 FTA 교섭관 겸 동아시아 FTA 추진기획단장, 통상정책국장, 통상교섭실장 등 통상 현안을 진두지휘했다.

1948년 상공부(현 산업부) 설립 이래 여성 공무원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실장급(1급) 고위 공무원에 오르면서 공직 사회의 ‘유리 천장’을 넘어선 인물로 주목받았다. 2014년 박근혜정부 때는 청와대 홍보수석비서실에서 외신 대변인으로 일한 이력도 있다.


그는 2018년 11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시 그는 “더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남편 리스크’도 제기했다. 그의 남편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정태옥 전 의원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의 사표를 반려하고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전임 김현종 현 국가안보실 2차장의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여권 핵심 인사는 “2017년 민유숙 대법관을 지명할 때도 남편이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인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문 대통령은 민 대법관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당시 청와대는 유 본부장에 대해 “공직생활 초기부터 통상 분야에서 활동해온 최고의 통상 전문가”라며 “굵직한 통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쌓아온 업무 전문성과 실전 경험, 치밀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당면한 통상 분야 현안을 차질 없이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초의 여성 본부장이 된 유 본부장은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문제를 둘러싼 WTO 2심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뒤집으면서 그 능력을 입증해보였다.

여성 최초 실장급 고위공무원 이력
일본 농수산물 2심 승소…능력 입증

무역 분쟁의 최종심 격인 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을 뒤집고 모두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상소기구는 세슘 검사만으로 적정 보호 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수입금지와 기타 핵종 추가 검사를 요구한 조치는 무역 제한이라고 본 1심 패널 판정을 파기하면서 과도한 조치가 아니라고 봤다.

앞서 1심 패널은 한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불합치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SPS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처음이다. 다만 상소기구는 한국 정부가 수입금지 조처와 관련해 일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절차적인 부분만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WTO 상소 기구가 우리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판정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 유명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응 시민 네트워크’ 측은 “국민 안전이 승리했다. 1심 패소라는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노력한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24일 당시 유 본부장은 WTO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당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이 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이다.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과 2012년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했으나 최종 선출에는 실패했다. 차기 사무총장 선출 레이스는 브라질 출신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지난달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선거 초반 구도는 흥미진진하게 짜였다. 입후보자 8명 중 미국·유럽연합·중국·일본·인도 출신은 없다. 세계무역기구 총장 선출 규정에 지역 안배가 ‘고려사항’으로 돼있으나 특정 지역마다 순번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국익에
도움될 것”

외신과 세계무역기구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안팎에서는 사실상 여성 후보 간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은행에서 25년 근무한 이력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헤비급’으로 평가받는 오콘조이웨알라가 먼저 등록을 마쳤고, 이어 유 본부장이 도전장을 낸 뒤에 모하메드가 막판 가세했다. 유 본부장이 모하메드의 출마를 사전에 감지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모하메드는 2015년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 의장을 맡는 등 막강한 ‘국제통상 헤비급’으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모두 특유의 언변과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갖춰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 선거캠프도 ‘여성 후보 3파전’을 선거판 형세로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유 본부장에 대해 명확한 찬반 의사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수출규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의 사무총장 후보를 향해 경계심을 갖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WTO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데 이어, 일본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도전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태세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유 본부장이 도전하는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응과 세계무역기구 개혁 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인지가 중요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일본도 선출 프로세스에 확실히 관여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감 전날 오후까지 유 본부장을 포함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한국인 첫 사무총장 배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일본의 견제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전 세계 외교망을 총동원해 ‘중견국·중재자론’을 앞세워 회원국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출은 164개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 선출까지 통상 6개월이 걸리지만, 현재 사무총장이 8월 말에 사임한다고 밝힌 만큼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다.


일본 언론도 유 본부장의 출마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눈치다.

