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산악 사고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0.19 10:52:52
  • 호수 1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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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갔다가 ‘삐뽀삐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을철 등산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 그렇다고 준비 없이 등산하려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무심코 산에 올랐다가 참변을 당한 사례를 알아봤다. 
 

▲ 등산객 추락 구조작업 벌이는 대원들

등산은 유산소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기나 수영보다도 시간당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 다이어트에 좋은 운동으로 손꼽힌다. 등산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사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2분경 전북 진안군 상전면 내송마을 인근 야산서 70대 노인이 숨져있는 것을 수색대가 발견했다. 노인은 추석 당일인 지난 1일 오전 8시경 진안군 상전면의 한 야산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가 실종됐다.

산으로∼

그는 실종 직전 119에 전화를 걸어 “산에 왔는데 가슴이 아프다”며 체력 저하와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 당국은 수색견 등을 동원해 인근 야산을 수색한 끝에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에게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에도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북 무주의 한 야산서 80대 등산객이 미끄러지면서 중상을 입어 헬기로 구조했다. 당일 오전 8시50분경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 지장산 해발 400m 인근서 80대 노인이 산 비탈길로 굴러떨어졌다.

이 사고로 온몸에 골절이 생긴 노인은 소방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신고자였던 사람은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려 확인한 뒤 신고했다. 신고자는 “노인이 등산로를 벗어난 산 비탈길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산을 오르던 노인의 부주의로 발이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에도 강원도 설악산서 등산하던 60대 노인이 돌 위에서 미끄러져 산악구조대가 출동했다. 이날 오전 10시33분경 속초리 설악동 흔들바위 정상에 올라간 노인은 돌 위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 해당 노인은 산악구조대에 의해 5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전북소방본부는 최근 5년(2015∼2019)간 도내서 모두 2502건의 산행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5년 531건, 2016년 478건, 2017년 513건, 2018년 465건, 2019년 515건 등으로 산행 사고가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기별로 보면 단풍 구경이나 버섯 채취 등 등산객이 많은 가을이 840건으로 가장 잦았다. 이어 여름(586건), 봄(573건), 겨울(503건) 순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길을 잃는 등 조난사고가 5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실족이나 추락 487건, 심장병 등 개인질환 269건이 뒤를 이었다.

실종된 노인 숨진 채 발견
가을만 되면 낙상 늘어나


산악사고 유형별로는 실족 추락이 가장 많은 1136건을 차지했고 일반 조난 584건, 개인질환 31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본부는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다면 산행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할 물품을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고 장소별로는 북한산이 1032건으로 가장 많고 관악산 618건, 도봉산 406건, 수락산 131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835명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563명, 40대가 429명, 20대가 300명, 70대가 256명, 30대가 214명 등의 순이었다. 51세부터 70세까지가 전체 구조 인원의 49.5%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 붉게 물든 지리산

홍영근 전북 소방본부장은 “버섯 채취는 등산로가 아닌 험준한 지형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2명 이상이 함께 활동해야 한다. 깊은 산속에서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가족 등 지인에게 사전에 행선지를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출발 전 등산로를 미리 파악하고 통신장비 등 기본 등산 장비를 휴대하며 음주 산행을 삼가야 한다.

산행은 아침 일찍 시작하고 해지기 한두 시간 전에 마쳐야 한다. 또 실족 추락 사고는 대부분 하산 과정서 발생하기 때문에 하산할 때 집중력을 발휘해야 실족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부득이 낙뢰를 만나면 우선 물이 없는 저지대로 몸을 피하도록 해야 하며 등산용 스틱이나 우산 같은 물건을 몸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배낭을 깔고 웅크리고 앉는 것이 좋으며 젖은 땅에 엎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등산로가 아닌 곳은 출입하지 말고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빨리 되돌아가야 한다. 길을 잃었을 경우에는 계곡을 피하고 능선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또 산행 시 모르는 열매나 버섯은 절대 섭취하면 안 된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집 주변의 작은 산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산행을 할 때는 반드시 등산화를 착용하고 휴대전화나 응급처치용 밴드 등을 휴대한 배낭을 메고 산행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올해 국내 산림의 가을 단풍 절정을 예측한 지도를 발표했다. 

등산화 필수

이번에 예측한 지역에는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주요 산 19개가 포함됐다. 올해 단풍은 지리산, 소백산, 설악산서 가장 빠르게 절정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전남 상황봉(완도)은 예측된 지역 중에서 가장 늦게 단풍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을철 진드시 주의보

최근 방역당국이 가을철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농작물 수확이나 등산, 캠핑 등으로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가을철에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은 진드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가을철 전염병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5년간 전국의 SFTS 발생을 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의 45% 이상이 9~10에월 집중됐다.

SFTS는 2009년 중국서 처음 발생이 보고된 신종 감염병으로, SFTS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참진드기, 특히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질환이다.

드물게는 환자의 체액과 혈액에 노출되는 과정서 2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36명의 환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2016년 165명, 2019년 223명으로 해마다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SFTS 바이러스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는 대략 1~2주 정도다.

38~40도의 고열이 3~10일간 지속되며 근육통, 설사, 식욕부진, 오심,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치사율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40%까지 보고되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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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