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화상채팅의 덫 ‘몸캠피싱’ 실체추적

  • 김설아 sasa1986@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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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화상채팅…흥분해 바지 벗었다가 ‘헉’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속칭 ‘몸캠피싱’으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몸캠’은 알몸으로 하는 화상채팅을 일컫는 말. 최근에는 이 몸캠을 악용해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요구한 뒤 동영상을 저장해 돈을 요구하는 신종 공갈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로운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진화한 몸캠피싱 사기.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그 실체를 추적해봤다. 

대학생 A씨는 어느 날 연락이 뜸한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받기 위해 인터넷 메신저에 접속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낯선 남성과 여성이 A씨에게 친구 신청을 해왔다. 이 여성은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랜덤으로 친구를 추가했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A씨에게 접근했다. 마침 외로웠던 A씨는 이 여성과 하루정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다음 날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여성은 “A씨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화상채팅을 제안했고, A씨는 여성의 제안을 수락했다. PC에 달린 화상카메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채팅을 나누다 여성은 “몸캠을 해보고 싶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낯선 여성과 채팅
잘못했다간

A씨는 “채팅 사기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긴 하지만 손은 어느덧 화상카메라를 내리고 몸을 비추고 있었다”라며 “금전적인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여성이 외로워서 이러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외모도 예쁜 여성이 먼저 제안한 몸캠은 호기심과 성적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고 털어놨다. 

둘은 서로의 몸을 보면서 성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결국 호기심에 시작한 화상채팅은 각자 옷을 벗는 수위까지 갔다. 이 여성은 자신의 옷을 벗으며 “내가 먼저 벗을 테니까 너도 벗어봐”라며 A씨를 유혹했다. 여성이 옷을 벗는 순서에 따라 하나둘씩 벗다보니 A씨는 어느새 나체상태가 됐다. 급기야 이 여성은 야한 행동을 보여 달라고 졸랐고 A씨는 음란한 행위까지 여성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은 A씨도 모르는 사이 여성의 PC에서 녹화되고 있었다. A씨가 이것이 ‘사기’임을 깨닫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초반에 이 여성과 같이 친구 등록을 했던 낯선 남성의 협박이 이어졌다. A씨의 알몸 장면을 녹화했다며 돈을 요구한 것이다.


이 남성은 A씨에게 메일을 보내 “싸이월드, 메일, 네이트온 아이디 등을 모두 알고 있고, 다 캡처했으니 이것을 공개하겠다”며 3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 사이트의 주소를 문자로 보내왔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A씨의 알몸사진 캡처장면과 가족사진, 그리고 신상과 관련된 고향, 집주소, 전화번호, 메신저 친구목록 이름과 전화번호가 쭉 나열돼 있었다.
A씨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경찰에 갔는데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하루가 지나자 협박이 더욱 거세졌고, 가족들에게 전화가 오는 등 심각해지더라. 주변사람들에게 무시해달라고 부탁한 뒤 메신저, 싸이월드 등을 모두 해지했는데도 신경이 쓰여서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미모의 여성 “알몸채팅하자” 접근해 음란행위 유도

동영상 저장 후 협박…“인터넷 유포하겠다” 돈 뜯어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의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면서 화상채팅을 통한 몸캠피싱 피해사례가 빈번히 접수되고 있다.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협박을 당하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뜯긴 것은 물론, 지난달에는 한 남자대학생이 협박을 받고도 돈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영상이 올려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몸캠피싱 수법은 젊은 여성이 불특정 남성에게 메신저 채팅으로 말을 걸어 “화상채팅을 하면서 서로 몸캠을 하자”고 제안한다. 남성이 이에 응하면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녹화하고, 녹화영상을 빌미로 돋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같은 몸캠피싱 사기가 중국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의 PC를 통해 파악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적해 보니 소재지가 중국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중국에 근거를 둔 일당이 중국동포나 탈북여성을 고용, 채팅으로 남성을 유인케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이 같은 수법으로 남성 수십명한테서 돈을 뜯어낸 중국동포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매, 모자, 친구관계인 이들은 중국에서 고용한 K(31?여)씨를 인터넷 VPN(가상 IP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모 사이트 화상채팅에 접속, 나체쇼와 낯 뜨거운 성행위를 유도한 장면을 녹화한 후 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 현금을 입금 받아 내는 등 1인당 50만~100만원씩 모두 45명에게 24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또 입금사실을 확인한 뒤 약속한 동영상 파일을 삭제하는 대신 추가로 돈을 더 요구하기도 했다.

