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뇌관’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폭풍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19 10:09:39
  • 호수 1293호
  • 댓글 0개

조폭, 로비, 게이트…노정권 휩쓴 ‘바다이야기’ 데자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수사팀을 확대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사의 종착지는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보수 야권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과거 참여정부 집권 기간 최대 사건 중 하나였던 ‘바다이야기’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한다.
 

▲ 피켄 든 옵티머스 피해자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는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자금을 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옵티머스 사태로 투자자 290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파만파
줄줄이 구속

이 때문에 옵티머스 사태는 ‘제2의 라임 사태’로 불린다. 라임 사태는 라임이 펀드의 부실을 고지하지 않고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 결국 환매가 중단,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을 이른다. 

사건 초기만 해도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린 단순 금융범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두 사건에 정관계 인사가 연루됐다는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권을 겨냥한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해 7월 라임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라임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 뒤 라임 펀드의 1·2차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라임의 부실을 숨기고 판매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을 시작으로, 4월 금감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라임에 전달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됐다. 도피 중이던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심모 전 신한금융 팀장이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의 돈줄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그가 금융당국 조사를 피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3일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호 전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구속됐다.

정국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
BH 인사 연루설 민주당 비상

불똥은 청와대로 튀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가 ‘내일 청와대 수석을 만나기로 했는데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5만원짜리 다발을 쇼핑백에 담아 5000만원을 넘겨줬다는 것. 지난 6월 구속된 이 전 대표는 광주MBC 사장 출신으로, 라임과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굳게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무실

김 전 회장은 당시 재판장서 “정무수석이란 분하고 (이 전 대표가)가깝게 지낸 건 알고 있었다”며 “이 전 대표가 인사를 잘 하고 나왔다고 했다. 금품이 (강 전 수석에게)잘 전달됐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강 전 수석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밝혔다. 

강 전 수석은 즉시 입장을 내고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지난해 7월28일 청와대서 이 전 대표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지만, 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청와대의 보안 체계상 돈다발이 든 쇼핑백이 검색대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실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주장 역시 부인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을 위증,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강 전 수석 외에도 다수의 여권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검찰의 소환 명단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환과 관련해 김 총장은 라임 사태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밝혔다. 

긴장하는
BH·민주당

앞서 검찰은 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기 의원 측에 수천만원이 들어있는 현금 봉투를, 당선 후에는 축하 명목으로 고급 양복을 줬다고 진술했다.

기 의원 측은 양복을 선물 받은 적은 있지만, 라임 사건과 어떤 관계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 총장, 기 의원 외에도 검찰은 민주당 이모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모 전 부대변인에게도 출석을 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옵티머스 사태 정관계 연루설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옵티머스 이사 부인이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으로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문건과 구체적인 로비 계획이 담긴 문건·진술 등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문건들에는 로비를 의심케 하는 문구들이 포함돼있다. 예컨대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적힌 ‘이혁진(전 대표) 문제 해결 과정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하고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있다’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검찰은 문건과 진술의 신빙성, 계획이 실행으로 옮겨졌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4일 옵티머스 쪽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서울 성동구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윤 전 국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한 일이 그 일환이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의 이름 역시 거론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당시 옵티머스 고문(전 검찰총장)이 올해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문의했다는 내용이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지사는 전혀 불가능한 허구라고 의혹을 정면 반박한 상태다.

이-이
연루됐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옵티머스 관련 업체인 트러스트올서 복합기 임대료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복합기를 빌려준 당사자가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지급되지 않은 월 11만5000원가량의 대여사용료에 대한 정산 등 조치를 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이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보수야권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강 전 수석 의혹이 불거진 후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질서를 교란하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권 인사들이 투자자들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권력을 동원해 어찌도 그렇게 치밀하게 팀플레이를 펼쳤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강 전 수석과 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서민의 등을 치고 피눈물을 뽑아낸 사기 사건에 정권 핵심 실세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정관계 로비 의혹을 검찰이 공공연하게 뭉개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제2의 바다이야기’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서민이 피해자라는 점 ▲정관계 로비 의혹이 있다는 점 ▲조폭 연루설이 불거진 점 ▲보수야권이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했다는 점 등이 닮아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지난 13일 “단언컨대 이번 라임·옵티머스 펀드 게이트가 문재인정권의 ‘바다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룡 1·2위 이름도…
여권 정치인 줄소환

같은 당 김웅 의원 역시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제2의 바다이야기’로 규정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바다이야기 사태는 참여정부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정부서 불거져 눈길을 끈다.

사행성 성인오락물인 바다이야기는 박연차 게이트와 함께 참여정부를 뒤흔든 사건으로 꼽힌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심각한 중독에 빠져 재산을 탕진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연간 100만명이 바다이야기에 매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건으로 9조원 단위의 서민 자금이 증발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당시에도 여권 인사 연루설이 불거졌다. 친노 인사들 다수가 게임기 제조 회사와 관련돼있다는 소문이었다. 이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경질되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유 전 차관이 바다이야기 허가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조카가 바다이야기 제작사의 코스닥 우회상장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한나라당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참여정부 최대 게이트로 규정,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거듭 촉구하는가 하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당내 권력형 도박게이트진상조사특위까지 구성해 여권을 공격했다.

조폭 연루설도 닮아있다. 바다이야기를 수사한 특별수사팀은 신영광파, 국제PJ파, 그랜드파 등 15개 조직이 사행성 게임장과 상품권 유통 등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펀드 중 상당액이 공갈·협박 등 폭력 전과가 있는 이모씨에게 집중 투자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조폭 연루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측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한 보수야권에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으로
넘어갈까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권력형 게이트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불법행위를 도와주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범죄자들의 금융사기 사건이다.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아무 데나 권력형 게이트라는 ‘딱지’를 갖다 붙이고 공격의 소재로 삼으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날의 끝 금감원→민정실?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 환매 사태 수사 인력을 확충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이어 수사의 칼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옵티머스 수사팀의 1차 목표는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부실 감독 여부를 가려내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후 확보한 자료를 검토 중이다.

윤 전 국장은 지난 2018년 4월 옵티머스 측에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권 인사를 소개시켜줬다.

검찰은 금감원이 옵티머스 펀드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승인한 채 부실 감독한 배경에 윤 전 국장을 비롯한 금감원 고위 간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인물로 등장해서다. 또 다른 민정수석실 직원이 지난해 옵티머스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신모 전 연예기획사 회장의 강남 사무실에 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은 옵티머스 사태를 ‘금융사기사건’이라고 규정하지만, 민정수석실 사람들의 연루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부실 수사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서 나온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