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치른 ‘김종인 비대위’ 내홍 막전막후

‘불안한 동거’ 하는 일마다 브레이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이 내년 재보궐선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경선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점을 파고드는 당내 변수들이 생기면서, 비대위 순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 생각에 잠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당 체질 개선에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김 위원장의 강점과 한계점은 뚜렷한 편이다. 관록이 두터운 정치가이자 경제 전문가인 그는 탁월한 이슈 메이킹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다소 독단적인 리더십을 가졌고, 원외 인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비대위 역할
다시 시험대

최근 그의 약점을 파고드는 당내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당 지도부들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위한 경선준비위원회(이하 경준위)를 띄웠다. 조기 출범으로 일찌감치 선거를 흥행시키자는 의도였지만, 발족 과정서 인사를 둘러싼 잡음들이 터져나오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분위기다.

지도부의 계획대로라면,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당의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끄는 것으로 내정됐다. 유 전 부총리는 박근혜정부 국토교통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친박’색이 짙은 편은 아니지만, 박근혜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당 개혁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비대위 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김 위원장은 유 전 부총리 내정을 사흘 만에 철회하고, 후임으로 김상훈 의원(대구서구)에게 경준위원장직을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인선에 대한 권한을 김선동 사무총장에게 위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총리의 내정설로 파문이 일자 빠르게 인사를 교체했다. 김 의원은 당내 주류로 꼽히는 TK(대구·경북) 의원으로, 비교적 계파색이 옅어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인사 단행으로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준위원장과 같은 요직을 두고 당 지도부와의 어떤 소통도 없이 번복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준위 총괄을 맡았던 김선동 전 사무총장을 향해 ‘무슨 일을 이런식으로 하느냐’고 강하게 불만은 표출하기도 했다.

창준위 조기 출범…선거 분위기 띄워
선수가 심판으로? 미리 치른 ‘홍역’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역시 “모든 정치 일정과 인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비대위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외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향해 “‘마이너스의 손’을 휘두르고 있다”며 당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갈등설이 떠오르자, 당 지도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진화에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언론서 갈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며 갈등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준위는 내년 재보궐선거의 후보 선출 방법, 경선 규칙 등에 대해 재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다만 예상보다 경준위의 역할이 막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준위에 되도록이면 오는 11월 중순까지 활동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 ⓒ고성준 기자

조기 경준위 출범으로 당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서울시장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당연직’으로 경준위에 합류하게 되면서다. 선수가 ‘심판’이 되어 룰을 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당내 반발이 제기됐다.

정원석 비대위원은 “공정성 확보 차원서 경선준비위 소속 전원은 서울·부산시장 출마 포기 각서에 서명하고 진정성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옳다”는 소신을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가 점쳐지는 인사들이 경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은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잔류한 경준위원이 차후 재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에는 내홍이 다시 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준위의 출범으로 그동안 잠잠했던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내년 재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일부 후보들이 본의 아니게 때 이른 ‘커밍아웃’을 하게 된 셈이다.

불안불안∼
뇌관 터지나

지난 13일에는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경준위를 사퇴한 데 이어, 다음날인 14일에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이 경준위에 사의를 표했다. 지 원장은 경준위 첫 회의서 “재보선 승리를 위한 전략을 만드는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경선 위원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의 의견을 밝혔다.

또 김 전 총장은 한 달 전쯤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재보궐선거 경선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 도봉을서 18대·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본인 스스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김 전 총장이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가 ‘주자’로 뛸 준비를 하면서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이 평소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오신환 전 의원도 경준위원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

오 전 의원은 “경선준비위원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했다. 상황이 언제 변할지 모르는데 시작부터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년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후에 따로 꾸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위원장도 경준위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당내 불만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몰라, 한 달 남은 경준위의 순항은 미지수로 남은 상태다.


이번 잡음은 김종인 비대위에 선명한 상처를 남기면서, 리더십을 다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여러 차례 한계에 부딪히면서 비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잡음 없다?
뒤숭숭∼

지난달 당 상징색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새 당명에 걸맞은 상징색을 빨간색을 주축으로 3가지 색을 추가해 혼용하는 데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파랑색과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강색, 정의당의 노랑색을 모두 합친 색이었다.

정치 이념으로부터 벗어나 당의 확장성을 넓히기 위한 김 의원장의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기존의 분홍색을 유지하자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발표를 수차례 미룬 끝에 노란색을 빼고 하얀색을 넣는 절충안이 확정했다.

이 외에도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로도 당내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전에 원 구성 협상 과정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자,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했다. 김 위원장이 ‘알짜 상임위’ 7개를 주겠다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면서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야당의 현실은 냉혹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자 야당은 국감장에 설 증인과 참고인 채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진 의원들 사이서 국감 이후 원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협상으로 민주당과 먼저 상임위원장직을 ‘11대7’로 재배분 하자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제기된 의견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러다가는 비대위를 더 끌고 가지 못할 수도 있다”며 강한 배수진을 쳤다. 그는 당이 총선 참패에도 여전히 ‘기득권 문화’에 젖어있음을 지적했다.

한 개의 상임위원장직도 갖지 않기로 했으면 최소한 전반기 국회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사사건건 당내 반발 시끌
김의 리더십 한계 지적도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배수진은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처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그의 불만도 반영된 것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거래 3법을 두고 주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의견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정부와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법안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진보진영에서 제기돼온 법안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내 중진의원들은 지금까지 지켜왔던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을 향한 싸늘한 민심 역시 비대위를 흔드는 요인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힌 채 좀처럼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 출범 초반에는 김 위원장을 반대하는 이들도 당 지지율이 점점 더 올라 지켜보는 눈치였다.

하지만 최근 여당발 악재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세를 타면서 김 위원장을 지지했던 이들도 이탈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의 중도하차설도 흘러나온다. 다만 지도부에선 이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재보궐선거 때까지 비대위를 맡는 조건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 역시 “당내 갈등이나 어떤 문제로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마지막 희망
이대로면?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를 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여당발 대형악재에도 큰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내년 선거는 2022 대선을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선거다.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내년 재보궐선거의 결과로 성패가 나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의 당 쇄신이 실패하면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 꿈은 물 건너갈 공산이 높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새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새 사무총장에 정양석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서울의 대표적 험지인 강북구 갑에서 18대, 20대 의원을 지냈다.

지난 4월 21대 총선서 낙선한 뒤 총선백서 집필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 서울시당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 전 의원은 전남 보성서 태어나 광주 살레시오고와 전남대를 졸업한 뒤 84년 민정당 공채로 정치에 뛰어들어 주요 당직을 거쳤다.

김 위원장은 전임자인 김선동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4일 오전 국회로 정 전 의원을 불러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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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