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꼈네 베꼈어” 미투 메뉴 흑역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0.19 15:53:50
  • 호수 1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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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하면 우후죽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내서 특정 음식 메뉴가 유행하면 비슷한 상품들이 우후죽순 생긴다. 대만 카스텔라, 치즈 핫도그, 흑당 밀크티 등이 그 예다. 이름과 레시피를 교묘하게 바꾼 뒤 비슷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건 다반사다. 미투 메뉴는 식품업계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 ⓒSBS <골목식당>

지난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맹점 모집에 열을 올리던 프랜차이즈 업체 ‘덮죽덮죽’이 신규 가맹점포 모집을 중단했다.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는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사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철수

덮죽덮죽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경북 포항편에 출연해 화제가 된 ‘신촌’s 덮죽’ 메뉴를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브랜드가 백 대표에게 호평을 받은 메뉴와 다를 바 없는 메뉴를 내세워 프랜차이즈 가맹계약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포항 덮죽집 사장은 자신의 SNS에 “뺏어가지 말아달라”는 호소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백 대표 측이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전하자 덮죽덮죽이 전격 사업을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메뉴 및 브랜드 표절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어느 한 업체가 이슈가 된다 싶으면 다른 업체가 우르르 비슷한 사업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덮죽덮죽 논란이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다.

또 파리바게뜨서 출시한 빵이 문제가 되자 진열대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이달 파리바게뜨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요 감소에 시달리는 감자 농가와 상생한다는 취지서 감자빵을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자신의 부친이 강원도 춘천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이 이 빵이 아버지 가게의 제품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은 SNS를 통해 “파리바게뜨가 만든 감자빵은 외관으로 보나 캐릭터의 모양으로 보나 우리 감자빵과 너무나 흡사하다”며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신다면 판매를 멈추고 소상공인과 상생해달라”고 호소했다.

유명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리바게뜨는 춘천의 작은 빵집과의 상생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냐”는 비판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모 계열사 SPC는 감자빵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

디자인·레시피 등 표절 논란
식품업계 “오래된 일” 지적

오스카 수상작인 영화 <기생충>을 통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짜파구리’는 지난 4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짜파구리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이색 요리법이 미국, 일본 등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자 정식 출시한 상품이다. 


하지만 짜파구리가 출시보다 먼저 나온 혼합 버전 라면이 있었다. 바로 오뚜기의 ‘진짬뽕’과 ‘진짜장’을 결합한 ‘진진짜라’다. 이 제품은 <기생충>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자 비슷한 콘셉트로 3월 시장에 선보였다. 

소비자의 눈속임을 하는 아이스크림도 나타났다. 멜론을 연상시키는 연두색 포장지, 멜론 사진, 고딕 계열 글씨체까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헷갈릴 수 있는 두 아이스크림이 있다. 빙그레 ‘메로나’와 롯데푸드의 ‘메로메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서 이 두 아이스크림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진열대에는 메로나와 메로메로가 나란히 진열돼있어 얼핏 보면 구분하기가 어렵다. 비슷한 디자인을 두고 누리꾼들은 ‘명백한 표절 아닌가?’ ‘장르의 유사성으로 봐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 간편식 국밥

CJ제일제당과 동원F&B가 상온 HMR 시장서 디자인 도용과 관련해 또 다시 맞붙었다. 지난해 파우치죽 디자인에 이어 올해는 국·탕·찌개류 HMR 제품을 두고 갈등 양상을 보인다.

동원F&B는 “자사 고유의 브랜드 DNA를 계승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비슷한 디자인에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가정간편식 제품을 두고 표절 논란이 벌어졌다. 동원F&B가 출시한 ‘양반’ HMR 제품 14종이 디자인 모방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HMR 시장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와 유사하다는 것.

두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모두 제품 상단 패키지를 음식 사진으로 채웠다. 사진 배열 방식도 왼쪽에 치우치게 두는 방법을 동일하게 택했다. 하단 30%가량의 아이보리 색 바탕에는 제품명을 넣었다. 나머지 붉은색 바탕 위에는 조리 방법을 소개했다.

소비자 눈속임 음식
장르의 유사성이다?

동원F&B 측은 비비고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서 “출처를 나타내는 식품 표시뿐만 아니라 상세한 내용물, 글씨체 등이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며 “출시 전 변리사무소 등을 통해 법적으로 검토했으며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경쟁사가 제품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보다는 트집잡기만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서도 경쟁이 치열한 건 마찬가지다. ‘과일소주’로 불리는 과일리큐르도 미투 상품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롯데주류가 출시한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이 인기를 끌자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이 뒤이어 출시됐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놀랍지도 않은 게 여기는 선점해서 빨리 빼먹고 빠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 오랫동안 규칙처럼 이어졌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니 안 하면 바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첨단 기술이 쓰이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나 메뉴는 척 보면 안다”며 “유통이 제일 중요한데 어디서 물건을 떼다 쓰는지만 알아내면 비슷하거나 더 나은 업체를 차리는 건 일도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맥주 시장에선 오히려 미투 제품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가 2017년 처음 내놓은 발포주 ‘필라이트’는 ‘12캔에 1만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출시 1년10개월 만인 지난달 5억캔 판매를 돌파하며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상생?

그러자 오비맥주도 2월 ‘필굿’을 출시하면서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필굿은 이름과 디자인·마케팅까지 필라이트를 따라 하며 전형적인 미투 제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수입맥주의 거센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서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참전이 발포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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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