“알몸 보여줘”
찍었으니 돈 내놔!


이들의 범행은 한국에서 취업비자로 일하면서 입금된 돈을 인출해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보냈다가 해당 계좌를 추적한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메신저피싱 사기가 과거와 다르게 특정인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 방법도 단순히 돈을 빌려달라는 과거의 방법과 다르게 상대방의 약점 등을 이용한 협박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범죄의 경우 IP주소가 중국 등 외국일 확률이 높고, 메신저 아이디를 추적해 봐도 대부분 해킹된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후에도 유사 피해를 봤다며 경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고 꼬집었다.

돈 뜯기고
신고도 못하고

피해자들이 자신이 저질렀던 몸캠 행위가 떳떳지 못하다고 여겨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조사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언제, 어떤 식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어 경찰이 범인을 추적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과거에 몸캠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한 남성은 “너무 억울해서 항의라도 했다간 ‘가족이나 직장에 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정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부적절한 행동이 외부로 알려지면 사회적 위신이 깎이는 데다 떳떳하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망신을 각오하지 않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사기인걸 알고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도 혹시 나한테는 어떤 처벌이 있는 건지, 그냥 내가 바보였다고 잊어버려야 하는 건지 갈등의 기로에 선다”며 “결국 똥 밟았다는 셈 치고 돈 보내준 뒤 조용히 끝내는 게 나를 위해서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십만원을 털린 한 남성이 전화상담만 받고 직접 조사를 받지는 않더라”며 “남자형사가 조사할 테니 오라고 해도 안 왔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또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상대방과 합의를 했다면 채팅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다만 인터넷상의 이런 행위가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돈 안 주고 버티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영상 올려 지기도
중국 근거지 조직적 범행…일탈 꿈꾸는 당신의 지갑 노린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채팅창 속 몸캠녀에게 잘 넘어가는 것일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정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뭐에 홀린 것 같다”고 말한다. 몸캠녀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일당들은 자연스런 분위기를 만들고, 경계심을 늦추는 나름대로 완벽한 상황을 조성하기 때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몸캠녀에게 걸려드는 큰 요인은 피해자 스스로 원인 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성욕과 억압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호기심 등이다.

평범하고 순진한 남성이라도 누구나 이성에 대한 환상이 있고 이런 유혹이 왔을 경우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어진다. 여성보다 성욕이 강해 범죄에 쉽게 속는 남자들이 어떤 관점에서는 ‘약자’로 간주되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남성은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상대의 유혹을 자신의 매력에 반해서 그러는 것으로 착각한다. 특히 낯설고 예쁜 여성과의 채팅은 남성의 강한 본능을 자극해 이성을 마비시키고 쉽게 ‘이브의 유혹’에 넘어가게 한다”고 지적했다.


왜 몸캠녀의
유혹에 걸려들까?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낚는 채팅사기는 과거부터 사회문제화 되어 왔다. 비교적 간단한 수법이지만 여전히 당하는 남성들이 많다. 이 경우 스스로 타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낯선 여성이 채팅으로 접근하면 아예 응하지 않고, 솔깃한 제안을 하더라도 ‘의심’부터 하고보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오늘도 교묘하게 진화한 보이스피싱의 몸캠녀들은 은밀한 일탈을 꿈꾸는 남성들을 향해 유혹의 날갯짓을 하며, 인터넷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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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