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불의 향기
허균, 불의 향기
  • 문화부
  • 승인 2020.10.26 09:43
  • 호수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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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 북치는마을 / 1만3500원

이진의 장편소설 〈허균, 불의 향기〉는 재미와 깊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소설은 허균의 처형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당시 허균은, 임진왜란의 혼란을 딛고 개혁군주로 거듭나려던 광해군의 측근으로서 승승장구하던 참이었다. 그는 왜 역적으로 몰려 처형을 당하게 되었을까? 망나니의 칼날이 목줄기를 내리치는 절체절명의 순간, 허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설은 처형 이후 효수된 그의 목이 누군가에 의해 탈취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의 목을 훔쳐 달아난 자, 달아난 그에게서 다시 목을 탈취하려는 허균의 추종자들, 그리고 빼앗긴 죄인의 목을 되찾으려는 관원들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독자들에게 엄청난 스릴과 긴장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허균의 문학사적 위업이나 걸출한 혁명사상이 부각되기보단 그의 핍진한 개인적 삶과 인간적 면모가 중심이 되어 그려진다. 즉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오만과 자부심, 무책임과 두려움 등을 안은 약점투성이의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사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광해군의 며느리가 될 뻔했던 허균의 딸과 허균을 죽인 이이첨의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깝고도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소설 전편에 배경처럼 깔려, 추격전의 긴장감 사이로 깊은 골을 내며 흐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허균은 사실 문학가라기보단 정치가이자 혁명가였다. 당대 밑바닥 계급이었던 서얼들의 사회 진출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재주와 능력이 자유로이 발휘되는 나라를 꿈꾸며 정치개혁에 나섰다 역적으로 몰려 처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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