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 ‘위기의 체육계를 말하다’

“대한체육회, 승부욕만 있고 스포츠맨십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체육회가 안팎으로 위기다. 내부로는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드러났고 외부로는 정부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40여년 동안 체육계에 몸담은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은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가 유 회장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봤다.
 

▲ 일요시사와 특별대담 갖고 있는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

1920년 조선체육회로 출범한 대한체육회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대한체육회는 아마추어 스포츠를 육성하고 경기단체를 지도·감독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체육 사단법인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으며 17개 시·도 체육회와 78개 회원종목단체 등으로 구성돼있다.

대표 체육단체
창립 100주년

최근 대한체육회는 안팎으로 진통을 겪는 중이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태로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선수 인권침해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한체육회는 단호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맹단체의 관리기구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체육정책과 예산의 전권을 쥐고 있는 문체부와의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1월18일로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위한 정관 개정 승인 문제를 두고 문체부는 4개월 넘게 가타부타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해야 한다는 문체부의 주장에는 대한체육회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40여년간 체육계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요트협회장 인준 문제로 대한체육회와 1년여간 법정 공방을 벌였던 유 회장은 체육계 원로로서 쓴 소리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7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서 유 회장을 만났다.

변화와 혁신에 실패
정부와 관계도 삐그덕

대한요트협회장, 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 설립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고려대 특임교수, 방송통신대학교 운영위원, 방통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학생 등 유 회장이 갖고 있는 직함은 무려 10개가 넘는다. 유 회장이 여러 분야서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의 뿌리는 체육계서 찾을 수 있다.

1974년 대한레슬링협회 이사로 국가대표 전지훈련 단장을 맡아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유 회장은 국회 88서울올림픽특별위원회 위원,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롤러스포츠연맹 명예회장, 사단법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대한요트협회 회장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유 회장은 최근 대한체육회를 둘러싼 안팎의 논란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이후 첫 회장을 맡은 ‘이기흥호(號)’의 지난 4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인들과의 소통, 정부로부터 자주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 협회기 흔드는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유 회장은 “2016년 통합 이후 대한체육회는 선수 (성)폭력, 선수 선발 과정서의 불공정성 등 과거의 관습적인 적폐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문체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눈앞에 있었지만 최근 들어 되레 상호충돌 양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와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대립구도를 벗어나 국민생활과 체육발전 중심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는 체육인들과의 소통을 통한 개선 논의와 대책 수립 과정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또 통합적이고 자주적인 대한체육회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통합
그 후 4년…

유 회장은 대한요트협회장 인준을 두고 대한체육회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을 벌였다. 1년여에 걸친 갈등 과정서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 행정의 부끄러운 단면을 봤다고 주장했다. 회장 인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을 얻어 법리적 판단을 제시했지만 끝내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의 세금뿐만 아니라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비판이다.

2019년 9월2일 법정 공방 끝에 대한요트협회장으로 인준된 그는 직원 임금체불, 재정자립도 6.2%로 가맹단체 중 꼴찌라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지원만으로는 대한요트협회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본인의 경험과 인맥을 동원해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밀린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 선수들의 포상금을 1년 만에 정리했다.
 

▲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고성준 기자

그는 “평생 살면서 처음으로 소송을 해봤다. 대한체육회는 공정을 기반으로 스포츠맨십을 발휘해야 할 조직이다. 그런데 그런 조직서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을 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으로 소송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서 조직의 성패는 리더의 정무적 판단력과 보좌진의 유능한 행정력에 달렸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종목단체장을 해온 경험에 비춰봤을 때 매끈하게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스포츠과학센터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제안들이 어떤 특정한 벽에 막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좋은 아이디어와 정책이 대한체육회 차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성폭력 등 적폐 여전…상호충돌 양상도 
“체육발전 중심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

그러면서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은 시스템이나 행정체계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했다. 그는 “성적에만 목매면서 단기 계약에 휘둘리는 선수와 지도자의 상황이 최숙현 사태 같은 비극을 만들었다.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할 수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며 “또 심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이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도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물론 종목단체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복지가 열악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육성해 공감성과 효율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글로벌 시대에 국제 감각이 뛰어난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채용 절차를, 그리고 헌신적인 직원들을 위한 연금, 평생고용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유 회장은 인터뷰 내내 변화와 혁신에 대해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체육계 또한 그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문화의 중심이 동양으로 옮겨오는 상황서 우리나라가 그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체육계도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 시대에 발맞춰 지금의 체육환경을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으로 ‘한국 해커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비대면 훈련과 개인훈련,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술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과 장비, 첨단 분야의 기술경쟁력과 디지털 생활체육을 위한 자립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체육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
언택트 시대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대한체육회가 체육청이나 체육부 등 문체부로부터 독립된 전문기관이 돼야 한다. 일부 문체부 직원들로 대한민국 체육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현행 시스템에선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문체부 산하에 있기엔 대한체육회의 규모가 이미 방대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문체부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는 방안을 권고한 것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대의원 총회를 거쳐 반대 의견을 의결한 것을 예로 들었다.
 

▲ ▲ⓒ고성준 기자

유 회장은 “IOC는 76개국 15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고, NOC는 20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IOC와 NOC의 기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약 86%다. 문체부가 IOC와 NOC의 분리를 권고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IOC와 NOC의 기능이 분리된 나라들은 정부나 국가체육기관(NSC)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운영되고 있다는 속사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로부터 IOC와 NOC가 정치나 재정으로 전혀 독립된 상태가 아니다. 분리 운영하는 나라가 많다는 이유로 우리도 분리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은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또 지리적 여건에 따라 관습적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제약 없이 스포츠와 국민체육진흥에 있어 동등한 혜택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로 올림픽 정신이다. 이 정신을 이어가려면 국내체육과 국제체육 간 이원화에 따른 행정소모나 파열음 없이 유기적인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
말많은 이기흥 재선 도전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서도 이미 몇몇 후보군을 정해두고 차기 대한체육회장을 점쳐보고 있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에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태다.

그는 “조직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 수장이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않으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지 않겠나”라며 “비리사건에 연루됐거나 선거 과정서 지적을 받았거나 성적 스캔들이 있는 경우 리더가 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능력은 물론 봉사에 대한 헌신성, 애국심, 사명감도 수장의 덕목이라고 본다”며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와 계속 논의해야 하는 만큼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도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적폐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 상황이 체육인으로 매우 아쉽다. 대한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에도 공감한다”면서도 “지금은 주변의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수장의 모습은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면서 소통이 되는 인물이다.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대한체육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체육인으로서 대한체육회는 물론 우리나라 체육 발전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결단을 내리겠다.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듯하다”고 언급했다. 

유 회장은 평생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길 위를 걷고 뛰던 마라토너로서의 자신을 언급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30회가량 완주했고 인천서 부산 하구둑까지 1000㎞에 달하는 거리를 걷고 뛴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17개 시도를 한 바퀴씩 뛰면서 체육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도덕성 높은
수장 필요해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는 물론 국가 전체가 위기 상황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과 체육인들이 마음을 모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문화와 문명의 제일 선도국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죽을 때까지 걷고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