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폭탄’ 둘러싼 국민의힘 노림수

밑져야 본전 “꿀리면 꿇어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다룰 특별검사 도입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이 아닌 공수처에서 이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정치권에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과 현직 검사들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초대형 폭로로 여야의 공세는 전환됐다.

일파만파
정치권 요동

여권 인사 연루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전 회장의 폭로를 ‘공작수사’ 의혹으로 규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1호 수사대상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로비했다고 폭로한 만큼, 당사자가 아닌 공수처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비위 의혹은 정부여당이 주장해왔던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 그가 정부의 검찰개혁 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론에 환기시켜, 야당에 공수처 출범 협조를 얻어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역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다. 당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에는 추미애 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두루 포진돼있다. 이를 근거로 명확하고 객관적인 규명을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검 지시를 제안했다. 그는 “특검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 사태는 대통령께서 보다 더 관심을 가지시고 반드시 특검을 통해서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지시 내려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김봉현 옥중 폭로…검찰 개혁 부채질
이참에 공수처·특검 동시 추진 전략

김 위원장은 정부 검사와 비정부 검사가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듣는 마당에 검찰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공수처 출범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상 특검 관철을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요구해온 공수처를 큰 틀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특검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했다. 하지만 야당 공수처장 추천위원들이 비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수처 출범까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행 공수처법상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계속해 시간을 끈다면, 민주당이 법안심사소위를 가동해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지연책을 쓰면, 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 출범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현재 야당의 추천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 라임특위 기자회견 갖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여야로 2명씩 나뉜 추천위원 선정 권한을 국회 4명 몫으로 바꿔 사실상 민주당이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개정안이다.

또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해 출구를 마련했다. 유상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부패범죄로 수사대상을 한정했다. 또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도 삭제했다.

헌법적 근거가 없는 공수처 검사에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 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방향에도 모순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범죄 수사 강제이첩권과 재정신청권을 제외했다.

개정안
내용 보니…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필수조항을 삭제한 점을 들어 비판했다. 국민이 원했던 공수처의 기능이 빠져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본연의 역할을 없앤 ‘식물 공수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유 의원의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협업은 물 건너가게 됐다. 애당초 국민의힘은 야권 공조를 통해 민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했다. 정의당은 특검 도입과 공수처 출범을 동시에 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독소조항을 제거한 공수처법으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법 개정을 전제로 한 특검·공수처 동시 처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수처장을 추천하라 했더니 난데없이 출범조차 못한 공수처법에 칼부터 들이대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전반을 수사할 특검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지난 22일 발의된 이 법안에 담긴 특검은 과거 ‘최순실 특검’의 1.5배로 꾸린 ‘메머드급’이다.

법안은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 이내로 특검을 구성하도록 했다. 최순실 특검의 경우 파견 검사는 20명, 파견 공무원은 40명 이내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이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까지 총망라한 범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 굳게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 출입문

또 국민의힘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사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당일에는 기관증인으로 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이 출석한다.

하지만 야당이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의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큰 사안임에도 여론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급락했던 지지율을 최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떨어지면서 양당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제대로 해야
대접 받는다”


지난 22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5.3%, 국민의힘 지지율은 27.3%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3.1%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국민의힘이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에 관한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게다가 김봉현 전 회장이 야권과 검찰에 로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야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특검 제안을 계속해서 거부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민주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시간 끌기용 전술’로 간주하며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 특검을 시행하려면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 176석의 슈퍼여당이 압도적 다수인 상태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시행은 불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원내협상 외에는 특검을 관철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무소속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드루킹 특검 때와는 다른 이 좋은 호기에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야당은 국민의 분노를 대신해야 제대로 된 야당 대접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당력을 총동원해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라임과 옵티머스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주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대여투쟁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맹탕 국정 감사 등 정국마다 여당에 휘둘려 별다른 수를 쓰지 못하고 있다. 이번 특검까지 관철되지 못하면 야당의 투쟁 동력이 급격하게 꺾일 가능성 역시 높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진 원내투쟁을 포기하는 장외투쟁이 많았는데, 원내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안 되면 국민께 직접 호소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며 장외투쟁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정부 레임덕, 이대로 게이트?
초대형 빅딜…민주당 움직일까


당 안팎의 요구에 따라, 김 위원장이 장외투쟁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장외투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갈수록 지도부를 향한 당내 불만들이 악화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대위를 끝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현재의 비대위로서는 더 이상 대안세력, 대안정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끝내고 전당대회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옵티머스 라임 사태 관련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다만 장외투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자충수가 될 공산도 높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 주도로 장외투쟁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또 장외투쟁 국면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장외투쟁을 할 경우 지지기반과 조직력을 갖춘 당내 중진들이 더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 쇄신을 이끌던 비대위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드루킹 특검처럼 전격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 정치인의 연루 의혹도 나온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혹 해소를 지시해 민주당이 마냥 미루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도 지시한 바 있다. 앞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적극 협조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자, 선제적으로 진상규명을 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잡느냐
잡히느냐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게 한두 번이 아닌 데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여론의 역풍도 심상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문정부의 레임덕까지 겹치면서 정부발 악재가 계속해 터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국정감사를 거쳐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면서,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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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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