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25년 전, 그때 그 시절의 우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참신한 아이디어 톡톡, 영화 내내 번지는 미소

▲ ⓒ롯데엔터테인먼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불과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자와 여자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있었던 만큼 고졸과 대졸 사이에 차별이 존재했다. 컴퓨터라는 물체에 손을 올려놓는 것조차 낯설기도 했고, 직장 내 서열이 낮은 여성은 ‘미쓰O’이라 불리며 커피와 구두 심부름은 물론 재떨이도 때맞춰 비워야 했다. 담배는 실내에서 피는 게 당연했던 그때다. 

신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하 <삼진>)은 그 시절을 말한다. 회사에 빨리 입사해도 고졸 출신이란 이유로 대리라는 직함을 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임신이라도 하면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며 멸시를 당하고,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내쫓기는 참극도 있었다. 물고기가 펄떡펄떡 날뛰는 시냇물에 화학성 물질이 가득 담긴 폐수를 흘려보내도 나몰라라 하기도 했으며, 사람이 죽어 나가도 ‘나만 아니면 돼’라는 비윤리적인 마인드가 자리 잡힌 시절이기도 했다. 

세 친구

<삼진>은 그 시절 상고 출신이자 직장 내 최하위 서열로 온갖 부조리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세 여성이,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고 끝내 승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업무 능력에 있어서 그 어떤 대졸보다 솜씨가 뛰어나지만, 잔심부름이나 하는 것이 고작인 이자영(고아성 분), 잡학다식의 보유자로서 상황판단 능력이 탁월한 정유나(이솜 분), 수학경시대회 최고 우승자 출신이지만, 현실은 거짓 영수증이나 메우는 심보람(박혜수 분)이 그 세 친구다. 

애사심이 가득한 세 사람은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는 회사의 지침에 꼭두새벽부터 나와 영어를 공부한다. 세 사람뿐 아니라 삼진그룹 내 고졸 출신 모든 여성이 대리의 꿈을 가슴에 담는다.


그러던 중 자영은 우연히 삼진그룹의 옥주 공장서 폐수를 처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린다. 그제라도 일을 수습하려 하는 모양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사람들은 점점 더 아파지는데, 서류를 보면 문제가 없다. 

뒤늦게 회사에서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알게 된 세 친구는 끊임없이 진실을 파헤친다. 그릇된 욕망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언론에 고하려 하지만, 꼼꼼한 대기업은 광고로 진실을 은폐한다. 내부고발자 위치에 놓인 세 친구는 자리를 뺏기고 망신을 당한다. 세 친구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삼진>의 주된 내용을 보면 경제 영화다. 한국의 글로벌화가 대두되던 시기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외국 기업이 건실한 한국기업을 망가뜨리고 싼값으로 이를 인수하려는 과정이 담겨있다. 이를 토익을 배우며 대리를 달고 싶은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풀어낸 우화다. 

토익 600점 진급 위해 새벽부터 영어 공부
촌티 나지 않은 세련함 극중 곳곳서 묻어나

어려운 경제 문제를 다루지만 중학생이 봐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종필 감독을 필두로한 제작진이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은 게 느껴진다. 삼진그룹과 영어토익반 간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선악을 정확히 구분한 것이 영리한 선택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유치하게 여겨질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미장센과 조명 등 분위기 자체를 우화적으로 풀어내 적절하게 전달된다. 

제작진 못지 않게 배우들의 공도 크다. 다소 촌스럽게 전달될 수 있는 대사들이 배우들의 올바른 해석 덕분에 촌티나지 않게 전달된다. 매우 세련된 느낌이다. 세 배우가 반 박자 빠른 느낌으로 치는 대사 호흡은 초반부부터 흥미를 유발하며, 영화 전반에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언제나 연기를 잘하는 고아성이 중심을 잡고, 이솜이 톡톡 튀며, 박혜수가 미소를 준다. 세 배우의 시너지가 영화 곳곳서 발휘된다. 여기에 김원해, 조현철, 김종수, 해해선, 백현진, 이주영, 이성욱과 같은 조연들이 각자 자기의 영역서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거슬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 

“너 하고 싶은 걸 찾아” “남을 보지 말고 너를 봐” 등 교과서적인 표현들이 현시대의 바람과 적절히 맞닿아 있다. 경제 영화기도 하지만, 20대의 성장 영화기도 하다. 우화와 성장, 기업의 윤리, 경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지만, 고추장과 기름에 쓱쓱 비빈 맛있는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졌다. 

유쾌한 웃음

연인과 가족, 친구와 보든, 혼자 보든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올법한 좋은 영화다. 오랜만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재미를 느끼게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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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