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현대차그룹 새 수장 정의선

지휘봉 잡고 새로운 시대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정의선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년 만에 총수가 교체된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문화 혁신에 앞장서며 주목을 받은 만큼,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기아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기존 회장직을 수행했던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인 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각 사 이사회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년 만에
총수 교체

정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별도의 취임식은 열지 않았다. 대신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평소 지론인 ‘고객 존중과 행복’을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 이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준비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더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나눔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역설했다.

젊은 감성·파격행보
새 바람 불어 넣는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사회의 다양한 이웃과 소중한 결실을 나누고, 이웃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열린 조직문화 구현에 앞장설 것도 다짐했다.


정 회장은 “전 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모두가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임직원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범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 경영철학 역시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

정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정 회장의 승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인사 배경을 글로벌 통상 문제 악화와 주요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 등 경영환경이 급변에 통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창의적 정신
긍정 마인드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12월 사장단을 전격 교체하며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주요 계열사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결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했던 핵심 인사들은 2선으로 물러나났다. 대신 정 회장 체제를 위한 세대교체형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을 책임지는 자리에는 정 신임 회장이 직접 영입한 외국인 임원을 앉혀 주목받았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서 굵직한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바 있다. 또 현대차 부회장 재임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끌었다. 비슷한 시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라선 뒤로는 그룹의 미래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을 설립하고,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 수소 생태계 확장에 앞장섰다.

정 회장의 첫 공식 일정은 ‘수소’였다. 정 회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민간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회의에 현대자동차 수소전기 차량인 ‘넥쏘’를 타고 와 눈길을 끌었다.


수소경제위원회는 대한민국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8개 관계부처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현대·기아차

정 회장은 이날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이 적용된 수소 상용차 개발과 보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7월 세계 최초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소트럭 2종과 수소버스 1종을 수출한 바 있다. 이어 대형 수소 트랙터를 출시했고, 준중형 및 중형트럭 전 라인업에 수소전기차 모델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 등에 수소 상용차를 누적 8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공식 일정 
‘수소 경제’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회의가 잘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좀 더 경쟁력 있게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약 2년 전 무산 된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개편 계획을 취소했다.

정 회장 선임 이후 그룹 지배권 강화와 안정적 승계를 위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개편 비용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며 발생하는 증여세 등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날 정몽구 명예회장의 당부 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항상 품질에 대해 강조했다”며 “성실하고 건강하게 일하라고 자주 말했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당부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경영 계획에 대해 정 회장은 “좀 더 일을 ‘오픈’해서 할 수 있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수렴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룹 인사에 대해서는 “수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 과장으로 입사했지만 곧 유학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객 존중·행복 ‘사랑받는 기업’
파격 또 파격…앞으로 행보 주목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서 근무했고 현대자동차 구매실장으로 재입사했다.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과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기아차 대표이사와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최근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정 회장은 부친과 마찬가지로 바닥부터 시작했다. 실무부터 배워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라는 지침이 있었다. 정 회장은 소박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현대차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기업문화 혁신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부친을 대신해 그룹 총수 역할을 맡았던 지난 2년간 현대차 기업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사내에 완전 자율복을 도입했다. 구두와 정장 차림서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반바지를 입고 업무를 보기도 했다. 파격적인 변화였다.

또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에 유연근무를 도입했다. 하루 8시간 근무 시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현대차 임원 시스템도 개편됐다. 연말에 시행되는 정기 임원인사는 연중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됐다. 기존 ‘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 6단계였던 임원 직급제는 ‘상무·전무·부사장·사장’ 4단계로 재편됐다.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 일반직 직급 체계는 ‘매니저·책임매니저’ 2단계로 변경됐다. 주요 10대그룹 가운데 정기 공채를 처음 없애기도 했다. 대신 각 부문별로 필요한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정 회장의 파격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직원들과의 ‘셀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양재동 사옥서 직원 1200명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당시 정 회장은 “과거 5~10년간 그룹이 정체됐다. 트렌드를 바꾸기 위해 변화하는 것은 좀 부족했다.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내 반응이 좋았던 타운홀 미팅은 현재 현대차 임원들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사내 미팅 상시 운영 체제로 이어졌다.

시스템 개편
연말 인사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이슈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룹은 지난 3월 연수원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경주인재개발연수원과 글로벌상생협력센터를 대구와 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시설로 제공한 바 있다. 그 다음달인 4월에는 경기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오산교육센터를 지원했고, 해외 입국자 임시 생활시설 용도로 파주인재개발센터를 제공했다.

또 코로나19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50억원을 기탁했고, 코로나19 환자들이 제때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전국 소방본부 구급차에 대한 정밀 점검 및 소모품 교환 등을 무상으로 시행한 바 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의선 회장 취임 후…국민 호감도 좋아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수장으로 취임한 정의선 회장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취임 전에 비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정 회장의 취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다음날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소장 김다솜, GBR)는 뉴스·커뮤니티·카페·유튜브·블로그·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정 회장에 대한 긴급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기간은 10월10일부터 15일 오전 9시 반까지다. 분석결과 정 회장이 그룹 수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간 일별 정보량은 63~178건에 불과했으나 13일 처음 취임 뉴스가 뜨면서 1554건으로 늘었다.

취임 당일인 14일엔 5014건까지 급증했다. 15일엔 오전 9시 반까지 630건을 기록, 자정까진 무난하게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간 정 회장 호감도를 살펴본 결과 취임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간 긍정률은 14.3∼30.2%에 그쳤으나, 취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부터 3일간 긍정률은 34.7~52.1%로 급등했다.

국민들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에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사회 직후 빅데이터 분석 결과
연관어 1·2위는 ‘고객’ ‘국민’

부정률의 경우에도 취임 소식이 알려지기 전 3일 동안 4.5∼10.0%였으나, 취임 소식이 알려진 13일부터 15일 오전까지엔 2.2∼5.2%로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정 회장의 취임을 기점으로 두고 부정적인 눈길이 되레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새로 도입한 ‘TPOP' 4가지 분석기법(시간·공간·인물·사건/상황)’중 ‘인물’ 연관 데이터도 조사했다.

취임 전후 6일간 정 회장 포스팅 자료 중 어떤 인물들이 많이 언급됐는지 알아보는 분석기법이다.

분석 결과 최근 6일간 정 회장 포스팅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고객’으로 2333건에 달했다.

정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물 연관어 2위는 ‘국민’으로 984건을 기록했으며 3위는 ‘아들’(724건), 4위는 ‘창업자’(689건), 5위는 ‘아버지’(665건) 순이었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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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