정부도 
대통령도

<요미우리신문>은 유 본부장에 대해 “한국과 수출관리 강화를 놓고 대립하는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사무총장이 나와 국제적 발언력을 높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도 “한국 출신 사무총장이 탄생할 경우 일본의 통상정책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TO에 제소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문제가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한국과 일본의 기싸움도 치열하다. 세계무역기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원국의 무역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 6일 일본 차례가 됐다. 

40여개 국가·지역 대표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한국 대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원자재 등 수출관리를 강화한 조치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고 일본 방송 NHK가 보도했다. 일본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한 셈이다.

결국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8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최종 결선에서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일대 일 대결을 펼친다.

최종 결선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유 본부장 여성 후보 두 명이 맞붙게 되면서 ‘새로운 여성 리더십’이라는 구호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유 본부장이 결선 무대에 내세울 두 개의 칼날은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우위인 국력이다.

유 본부장은 처음부터 후보 8명 중 유일한 현직 장관이라는 점을 어필해왔다. 특히 WTO가 각종 갈등으로 위기에 봉착해 난관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 무기는 그를 최종 관문으로 끌어올리는 데 빛을 발했다.

WTO는 세계 경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짙어지는 보호무역 색채,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통상 차질과 경기 침체 등 난제에 직면했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분쟁 해결 방식이 지나치게 중국에 친화적이라며 사실상 WTO를 보이콧하고 있다.

이에 유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을 잇달아 순방하며 “다양한 국가와 통상 협상을 타결시킨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현직 통상장관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지닌 본인이 이 같은 WTO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경쟁자인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비록 현직은 아니지만,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세계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인지도가 높다는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인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
나이지리아 후보와 2파전…가능성은?

둘째는 국력이다. 전 세계에 뻗은 한국 인맥과 자원을 총동원해 ‘아프리카 대세론’을 무너뜨린다는 복안이다. 당초 이번 선거는 아프리카에서 아직 한 번도 사무총장이 나온 적이 없어 아프리카 두 후보 간 결선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결선까지 가게 된 유 본부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7월부터 최근까지 스위스,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을 방문해 각국 대사와 주요 인사를 만나 활발한 유세 활동을 벌였다. 
 

물론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 최대 투표권을 보유한 아프리카 대륙이 결선 과정을 거치며 2명의 후보 중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로 자동 단일화가 이뤄져 표가 집중될 수도 있다. 또 한국과 무역분쟁이 얽혀 있는 타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선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이집트 정상과 잇따라 정상 통화를 하고 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진출한 유 본부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이날 오후 5시30분에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통화한 데 이어 오후 6시에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통화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지난 1∼2차 라운드에서 보여준 유 본부장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단합된 지지에 감사하다”며 “차기 사무총장은 WTO를 개혁해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다자무역 체제의 신뢰를 회복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대륙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는 유 본부장이야말로 WTO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최적임자”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베텔 총리와 콘테 총리는 유 본부장의 결선 선거 진출을 축하하면서 뛰어난 역량과 WTO 개혁 비전, 통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유 본부장의 선전을 기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10시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앞서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총력 지원을 약속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부터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호주, 러시아, 독일,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정상과 통화하고 지속해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해왔다. 

일본 경계
지원 총력전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를 표하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베텔 총리와 콘테 총리는 한국의 모범적인 코로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 세사르 기예르모 카스티요 레예스 과테말라 부통령과 통화를 하고 유 본부장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명희 남편 과거 막말 논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남편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과거 막말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태옥 전 의원은 제 20대 국회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해 2014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대구광역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5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자 새누리당 원내부대표에 임명됐다.

같은 해 12월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에서도 유임됐다.

그는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혼하면 부천 가서 살고 망하면 인천 가서 산다”는 발언을 해 부천 및 인천 시민들에게 큰 질타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서울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곳에서 잘 살다가 이혼 한 번 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며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울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지만, 지방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여야 모두에게 큰 비판을 받았으며 이후 정 전 의원은 사과와 함께 자유한국당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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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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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