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 북 피살 공무원 친형 이래진 “동생을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

“분명히 골든타임 존재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연평도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의 본질은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인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과 이에 대한 정부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응이다. 피살당한 공무원 A씨를 살릴 수 있는 6시간의 골든타임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A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 사이 고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모욕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유가족들은 매일 지옥같은 날들을 버티고 있다. <일요시사>는 A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를 만나봤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북한 피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 ⓒ배승환 기자

“지금 상황이 너무 가슴 아프지만 대통령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말씀에 다시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책임 물을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씀과 직접 챙기시겠다는 대통령님의 약속을 믿습니다. 아빠는 잃었지만, 어떤 분이신지 너무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 가족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대통령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약속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골든타임

위 글은 북한군에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서한을 받고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앞서 A씨 아들은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위로했다.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살당한 A씨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1일 오후 1시쯤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던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군은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정황을 입수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11분쯤 이씨의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을 관측했다.

A씨를 살릴 수 있는 6시간의 골든타임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했고, A씨는 ‘비무장’의 상태에서 북한군에 사살됐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의 방대한 해역이 그대로 뚫렸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30시간 이상의 자국민이 해상에서 표류를 했다는 것은 군 경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NLL 남쪽에서 동생의 행적은 찾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해 국민들의 안전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 사고가 생기지 말아야 한다.”

해경, 도박 빚에 자진 월북 판단
“해상 경계 실패 회피용으로 조작”

이후에도 정부는 A씨의 억울한 죽음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씨는 지난 6일 국방부에 정보공개 신청을 했다. 정부는 정보공개의 청구를 받으면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심위의 구성을 핑계로 내달 3일로 판단을 미룬 상태다. 그 사이에 고인을 향한 근거없는 루머와 무차별적인 모욕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유가족들은 지옥같은 날들을 버티고 있다. 국민이 부당한 이유로 희생될 경우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국가의 온당한 의무를 저버린 태도다.

해양경찰은 지난 22일 A씨가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A씨가 실종 직전까지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있었고, 각종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월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의 동료들은 그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입수한 A씨가 ‘무궁화 10호의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 보고서’에는 동료들은 “월북했을 가능성이 낮다”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조류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 없다”는 등 월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술들이 담겼다.

이씨는 해경 발표를 두고 ‘인격 모독에만 열 올린 파렴치한’이라며 ‘추정으로만 쓴 소설’이라고 분노했다.
 

▲ 지난달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친형인 이래진씨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승환 기자

“정부가 군 당국의 해상 경계 작전 실패에 관련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동생을 월북했다고 추정하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해경 발표는 전문가들이 보면 기본적인 상식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실한 수사다. 내가 오죽하면 국감장에서 ‘니들(해경) 중에 누가 똑같은 상황에 빠져서 NLL까지 떠밀려 가보라’고 하겠나. 똑같은 해양 조건에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추정적인 시뮬레이션을 갖고 동생의 월북 정황으로 보지 말아달라. 자기 형제들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렇게 하겠는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초상집에 휘발유를 뿌린 것이다.”

“나도 항해사로 30년간 근무했다. 죽은 동생도 일등 항해사로, 전문가다. 근무할 때 구명조끼 착용은 의무다.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체온이 유지되는 잠수 슈트를 입지, 구명조끼를 입겠나. 구명조끼는 24시간 이상 부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군 당국이 발표한대로 부유물에 의존해 38km를 헤엄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업 중 실족을 했을 것이고, 조류에 의해 NLL을 넘었을 것이다.”

“기본 상식도 없는 부실 수사”
“피격 전 이미 숨졌을 가능성도”

이씨는 북한군에 피격되기 전 A씨가 이미 숨을 거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A씨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을 때는 바다에 표류한 지 24시간이 넘은 시점으로, 인간의 생존 한계를 이미 한참 넘은 상태였다.

북한군에 체포돼 2시간 동안 이끌려 다니면서 이미 익사 또는 심정지 상태가 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총회에서 이 사건을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은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고, 북한에 국제적 의무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이래진씨 ⓒ배승환 기자

“2시간 동안 그대로 끌고 다녔다. 가다가 놓쳤다는 건 동생을 쳐다보지도 않고 끌고 간 것이다. 바다에 한 시간만 빠져 있어도 구역질이 난다. 30시간 이상이면 몸의 기름기가 완전히 다 빠져버린다. 피격 당시 동생은 이미 숨진 상태였을 거다. 북한의 반인륜적인 행위는 정말 끔찍하고 잔인하다. 동생의 시신이나 유골을 조속히 송환을 부탁한다. 제발 민간인을 학살하는 만행은 멈춰달라.”

A씨의 죽음이 한달이 되는 지난 21일 이씨는 동생을 위한 선상 위령제를 지냈다. A씨는 A씨는 슬하에 1남1녀를 둔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첫째 아들은 국회의원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모범생이었고, 둘째 딸은 8살의 귀여운 막내였다. A씨는 본인의 SNS에 꾸준히 막내딸 사진을 올리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이곤 했다.

여론전?


“막내는 아빠가 해외에 출장 나간 줄 안다. 첫째 아들은 심적 고통이 심한 상태지만, 대견스럽게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빠를 하루 아침에 잃은 것도 서러운데, 정부는 동생을 월북자로 몰면서 가족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동생은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더 이상 동생에 대한 ‘명예살인’을 하지 말고 예우를 다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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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