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치른 ‘김종인 비대위’ 내홍 막전막후

‘불안한 동거’ 하는 일마다 브레이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이 내년 재보궐선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경선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점을 파고드는 당내 변수들이 생기면서, 비대위 순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 생각에 잠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당 체질 개선에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김 위원장의 강점과 한계점은 뚜렷한 편이다. 관록이 두터운 정치가이자 경제 전문가인 그는 탁월한 이슈 메이킹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다소 독단적인 리더십을 가졌고, 원외 인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비대위 역할
다시 시험대

최근 그의 약점을 파고드는 당내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당 지도부들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위한 경선준비위원회(이하 경준위)를 띄웠다. 조기 출범으로 일찌감치 선거를 흥행시키자는 의도였지만, 발족 과정서 인사를 둘러싼 잡음들이 터져나오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는 분위기다.

지도부의 계획대로라면,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당의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끄는 것으로 내정됐다. 유 전 부총리는 박근혜정부 국토교통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친박’색이 짙은 편은 아니지만, 박근혜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당 개혁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비대위 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김 위원장은 유 전 부총리 내정을 사흘 만에 철회하고, 후임으로 김상훈 의원(대구서구)에게 경준위원장직을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인선에 대한 권한을 김선동 사무총장에게 위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총리의 내정설로 파문이 일자 빠르게 인사를 교체했다. 김 의원은 당내 주류로 꼽히는 TK(대구·경북) 의원으로, 비교적 계파색이 옅어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인사 단행으로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준위원장과 같은 요직을 두고 당 지도부와의 어떤 소통도 없이 번복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준위 총괄을 맡았던 김선동 전 사무총장을 향해 ‘무슨 일을 이런식으로 하느냐’고 강하게 불만은 표출하기도 했다.

창준위 조기 출범…선거 분위기 띄워
선수가 심판으로? 미리 치른 ‘홍역’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역시 “모든 정치 일정과 인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비대위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외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향해 “‘마이너스의 손’을 휘두르고 있다”며 당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갈등설이 떠오르자, 당 지도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진화에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언론서 갈등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며 갈등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준위는 내년 재보궐선거의 후보 선출 방법, 경선 규칙 등에 대해 재검토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다만 예상보다 경준위의 역할이 막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준위에 되도록이면 오는 11월 중순까지 활동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 ⓒ고성준 기자

조기 경준위 출범으로 당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서울시장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당연직’으로 경준위에 합류하게 되면서다. 선수가 ‘심판’이 되어 룰을 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당내 반발이 제기됐다.

정원석 비대위원은 “공정성 확보 차원서 경선준비위 소속 전원은 서울·부산시장 출마 포기 각서에 서명하고 진정성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옳다”는 소신을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가 점쳐지는 인사들이 경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은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잔류한 경준위원이 차후 재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에는 내홍이 다시 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준위의 출범으로 그동안 잠잠했던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내년 재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일부 후보들이 본의 아니게 때 이른 ‘커밍아웃’을 하게 된 셈이다.

불안불안∼
뇌관 터지나

지난 13일에는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경준위를 사퇴한 데 이어, 다음날인 14일에는 김선동 전 사무총장이 경준위에 사의를 표했다. 지 원장은 경준위 첫 회의서 “재보선 승리를 위한 전략을 만드는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경선 위원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의 의견을 밝혔다.

또 김 전 총장은 한 달 전쯤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재보궐선거 경선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 도봉을서 18대·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본인 스스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이 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김 전 총장이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가 ‘주자’로 뛸 준비를 하면서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이 평소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오신환 전 의원도 경준위원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

오 전 의원은 “경선준비위원 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했다. 상황이 언제 변할지 모르는데 시작부터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년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후에 따로 꾸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 위원장도 경준위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당내 불만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몰라, 한 달 남은 경준위의 순항은 미지수로 남은 상태다.


이번 잡음은 김종인 비대위에 선명한 상처를 남기면서, 리더십을 다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여러 차례 한계에 부딪히면서 비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잡음 없다?
뒤숭숭∼

지난달 당 상징색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새 당명에 걸맞은 상징색을 빨간색을 주축으로 3가지 색을 추가해 혼용하는 데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파랑색과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강색, 정의당의 노랑색을 모두 합친 색이었다.

정치 이념으로부터 벗어나 당의 확장성을 넓히기 위한 김 의원장의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기존의 분홍색을 유지하자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발표를 수차례 미룬 끝에 노란색을 빼고 하얀색을 넣는 절충안이 확정했다.

이 외에도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로도 당내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전에 원 구성 협상 과정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자,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했다. 김 위원장이 ‘알짜 상임위’ 7개를 주겠다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하면서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야당의 현실은 냉혹했다. 국정감사 시즌이 되자 야당은 국감장에 설 증인과 참고인 채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진 의원들 사이서 국감 이후 원 구성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협상으로 민주당과 먼저 상임위원장직을 ‘11대7’로 재배분 하자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제기된 의견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러다가는 비대위를 더 끌고 가지 못할 수도 있다”며 강한 배수진을 쳤다. 그는 당이 총선 참패에도 여전히 ‘기득권 문화’에 젖어있음을 지적했다.

한 개의 상임위원장직도 갖지 않기로 했으면 최소한 전반기 국회라도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사사건건 당내 반발 시끌
김의 리더십 한계 지적도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배수진은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처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그의 불만도 반영된 것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거래 3법을 두고 주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의견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정부와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법안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진보진영에서 제기돼온 법안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내 중진의원들은 지금까지 지켜왔던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을 향한 싸늘한 민심 역시 비대위를 흔드는 요인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힌 채 좀처럼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 출범 초반에는 김 위원장을 반대하는 이들도 당 지지율이 점점 더 올라 지켜보는 눈치였다.

하지만 최근 여당발 악재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점점 하락세를 타면서 김 위원장을 지지했던 이들도 이탈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의 중도하차설도 흘러나온다. 다만 지도부에선 이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재보궐선거 때까지 비대위를 맡는 조건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 역시 “당내 갈등이나 어떤 문제로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마지막 희망
이대로면?

국민의힘은 전국 단위 선거서 내리 4연패를 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여당발 대형악재에도 큰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내년 선거는 2022 대선을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선거다.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내년 재보궐선거의 결과로 성패가 나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의 당 쇄신이 실패하면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 꿈은 물 건너갈 공산이 높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새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새 사무총장에 정양석 전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서울의 대표적 험지인 강북구 갑에서 18대, 20대 의원을 지냈다.

지난 4월 21대 총선서 낙선한 뒤 총선백서 집필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 서울시당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 전 의원은 전남 보성서 태어나 광주 살레시오고와 전남대를 졸업한 뒤 84년 민정당 공채로 정치에 뛰어들어 주요 당직을 거쳤다.

김 위원장은 전임자인 김선동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 14일 오전 국회로 정 전 의원을 불러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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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