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미 대선-한반도 3차 함수 막전막후

위기의 트럼프, 김정은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시도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다. 정권 말 문재인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미국 대선과 함께 남북미 외교 지형을 분석해봤다.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감염’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지난 2일 그와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두 사람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 그는 입원 3일째 되던 지난 5일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미국 대선은 혼돈 속에 빠졌다.

엄지척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종일관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을 무시해왔다. 그는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향해 “볼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빈정댔다. 또 그가 ‘노 마스크’를 고집한 탓에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 참석한 지지자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들 역시 드물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에도 그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2층 발코니서 마스크를 벗고 엄지를 치켜들거나 “20년 전보다 컨디션이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과한 행보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흘려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 확진 판정 후 같은 자동차에 타고 있던 경호요원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외출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급한 마음에 ‘깜짝 외출’과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각종 여론조사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상태다. 막판에 추격해도 모자란 상황에 이대로 두 손 놓고 있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다.

사상 초유 대통령 확진…백악관 발칵
미 대선판 혼돈 속으로…지지율 급락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서 유세 일정에도 대부분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 유세에 강한 타입이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수 없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악재다.

특히 그는 올해 74세 고령에 비만으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의 백악관 내 최측근들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줄줄이 받았다.

반면 민주당 존 바이든 후보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이후 코로나19 검사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당장 미시건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현장을 찾으며 승세를 굳히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관련한 정부 심판론이 인다면 바이든 후보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여론조사 역시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 바이든 후보는 오는 11월 대선의 승패를 쥔 경합주 대부분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그의 자신감 있는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한반도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의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쌓기 위해 10월경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면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희망도 흘러나오는 분위기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최근 독일 순방 중에 “10월은 한반도 정세에 정말 중요한 달”이라며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역시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물 건너간
빅이벤트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기울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은 전격 중단됐다. 종전 선언 언급 후 미국 측과 논의를 시도하려고 했던 일말의 희망조차 꺾인 셈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 몽골을 방문한 뒤에 서울을 찾을 예정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중 방한을 재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북미 정상 혹은 고위급 이벤트가 발생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이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경색된 북미 관계의 물꼬를 틀 기회가 차단된 셈이다.

반면 일각에선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현실성이 애초부터 높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관계는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유엔총회 연설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정국서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다. 문정부 출범 이후 남북미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미국이 대선전에 돌입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문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다.

북한 관망
속타는 문

지난 달 유엔 총회 연설서 문 대통령은 남북 ‘종전 선언’ 카드를 내세웠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당한 와중이었다. 임기 말 여권발 악재가 터지고, 치적으로 꼽혔던 남북관계마저 흔들리자 무리하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정부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미를 도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 언론 <요미우리신문>은 11월 미국 대선 전, 김 부부장의 미국 방문 주선을 도모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문정부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을 통해 김 부부장의 방미를 최종 조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코로나19 감염으로 김 부부장의 방미 기회는 불투명해졌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이후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백악관을 누가 차지하든 한반도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핵화의 열쇠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데다, 그가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는 쪽을 더 원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가능한 협상가인 반면, 바이든은 대북 제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심지어 바이든은 지난해 김 위원장을 ‘살인적인 독재자’로 칭하고, 대선 당선 후 그를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낙선되면…남북미 관계 흔들리나
끝나지 않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스무통 넘게 주고받으면서 양 측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후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쾌를 기원하는 전문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위로를 전했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2021년 1월 말까지 북미 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전까지 북미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1월 당 8차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관계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경색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남북미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채 얼어붙으면서 ‘한반도 평화 시계’가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돈다.

지난 6월 북한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 간 대화 창구가 전면 폐쇄됐다. 또 북한군이 서해상에 표류하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여론 역시 급속도로 악화됐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할 의지가 강력한 만큼 종전선언,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등으로 남북관계에 관망세를 보일 공산이 높아, 문정부가 보다 과감한 전략으로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평화 시계
이대로 스톱?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11월이 되면 미국 대선이 끝나니까 그 후에 어떻게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추동해 나가느냐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대면 회동이 어려우면 비대면 회동이라도 해야 한다.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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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